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개발 행위, 종교와 종교, 종교와 사회 간 갈등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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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개발 행위, 종교와 종교, 종교와 사회 간 갈등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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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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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철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

한동안 한국사회는 ‘종교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종교 간의 갈등으로 뜨거웠다. 불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종자연과 보수 개신교 단체와의 싸움도 지속됐다. 종교편향인가, 종교차별인가 등을 놓고 불교와 개신교가 큰 갈등을 겪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수습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 간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종교 간 다툼이나 경쟁 외에도 갈등을 부추기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 간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종교는 종교시설의 신축 및 증개축, 성지(聖地)의 개발, 혹은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개발사업을 전개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을 거느리고 방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1995년부터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송산리 일대 800만 평에 ‘청심타운’을 건설하는 한편, 여의도에서도 1만4천 평 부지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통일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례일 것이다.

자금 동원력이 있는 다른 교단이나 교구, 개별 대형 교회나 사찰들도 신학교, 병원, 대규모 교단 건축 등 개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천주교, 개신교, 천도교, 원불교, 대순진리회 등은 ‘성지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개신교를 필두로 한국의 종교들은 매년 천문학적인 자금을 각종 건축이나 개발 사업에 쏟아 붓는 중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종교가 개발 주체로 나서는 경우를 모두 ‘난개발’이나 ‘과잉개발’로 의심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대부분의 종교 측 개발행위는 지극히 합법적이고, 별다른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도 낳는다.
일부 종교적 난개발로 지탄받는 일들에 대한 종교계 내부의 자정 움직임이 곳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 측의 개발행위가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들도 꽤나 폭넓게 또 빈번하게 발견된다.

종교 측의 개발행위로 인한 갈등에는 몇 가지 유형들이 존재한다. 종교 측의 불법 혹은 편법 개발행위로 인해 종교-국가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 국가가 종교 측의 난개발을 사실상 조장함으로써 주로 종교-사회(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 종교 측의 개발행위가 타종교와의 갈등을 유발하는 경우(특정 종교의 개발행위가 다른 종교의 반발을 불러 종교-종교 갈등의 발생하는 경우), 종교 측의 개발행위로 인해 종교-지역주민 사이에 국지적인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시기적으로 볼 때 민주화 이전에는 ‘종교-국가 갈등’이 지배적이었다면, 민주화 이후에는 ‘종교-사회(주민) 갈등’이 더욱 빈번해졌다. 다시 말해 민주화 이전 시기에는 종교계의 불법 혹은 편법적인 건축, 개발 행위에 대한 정부의 단속과 통제,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 종교-국가 갈등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는 종교계의 불법/편법 개발행위, 그리고 그로 인한 정부의 단속과 통제 자체는 계속되지만 그로 인한 갈등의 비중 및 중요성은 전반적으로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반면에 민주화 시대에는 ‘권력형 개발’이나 ‘법률을 통한 난개발 조장’ 등 국가가 종교 측의 난개발을 사실상 조장함으로써 종교-사회, 종교-주민 갈등의 비중과 빈도가 모두 증가했다. 최근 사랑의교회 건축이나 명동성단 재개발 사업이 ‘권력형 개발’ 시비를 초래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화 시기에는 방대한 부를 축적한 종교세력이 점점 대형화되는 건축이나 개발 사업에 나섬으로써 특정 지역의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결국 민주화를 계기로 갈등의 구도가 이전의 ‘종교 대 국가’ 구도에서 ‘종교 대 사회’ 구도로 변했고, 그에 따라 종교의 일차적인 갈등 상대가 ‘국가’에서 ‘사회’(주민)로 변한 것이다.

‘종교-종교 갈등’ 유형은 ‘종교-국가 갈등’ 및 ‘종교-사회 갈등’(시민사회 내부의 갈등)의 성격을 동시에 갖는 경우가 많다. 힘 있는 특정 종교세력의 개발행위가 중앙 혹은 지방 정부의 후원에 의한 것일 때, 따라서 특혜 시비가 일어나기 쉬울 때, 종교-국가 갈등, 종교-종교 갈등, 종교-사회 갈등의 중첩성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여기서 ‘종교-국가 갈등’의 주체는 불이익을 당했다고 느끼는 종교가 될 것이다.

이처럼 ‘권력형 개발’로 인한 갈등은 언제든 ‘종교차별의 정치’로 비화될 강한 휘발성을 내장하고 있다. 동시에 권력형 개발은 특정 종교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취하는 대가로 정치권력에 대한 지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은밀한 ‘정교유착’ 혹은 ‘정교야합’을 부추길 수도 있다.

집권세력이 종교계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각종 건축규제를 완화하거나 종교를 규제의 예외지대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개발을 매개로 한 정교유착의 분위기를 숙성시킨다. 그리고 그럴수록 종교-종교 갈등과 종교-주민 갈등의 폭발성은 더욱 더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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