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축하, 친교, 토론이 펼쳐지는 ‘축제의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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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축하, 친교, 토론이 펼쳐지는 ‘축제의 10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3.10.08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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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WCC 총회(상)

WCC 제10차 부산총회 로고.
110개 나라 349개 공교회가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기독교 연합기구 WCC(World Council of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10월 30일부터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시작된다.

북남미와 유럽,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각 대륙에서 뽑힌 총대들과 여성, 청년, 장애인 등 기독교의 또 한 축을 구성하는 멤버 3천여 명이 한국을 찾는다. 세계 교회의 축제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기는 한국 교회도 마찬가지. 총회를 구경하기 위해 찾는 참관단 신청에만 4천명이 넘게 몰리면서 한마디로 부산은 열흘간 ‘기독교의 도시’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개체 교회가 다룰 수 없는 지구적 의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WCC 총회.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를 주제로 좁게는 주최국인 한반도의 정의와 평화문제를 시작으로 넓게는 세계인의 인권과 전쟁종식, 반핵문제 등을 다루게 되며, 교회의 일치와 선교, 창조질서 보존과 함께 누리는 미래 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된다.

하지만 WCC 총회가 딱딱한 회의만으로 채워진다고 생각하면 오산.

10월 28일부터 30일 개막까지 전 세계 300여 명의 여성지도자들이 참여하는 사전대회와 청년의 축제, 그리고 장애인대회가 열린다. ‘마당’으로 이름 지은 부대행사에서는 60여 개의 워크숍과 전시회, 각종 부대행사 등이 마련된다. 사전행사까지 포함해 11월 8일까지 총 11박 12일 간 펼쳐지는 축제의 여정을 미리 돌아본다. <편집자 주>

아침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특송을 하고 있는 모습.
국내 참가자만 4,000명에 육박하는 WCC 총회는 그만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다. 역대 총회에서는 회의장 앞마당에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렸고, 외부 공간이 자연스럽게 워크숍과 전시회로 채워졌다. 그러나 부산총회는 바닷가에 위치한 ‘벡스코’의 장소적 특수성으로 인해 천막예배는 볼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마당’을 보기 위해서는 벡스코 내부로 들어가 전시장을 찾아야 한다.

WCC 총회의 매력은 참가 신청을 하면 누구나 모든 회의를 볼 수 있다는 점. 단, 이미 총대들로 소그룹과 참가자가 구성된 ‘성경공부’와 ‘에큐메니칼 좌담’만 참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열흘 간 펼쳐지는 WCC 총회는 어떤 프로그램들로 구성이 돼 있을까. 가장 먼저 참가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마당’이다.

# 마당, 축하와 교제의 장

마당은 한국의 전통 가옥 안에 있는 뜰을 가리키는 한국 고유어다. 이번에는 주최국이 이름을 붙여 ‘마당’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다. 마당은 만남과 나눔, 경축과 교제를 위한 공간이면서 방문자를 환영하고 외부 인사들을 환대하고 따뜻한 은혜를 나누는 공간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한국 교회는 총회를 개최지의 상황에 적합하게 표현하기 위해 ‘마당’ 콘셉을 제안하면서 워크숍과 전시회, 부대행사를 마련해 놓았다.

마당에는 세계 교회가 참여하는 88개 워크숍과 92개의 전시회, 27개의 부대행사가 진행된다. 그 가운데 한국준비위원회는 ‘세계의 십자가 전’과 ‘사진으로 보는 기독교 사회선교 역사’, ‘생명과 탈핵’, ‘평화열차의 여정’ 등을 볼거리로 꼽았다.

감리교 송병구 목사가 마련한 ‘세계의 십자가 전’은 그가 십수년간 모아온 세계의 십자가들과 그 안에 담긴 상징들을 소개하는 자리이며, 교회의 가시적 일치를 십자가로 묘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전시장 한 쪽 벽면은 세계 교회 참가자들이 가져온 십자가를 걸어 놓아 관람객이 직접 전시의 주체가 되는 교감을 추구한다. 송 목사는 십자가를 가져온 참가자들에게 우리나라 ‘단청’으로 만든 십자가를 기념 선물로 제공하기로 해 한국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의미도 더하게 될 전망이다.

생명과 환경, 평화 등 다양한 이슈가 다뤄지는 만큼 마당 전시에는 ‘주 안에서 우린 하나’라는 정혜레나 개인전도 마련되며 문화그룹 ‘ART 다시’에서는 ‘쓰레기의 부활’을 주제로 전시를 선보인다.

마당 부대행사로는 ‘설장구와 살림신학’이라는 제목의 공연과 여성폭력 방지를 위한 ‘K-POP’ 등이 마련되며 국내 대학교 중 유일하게 백석대학교에서 ‘생명환경을 위한 백석’이라는 홍보부스와 함께 쇠퇴하는 서구 개혁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되살아나는 ‘개혁주의생명신학’을 알리는 특별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 WCC의 영적 생활

WCC 총회에 참석한 넬슨 만델라 대통령.
WCC는 “총회의 전 과정이 기도와 만남과 성찰, 그리고 분별로 이루어진 하나의 영적 체험”이라고 소개한다. 이러한 영적 생활은 그 자체가 하나님 앞에 드리는 기도라고 할 수 있는 총회의 주제(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를 담아 이뤄진다.

WCC가 정치집단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 총회 개회예배만으로도 오해를 해소할 수 있다. 한국준비위원회는 “이번 총회는 ‘기도하는 총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참가자들은 매일 아침과 저녁에 모여서 공동기도회를 연다. 아침 기도후 참가자들은 성경공부를 위해 소그룹 모임을 갖고 성찬예배도 각 교단별 다양한 전통에 따라 드려진다.

10월 30일 오전 10시45분에 시작되는 개회예배는 4천여 명의 총회 참가자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각 전통이 어우러진 경건한 예전으로 진행된다. 예배의 전통을 강조하는 세계 교회 구성원들은 당초 공연장으로 내정됐던 개회예배 장소를 일반 강당으로 옮겨 예식에 적합한 경건한 환경으로 새롭게 단장했다. 공연장과 예배당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철저한 ‘성전’의 개념을 강조한 것.

개회예배를 놓쳤다면 하루 일과를 마치는 저녁 8시에 다양한 전통에 따라 그려지는 ‘저녁기도회’에 참여할 수 있다. 총회 기간 중인 11월 6일 수요일 저녁에는 한국 교회의 예배와 에큐메니칼 공동기도의 요소가 함께 접목된다.

한국 교회를 체험할 수 있는 새벽기도와 주말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각 교회를 찾아가 드리는 주일예배는 우리에게만 있는 뜨거운 영성과 기도의 신앙을 세계 교회 앞에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주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참가자들은 서울 명성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 경동교회, 광림교회 등에 이어 부산과 울산, 경주, 광주 등 전국 각지로 흩어져 한국 교회를 체험하게 된다.

# 만장일치 유도하는 ‘합의제’

WCC가 다원주의를 옹호한다던가, WCC가 공산주의를 지지한다는 일부 반대그룹의 주장들은 사실이 아니다. 왜냐하면 WCC는 지난 9차례 열린 총회 공식문서에서 ‘다원주의, 공산주의, 동성애’ 등을 지지한 바 없다. 다만 WCC 안에 110개 나라의 349개 교회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특성상 각 회의에서 자국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정치적 성향이 담긴 발언들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국제회의가 모두 그렇듯 WCC 역시 다양한 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그러나 WCC의 입장은 최종 회의 단계에서 결정되는 공식문서를 통해서 나온다. 그렇다고 공식문서가 결정적은 구속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단지 세계 교회가 한 목소리를 냈다는 권고사항일 뿐 결정은 회원 교회의 몫으로 돌려놓는다. 예장 통합이 지난 10년 간 진행한 ‘폭력극복 10년’ 사업 같은 것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

WCC 총회 여러 프로그램 중 ‘회의’에 관심이 모이는 것은 회의 진행이 ‘합의제(consensus)’라는 의사결정 모델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합의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경청’이 필요하고, 51:49의 다수결 구조가 아닌 ‘만장일치’를 향한 합의에 무게를 두고 있다.

1997년 하라레 총회 이수 시작된 합의제는 신학과 신조, 선교 등의 문제를 다룰 때 적용된다. 만장일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설득하는 것이 장점이며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리거나 분파가 생기지 않는 이점이 있다. 단, 합의를 이끌어 내기까지 오랜 시간 토론을 거쳐야 하는 인내

에반스톤 총회 전경.
가 필요하다.

WCC 회의에서는 노란색(찬성) 카드와 파란색(반대) 카드로 자신의 입장을 밝힌다. 오렌지 색의 ‘중도’ 입장도 있다. 회의 진행자는 전체적으로 ‘노란색’이 그려질 때까지 의견을 나누도록 유도한다. 사실 신학적 의제에 있어 ‘만장일치’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반대자가 있더라도 가능한 95%까지 찬성을 끌어 올리고 회의록에는 ‘일부 반대가 있었다’는 주장을 반드시 기록한다.

합의제는 국제기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의회민주주의 방식이다. 이 회의 방식은 정교회에 의해서 제안됐다. 신학의 문제를 ‘다수결’로 다룰 수 없다는 주장이었고, 신앙고백은 100%에 가까운 동의를 얻어야만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합의제를 제안한 정교회도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천년 넘는 역사를 이어오면서도 교파분열의 아픔을 겪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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