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누구길래 제가 이런 고생을 해야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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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누구길래 제가 이런 고생을 해야하죠?”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10.15 2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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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교연구원, MK컨설테이션 통해 선교사 자녀 문제 다뤄
▲ 지난 11일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MK컨설테이션. 한국선교연구원의 문상철 원장이 발표하고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지상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세계 각처로 떠나는 선교사들. 그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며 자신의 비전을 펼치기 위해 선교지로 향한다. 떠나기 전 미혼의 경우 가족들과 의논을 하고, 기혼자는 부부간 이야기를 통해 선교의 방향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선교사의 자녀들이다.

시니어선교사의 경우 자녀들이 이미 분가해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어린 자녀들이 있는 경우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이들의 교육이다. 소위 엠케이(MK, Mission Kids)로 불리는 이들의 교육. 그 현황과 대안은 무엇일까.

선교사 자녀(MK)의 교육
한국선교연구원(원장:문상철)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MK 컨설테이션’을 열었다. ‘한국 선교사 자녀들의 교육적 필요’라는 연구 프로젝트의 발표로 시작된 이날 모임에는 50여 명의 관심자들이 참여해 MK들이 가진 고민과 그 대안에 귀를 기울였다.

연구결과 발표에 나선 문상철 원장은 “한국 선교사 숫자는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지원 체제는 이에 걸맞게 발전하지 못했다”며 “선교사 자녀교육 면에서의 지원 체제의 미흡성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입을 떼었다.

실제로 한 국제저널에 따르면 175개국 167개의 선교단체 소속 한국 선교사는 19,798명.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선교연구원이 추정하는 선교사의 자녀 숫자는 17,432명이다.

1992년 4개 선교단체를 대상으로 한 MK 연령별 분포에서 취학 전 35.8%, 초등학교 51.2%로 학생 분포율이 87%였던데 반해 2012년 기준으로는 취학 전이 16.8%, 초등학교 22.9%, 중학교 13.4%, 고등학교 12.9%, 대학교 29.1%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회의 선교가 성장함에 따라 MK들도 함께 성장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선교사들의 초ㆍ중등 자녀들은 어떤 교육을 받고 있을까.

선교지의 지역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들은 35.9%, 국제학교 28.6%, 부모님과 떨어져 한국 학교에 다니는 경우 14.6%, 홈스쿨링 9.0%, MK학교 8.9%, 기타 3.0% 등이다.

문 원장은 “이 분포를 살펴보면 현지의 지역학교 재학생 비율이 생각보다 높게 파악됐는데, 이것이 학생들의 연령대와 학비 부담 등 여러 현실적 요소를 고려한 선택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교육을 받나
한국 선교사 자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학교의 유형은 여섯가지.한국계 해외 학교, 국제 MK학교, 일반 국제학교, 현지 지역학교, 한국에 있는 학교, 홈스쿨링 등이 그것이다.

먼저 ‘한국계 해외 학교’의 장점은 언어 및 문화적으로 한국적 전통을 아이들에게 강화시켜 준다는 점이다. 공통의 인종 언어적인 배경을 공유하는 학생 공동체에 소속한다는 것은 한국 MK들이 나중에 본국에 재입국할 경우를 대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 또한 전반적으로 국제학교나 국제MK학교들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자녀들의 인구를 고려할 때 너무 숫자가 적은 것이 흠으로 나타난다.

‘국제 MK학교’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선교의 비전을 심어준다는 장점이 있다. 또 다문화적인 환경 속에서 익숙해지는 훈련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하지만 한국적 문화 정체성 뒷받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비도 본국이나 해외의 한국 학교들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일반 국제학교’는 MK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단점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적 다원성은 MK들이 세속적이고 이질적인 세상 속에서 전개될 이후 교육과 사회활동을 준비하는 면에서 장점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단점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 또한 아이들 사이 생활수준이 차이가 나 서로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다.

‘현지 지역학교’의 최장점은 접근성이다. 다른 유형의 학교들보다 학비도 저렴하다는 것도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다양한 계층의 현지 아이들과 어울릴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지역전문성이 자랄 수 있다. 교육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단점이며, 소수집단의 일원으로 아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한국에 있는 학교’의 경우 한국의 대안학교가 제시됐다. 한국의 230개 이상의 대안학교 중 절반정도가 기독교적 배경을 가진 학교들이라는 조사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문상철 원장은 “너무 어린 나이의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초등학교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재 MK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는 한동글로벌학교, 부산의 지구촌고등학교, 세종글로벌학교 등이 있다.

‘홈스쿨링’은 많은 선교사들이 현실적이고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하는 교육방법이다. 문 원장은 앞으로 홈스쿨링의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홈스쿨링의 장점은 융통성. 스스로의 교육철학에 따라 교육에 어떻게 접근할지 선택하며 자녀들과 내용, 자료, 학습매체 등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다.

남겨진 자녀들
“부모님이 선교에만 관심이 있고 나에게는 너무 관심이 없어서 관심을 유발하려고 가출했다.”

한 선교사 자녀가 한국선교연구원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어떤 아이는 “하나님이 누구길래 이런 고생을 해야하나”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녀와 선교에 나섰을 때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녀들이 느낀 점들이다. 이와 같이 많은 선교사 자녀들은 영적으로 갈등을 겪고 있으며, 부모와 관련될 수 있는 내적 영적 부담을 갖고 있다. 문 원장은 이에 대해 “한국 선교사들은 자녀들과 함께 한국을 떠나기 전 아이들의 마음을 준비시키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장차 아이들이 겪을 일에 대해 대비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창의적접근지역으로 떠나는 선교사의 경우 비자문제 때문에 선교사의 신분 위장에 대해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며 “계속되는 부모의 거짓말에 아이들은 쉽게 거짓말을 하게 되고 거짓말에 대한 태도까지 바뀌게 된다”고 강조했다.

선교사들이 자녀에게 지나친 기대를 한다는 것도 지적됐다. 성취를 강조하고 의도치 않은 경쟁심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나치게 학습적 성취를 요구하는 것 보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아이들에 대한 후원을 선교후원과 달리해 지원할 것 △국어와 역사를 가르쳐줄 것 △MK들이 머물 호스텔을 확충할 것 △MK교육자들의 지식과 기술 발전을 이룰 것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MK교육은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입니다. 모든 당사자들과 관련자들이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할 때 개성과 발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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