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역사문화관 공청회서 ‘반대’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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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역사문화관 공청회서 ‘반대’ 목소리 높아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10.1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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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과정 없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
▲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지난 14일 한신대학교 대학원 채플실에서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연구를 위한 2차 공청회'를 실시했다.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과 관련 문화관이 세워질 부지로 물망에 오른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장:박동일 목사)의 서대문교육원 문제를 놓고 교단 내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

문제는 지난달 28일 제98회 기장 총회에 유지재단이사회가 헌의한 ‘서대문 선교회관 부지에 한국기독교역사문화관 건립 승인’의 처리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미 수유리 대학원 부지와 향린동산 등 토지매각 과정에서 큰 문제가 불거졌던 기장에서 또다시 ‘땅’ 문제가 부각되자 일부 총대들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기장이 가진 마지막 땅”이라는 측과 “기장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측의 공방이 오갔고 결국 각 노회의 대표 24인과 공천위원회 9인으로 구성된 33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사안은 일단락됐다.
특별위원회는 총회 후 몇 차례 만남을 가졌고 지난 10일에는 교단내 목소리를 듣겠다며 대전교회(박용래 목사)에서 ‘역사문화관 건립 1차 공청회’를 열었다.

기장 한 관계자의 “서대문 부지를 내놓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에 공청회 도중 고성이 오고갔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난 14일 한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2차 공청회의 흐름도 비슷했다.

여신도회전국연합회 총무 인금란 목사의 사회로 진행된 공청회에서는 총회 총무 배태진 목사의 경과보고에 이어 교회협 일치협력국장 김태현 목사가 역사문화관 사업설명으로 이어졌다. 사업설명이 끝났지만 어느 하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충남노회 송건성 목사와 유지재단이사장 김현배 목사로 이뤄진 찬성 발제, 인천노회 박상필 목사와 전 총회장 서재일 목사로 이뤄진 반대 발제가 차례로 이어졌다. 발제가 끝난 후 박수의 크기가 분위기를 다시 한 번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발제 후 마련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찬성 발제자들을 향한 끊임없는 그리고 일방적인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창현교회 허광섭 목사는 “교회협의 제안을 받았다면 그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제안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여부도 묻지 않고 ‘건립 승인’의 건을 총대들에게 묻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절차에서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현덕제일교회 박상환 목사도 이 의견에 동의했다. 그는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공청회는 총회가 시작되기 전 이미 열렸어야 한다. 너무 서두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더디 가더라도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현배 목사는 “그 당시 교회협에서 제안에 대한 답을 달라고 한 날짜가 가까워왔기 때문에 그렇게 처리했던 것”이라 말하고, 배태진 목사는 “그 때는 공청회를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총 사업비 366억 원을 모금해 건축을 마무리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국고 지원금 109억8천만 원을 제외하고 256억2천만 원을 교회협이 모금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설립추진위원장 이영훈 목사가 50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황이지만 “남은 206억2천만 원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는 질문이 공청회장에 오갔다.

기장의 한 관계자는 “교회협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WCC 교단 분담금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200억 원이 넘는 돈을 거둬들일 수 있을지 확실히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나 교회협의 회원교단 대부분이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교회의 지원으로 문화관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기장의 서대문 부지선정이 무산될 경우 대안으로 남는 것은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의 태릉 부지. 기하성의 경우 토지를 무상임대해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문화관에 채워질 내용들 가운데 한국 기독교의 값진 역사보다 한 교단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애초 교회협이 서대문 부지를 문화관 건립부지 1순위로 선택한 것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또한 기하성에서 부지를 제공했을 경우 이영훈 목사가 지원하기로 한 50억 원을 받을 수 있을지도 살펴봐야 한다. 부지와 지원금까지 모두 받는다면 기하성이 문화관 내용 구성에 제안을 할 수 있는 당위가 생기기 때문.

기장의 한 목회자는 “기독교역사문화관을 짓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 의미는 충분히 공감하고 찬성하지만 앞서 논의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문제를 이끌어가는 모습에 반대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장의 홈페이지도 역사문화관 부지 문제를 놓고 시끌벅적하다. 반대를 표하는 글들이 우세다. 하지만 공청회에서 김현배 목사는 “제가 알기로는 역사문화관 특별위에서 많은 분들이 문화관 건립에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상이몽이지만 결과는 나와 봐야 알 것 같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기장은 16일 역사문화관특별위에서 최종 논의를 거쳐 23일 11시 대전교회에서 열리는 실행위원회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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