덩치 큰 교회보다 '소통하는' 작은 교회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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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큰 교회보다 '소통하는' 작은 교회가 좋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3.10.2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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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마당, 지난 19일 ‘작은교회 박람회’ 개최

이제는 성장이 아닌, ‘성숙’이 한국교회의 최대 과제로 직면했다. 성장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의 현실 앞에 여전히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갱신과 건강한 성숙을 위해서는 탈성장, 탈성직, 탈성별을 기치로 ‘작은 교회가 희망이다!’라는 화두가 한국교회와 사회에 떠오르고 있다.

생명평화마당(집행위원장: 김영철)은 30일부터 개막되는 WCC 부산 총회와 2017년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작은 대안교회들의 축제인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를 지난 19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개최했다.

50여개 교회와 20여개 단체가 참여한 이번 박람회에는 각 교회의 특색있는 모습을 소개하는 ‘부스활동’과 작은교회들이 모여 공동체를 세워가기 위한 방향과 생각을 공유하는 ‘대화마당’이 펼쳐져 참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작은’교회라는 한계가 오히려 소통 이끈다

이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린 첫 번째 대화마당에서는 ‘작은교회, 교회학교 교육 어떻게 하나’를 주제로 50여명의 작은교회의 교사들이 6개 소그룹으로 나누어 작은교회 교육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작은교회에서 할 수 있는 교육의 특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가 10월 19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논의를 통해 호소된 작은교회 교육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적, 물적 자원의 부족과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미비하다는 점이었다.

소그룹의 발표를 맡은 각 조의 대표들은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인프라를 갖춘 큰 교회에 비해 작은교회는 인적 물적 자원이 충분히 갖고 있지 않아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교사가 학생들이 일대일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점으로 제시됐다.

“큰 교회가 할 수 없는 것은 교사들이 아이들을 일대일로 가르치고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작은교회의 교사들은 아이들과 일대일의 멘토 관계를 통해 소통할 수 있어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작다'는 한계점이 오히려 목회자, 교역자와 성도 간의 소통을 돕는데 있어서는 태생적인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다.

사회를 맡은 우진성 교사(과천영광교회)는 “오늘날 많은 교회에서 소통과 관계의 어려움을 갖지만 작은 교회는 이러한 경계를 허물고 공동체를 한데 어우를 수 있는 태생적인 장점이 있다고 본다”며 “목사와 사모, 그리고 교역자와 성도가 함께 자주 어울리면서 삶을 통한 더욱 깊은 신앙 교육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는 작은교회들의 ‘연합’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청소년 교육 및 여름 성경학교 프로그램을 다른 작은교회와 함께 연합해 실시할 경우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이런 작은교회는 어떤가요

이 박람회에 모인 교회의 기준은 크기가 아니다. 신도 수백 명의 중형교회일지라도 양적 성장 추구가 아닌 분립과 소통을 지향하는 교회들이 모인 것. 행사장에 마련된 여러 부스들 중에서도 다양한 교육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 2013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작은교회 박람회’가 10월 19일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열렸다.
‘모든 생명을 하늘같이 섬기는 교회’라는 모토를 내걸고 있는 송학교회는 충남 아산 송악면 외암리에 터전을 잡은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으로 입교인은 180여명이다. 그 중 절반 정도가 농사를 짓고 있으며 교인들의 1/3정도가 65세 이상 노인인 전형적인 농촌교회다.

특히 송악교회는 지난 1997년에 지역사회 선교를 위해 사회복지관을 세우고 유아보육 방과후 아동공부방, 예능교육과 지역사회문화사업, 어린이집, 지역아동센터 등의 사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또 지역사회의 문화향상을 위한 ‘풍물교실’과 ‘찬양연습’을 하고 있으며 지역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축구팀 ‘광돌이축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송악교회는 ‘섬김’과 ‘소통의 리더십’으로 작은교회이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섬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편견을 깨트리고 있다. 작지만 섬김과 낮은 자세로 지역사회를 섬기므로 큰 영향을 미치는 ‘큰’ 교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

한편 이날 작은교회 박람회에서는 다채로운 주제의 대화마당이 열렸으며 토크 콘서트, 먹거리장터가 별도로 진행돼 세상과 작은교회와의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참여 교회들은 부스를 설치하고 목회자와 교인들이 함께 책자와 사진, 각종 홍보자료 등으로 교회의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한기숙 성도(39)는 “작은교회 박람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교회의 대안적 모델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양적 크기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질적 성숙을 이루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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