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하고 깨끗한 총회, 이것만은 고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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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깨끗한 총회, 이것만은 고수하자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9.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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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윤실,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 포럼 개최

각 교단들의 주요 정책들을 결정하고, 미래를 논의하는 가을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가을총회는 이른바 ‘성(聖) 총회’로 불린다. 하지만 가을총회가 하나님과 세상 앞에서 과연 거룩한 총회로 불릴만한 자격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 볼 문제다. 매년 금권선거로 인한 비리의혹과 흑색선전의 난무, 각종 이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꾼 목회자들의 야합, 비민주적인 의사진행 등 거룩한 총회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공명선거를 위한 활동, 세습방지법 및 선거법 개정 등 교회와 교단 개혁을 위한 입법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이와 관련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지난달 30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 포럼을 개최했다. 거룩하고 깨끗한 총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를 통해 교단들이 추구해야 할 가을총회의 올바른 방향성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 하나님의 뜻을 묻는 과정, ‘공명선거’ 필요
교단총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선거다. 마치 총회가 임원선출을 위해 개최되는 것 같다. 교단의 방향이나 살림에 대한 이야기들이 진행되고, 이와 관련된 사항들이 결의되지만 교단을 1년간 이끌어갈 지도자들을 뽑는데 많은 관심이 쏠려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총회현장에서 보면 임원선거가 끝난 뒤에 대의원들이 많이 빠져나가 총회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고, 총회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교단 총회장을 비롯해 임원에 입후보하는 이들은 몇 년에 걸쳐 준비한다. 노회로부터 추천을 받기 위해, 추천을 받았다면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교단의 대표성과 리더십 등을 앞세워 교회와 노회를 설득하고 동의를 얻고 추천을 받아야 임원선거에 나갈 수 있는 만큼 당선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이왕 나간 것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당선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한 교단의 총회선거가 아니라 시장바닥, 이전투구의 정치판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무리가 지어지고, 조직이 동원되다 보니 돈이 오고가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총회가 임원선거에 집중되다 보니 몇 년, 아니면 몇 십 년을 계획하고, 이를 위해 토론하고 의결하는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따라서 총회가 무엇인가 하는 교회론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총회가 교회와 같이 ‘믿는 이들의 공동체’나 ‘하나님 나라 백성 공동체’로 이해한다면 총회의 임원 역시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기 위해 주신 은사다. 거룩한 교회로서의 총회, 그리고 그 가운데 교회를 세우기 위해 주어진 은사로서의 직분에 대한 이해를 바로 세울 때가 됐다. 총회를 더 이상 어느 누구의 총회로 전락시켜서는 안된다.

물론 현실적으로 총회장을 선출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도 하나님의 뜻을 묻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누가 더 힘이 세고, 더 많은 세(勢)를 가지고 있고, 더 많은 재력을 갖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선거가 아니라 다수의 많은 사람들에게 주님이 주신 뜻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명선거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명선거 지킴이’와 같은 총회 내부의 적극적인 활동이 요청된다. 부정선거에 대한 유혹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 공명선거를 요청하는 운동은 대부분 후보들의 도덕성에 대한 호소나 선거제도의 개혁 등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이제는 투표권자들이 스스로 공명선거를 위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깨끗한 선거운동은 한국 교회를 위한 귀한 자정작용을 하고 있다. 올해 개최되는 모든 교단의 선거가 세상의 빛으로 부르신 소명에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조성돈 교수, 실천신대ㆍ정성진 목사, 거룩한빛광성교회>

▲ 깨끗한 총회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 조성돈 교수, 정성진 목사, 심요섭 변호사, 황광민 목사(좌측부터)
# 교회재판의 신뢰회복,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노회가 영적, 도덕적 수준이 높은 자를 총회 총대로 선출해야 하지만 노회의 선출방식이 이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총회의 주역은 총회원인데, 소수의 직업적 정치인들이 총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다수 총회원들은 총회를 ‘관광’하거나 ‘거수기’ 역할만 하는 것 같다.

따라서 총회원들은 ‘외눈박이’가 아니라 여러 개의 ‘눈’을 가져야 한다. 총회원으로서의 눈만이 아니라 교인으로서의 눈, 국민으로서의 눈으로도 총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교회정치에 만연돼 있는 파벌, 지연, 서열 등을 극복해야 한다. 총회 원로(전 총회장)들의 막후 영향력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의 기득권’도 내려놓아야 한다.

다양한 전문능력의 장로가 총회에서 활동해야 한다. 장로교 정치는 치리권과 강도권을 가진 목사가 교인의 대표자인 장로와 함께 교회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목사의 영향력은 막강해지고 있는데, 장로의 역할은 그에 비해 미미해지고 있다.

장로는 사회 각 분야의 직업 활동을 통해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전문능력을 가진 장로는 총회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총회는 ‘정치 목사’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총회를 개혁하고 전문화하는데 장로가 희망이 될 수 있다. 총회가 각 부서와 위원회에서 전문능력의 장로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총회 규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책임 있는 총회를 위해 교회재판도 바로 세워야 한다. 총회원은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 총회가 권위와 거룩성을 회복하려면 교회재판의 신뢰회복이 필수적이다. 교회의 표지로서 권징이 살아나야 한다. 부패한 자에 대해서는 총회 총대자격(피선거권)을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

특히 총회원은 ‘깨끗한 손’을 가져야 한다. 총회재판국, 감사부, 총회세계선교회, 은급재단 등에는 교권과 돈의 유혹이 심하다. 단 한 번의 부정행위자라도 교회정치에서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심요섭 변호사, 정읍성광교회>

# 신앙양심 요구에 앞서 엄격한 ‘제도개혁’이 중요
교회의 선거에서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다. 총회장이 되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초대 교회의 시몬이즘(성직매매)이 한국 교회 안에 살아났다. 성직을 ‘멍에’로 보지 않고 ‘명예’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돈에 달려 있는 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법을 강화해야 한다. 이미 사회에서는 선거법을 강화해 돈을 마음 놓고 쓸 수 없게 했다.

선거권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여비를 제공하는 행위를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은혜스럽게 해야 한다는 이유로 적당히 넘어가서는 안된다. 돈을 써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못하도록 법적시비를 통해서도 불법선거를 근절시키도록 선거법을 강화해야 한다.

목회자 세습방지법도 반드시 제정해야 한다. 세습방지법은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이 문제는 결코 신앙양심에 호소하고 바라만 보고 있을 사항이 아니다. 내 자식이 잘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교계와 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 세습을 감행하려는 목회자가 수없이 많은 만큼 제도화만이 해결책이다.

교회재정도 투명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정을 사용할 때 목회자 또는 소수의 사람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불법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엄격하게 치리해야 한다. 교회도 합법적인 의결구조를 가지고 있다. 합법적인 의결을 거쳐 교회 구성원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정을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법을 정확하고 엄격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신앙인이라고 할지라도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크게 다가왔다. 진정한 변화를 원한다면 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중요하고, 시비를 줄이려면 법을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사람의 양식에 호소하는 일도 계속해야 하겠지만 제도개혁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황광민 목사, 석교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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