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교회,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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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교회,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3.10.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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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496년 주년, 한국 교회의 당면 과제는?

#위기의 한국 교회, 496년 전 종교개혁의 교훈 되찾아야
#‘공공성’과 ‘분열의 회복’이 교회 개혁의 첫 걸음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는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판매를 반박하는 내용의 95개 조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성 교회 문에 내걺으로서 종교개혁의 첫 신호탄을 쏘았다. 로마 가톨릭 교회의 타락에 분노한 루터는 면죄부 거래를 비롯해 성직매매, 교황청의 수입원이었던 고해성사의 문제점을 논박하고 교회를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은혜와 믿음을 강조함으로써 부패한 교회를 새롭게 변혁시키고자 했다.

올해는 부패한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일으키고자 했던 종교개혁(Protestant Reformation) 496주년을 맞는 해다. 개신교는 성경의 권위와 하나님의 은혜, 믿음을 강조하며 부패한 교회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전향적인 도전을 통해 탄생됐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는 대형 교회의 세습, 교회 내의 분쟁과 다툼, 교회의 세속화, 목회자들의 윤리적 타락 등이 큰 문제로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다시금 500여년 전, 종교개혁의 교훈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

고인 물은 썩고 말듯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없이는 한국 교회의 미래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10년마다 한차례씩 조사하는 종교별인구조사에 따르면 개신교는 1995년 인구대비 19.7%에서 2005년 18.3%로 1.4%가 떨어져 마이너스 성장 현상을 눈으로 보게 된 반면, 가톨릭은 58.23%에서 1995~2005년 사이에 74.38%로 교세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010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공개한 ‘한국교회의 사회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장 호감 가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 ‘가톨릭’이라는 응답비율이 35.5%였고, 다음이 불교(32.5%), 개신교(22.4%)순이었다. 대한민국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며 부흥을 일구었던 개신교의 성장이 멈추었을 뿐만 아니라 뒷걸음질치고 있는 것.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래목회포럼(대표:오정호 목사)은 ‘오늘의 교회개혁과 사회변혁’이라는 주제로 ‘종교개혁 496주년 기념포럼’을 11일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하고 한국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 미래목회포럼(대표:오정호 목사)은 ‘오늘의 교회개혁과 사회변혁’이라는 주제로 종교개혁 496주년 기념포럼을 11일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개최했다.

‘공공성’ 회복이 교회개혁의 첫 걸음

먼저 한국 교회의 희망적인 미래를 위한 첫걸음으로 ‘공공성’의 회복이 제시됐다. 장신대 임희국 교수는 세계 개혁교회의 초석이 16세기 스위스 취리히의 종교개혁에 있다고 밝히고 스위스 종교개혁자 츠빙글리의 사회윤리와 경제학자 아르투어 리히의 경제윤리를 바탕으로 한국 교회의 개혁의 방법을 ‘공공성’에서 찾았다.

임 교수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가 추진한 신자유주의의 경제정책에 한국 교회도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왔다”며 “빈익빈부익부의 양극화가 심화된 이 시대에 더불어 상생하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사회를 실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한국 교회는 ‘공공성’과 사회적 ‘공적책임’을 계승하는 연합운동을 더욱 강화해야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가 지역사회 속에 깊이 들어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교회 밖 이웃에게 복음의 능력으로 드러내고, 이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를 세상 속에서 증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것이야말로 츠빙글리의 종교개혁과 개혁교회의 유산을 계승하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츠빙글리 개혁교회의 교회론이자 에큐메니컬 운동의 교회론인 연대의 코이노니아가 섬김과 나눔의 디아코니아와 함께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성 교회의 ‘분열’과 ‘부패’에 대한 개혁 있어야

또 다른 한국 교회의 큰 문제 중 하나로는 진보와 보수와의 갈등, 이권다툼 등으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팽배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교회의 개혁을 위한 과제로 분열에 대한 회복이 요청된다.

서원대 김성건 교수는 IMF 사태 이후에 ‘빈곤 문제’와 ‘사회 양극화’를 초래한 것과 관련 한국 개신교도 분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오늘날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는 현재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구조 악’을 묵인함으로써 현 체제의 혁신과 발전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최근 한국의 대형교회를 타깃으로 삼아 증가하고 있는 안티 기독교 현상의 저변에 깔린 사회적 함의를 개신교계가 재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인 초대형 개신교회 신도들은 시민사회를 중시하는 ‘풀뿌리 중산층’이나 ‘풀뿌리 하류층’이 아닌 ‘안전한 중산층’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며 “그로인해 현 한국의 진보적 시민운동 진영과 보수적 개신교 사이에는 크게 갈등과 대립의 관계가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교회의 통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그는 “그동안 한국기독교학술원장 이종윤 목사가 선도적으로 주장해온 ‘한교단다체제’ 운동을 교회 안팎에 재천명할 것”을 제안했다.

또 최근 감리교를 필두로 장로교 통합측이 총회에서 발의한 ‘교회세습방지법안’을 예로 들며 “한국 교회의 개혁을 위해서는 교회 재산 ‘사유화’ 시도를 막기 위한 제도를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의 ‘윤리 의식 회복’으로 영적 권위 회복해야

496년 전, 부패한 로마 가톨릭 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성직자의 타락에 있었듯 목회자의 개혁이 없이는 한국 교회의 개혁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고신대 이상규 교수는 “16세기 개혁이 불가피했던 가장 주 된 원인이 ‘교회의 부패’”라며 “근본적으로 ‘교회의 부패’는 곧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를 말한다”며 교회 개혁의 과제로 목회자의 ‘윤리 의식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중세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성직교육의 부재와 성직자의 양산이었다”며 “성직자의 과대한 배출은 성직자의 지적, 영적, 도덕적 수준을 저하시켰고 상호 경쟁적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권위와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교회 개혁의 기초가 ‘말씀의 권위 회복’과 ‘하나님 중심 사상’에 있다고 진단하고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인간의 권위, 그리고 교회 구조의 계급화와 종교적 권위주의가 큰 문제가 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 교회의 가장 큰 문제 역시 교회 지도자들의 윤리의식”이라며 “종교개혁은 16세기의 ‘역사적 사건’으로만 이해될 수 없다. 한국 교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영적 권위를 회복하는 일이자 자성(自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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