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간 갈등, ‘종교전쟁’ 보다는 ‘종교자유 전쟁’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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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간 갈등, ‘종교전쟁’ 보다는 ‘종교자유 전쟁’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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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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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박사(한국종교문화연구소)

한동안 한국사회는 ‘종교차별금지법’과 관련된 종교 간의 갈등으로 뜨거웠다. 불교계 인사들로 구성된 종자연과 보수 개신교 단체와의 싸움도 지속됐다. 종교편향인가, 종교차별인가 등을 놓고 불교와 개신교가 큰 갈등을 겪었지만 현재는 어느 정도 수습되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종교 간 갈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직접적인 종교 간 다툼이나 경쟁 외에도 갈등을 부추기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종교 간 갈등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까. 이와 관련된 내용을 담아봤다. <편집자 주>

불교계와 보수 개신교 진영의 갈등을 ‘종교전쟁’으로 보는 것보다는 ‘종교자유 전쟁’으로 보려고 한다. 양 진영의 대립이 폭력을 동반한 투쟁이 아니라 종교자유의 의미와 해석을 둘러싼 담론투쟁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종자연과 같은 시민사회 진영과 개신교 보수 진영 사이에 종교자유를 둘러싸고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서 종자연의 태생이 참여불교재가연대라고 하는 불교단체이고, 조계종(종교평화위원회) 등과 협력 관계를 맺고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보수 개신교 진영에서는 종자연을 시민단체를 위장한 불교단체라고 비판하고 있다.

물론 종자연의 정체성, 즉 종자연이 불교단체인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종자연이 불교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지녔건 아니건 간에 불교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는 사실, 그리고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간에 개신교 보수 진영들과 치열한 논쟁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종자연의 활동에서 개신교 단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사실이다. 청와대에서 동사무소에 이르기까지 공직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편향과 종교차별의 사례를 세밀하게 조사하고, 성시화운동에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이를 법적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는 몸짓 속에서 개신교의 적극적 선교활동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활동을 하나의 종교현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 왜 불교가 개신교를 닮아가는 것일까. 개항 이후 한국사회에서 개신교는 종교의 모델로 자리잡았고, 이러한 모델을 따르지 않는 종교는 근대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불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개신교를 암묵적 모델로 삼고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축조해 나갔다.

불교근대화의 이름하에 경전, 교리, 의례, 조직 등의 측면에서 새롭게 변신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종교인구조사이다. 일제시대 통계에 의하면 1929년 당시 불교도는 약 6만5천 명이었고, 개신교 인구는 30만 명 정도였다. 1985년 인구센서스 조사에 의하면 불교 인구는 8,059,624명이고, 개신교 인구는 6,489,282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개신교는 20배가 약간 넘는 성장을 한 반면, 불교는 100배가 넘는 성장을 했다. 돈 베이커(Don Baker)가 지적하듯이 불교로 개종한 사람의 급증을 나타내는 수치로 보기보다는 종교적 정체성의 표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즉, 과거에 불교적 신앙을 지닌 사람들ㄹ은 자신이 ‘불교’라는 특정한 ‘종교’의 신자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해방 이후 개신교적 종교성이 확산되면서 자신이 불교도라는 종교적 정체성을 확립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적 정체성의 확립은 개종과 선교 중심의 종교성을 수반한다. 조선시대에는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개종’ 개념과 ‘선교’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개신교의 수용 이후 비로소 ‘개종’과 ‘선교’ 개념이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한국사회에서 종교인이 된다는 것은 종교를 변경할 수 있고, 특정 신앙공동체에 속해야 하고, 선교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종교성은 종교 사이의 경쟁의식을 유발한다. 따라서 불교는 근대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개신교를 경쟁상대로 여기게 된 것이다. 불교의 근대화, 즉 ‘불교의 개신교화’ 속에서 최근 한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자유 전쟁의 기반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급속한 성장을 하여 지배 종교로 자리잡게 된 개신교, 특히 보수 개신교와 종교자유 전쟁의 관계는 어떠한 것인가. 보수 개인교인들은 타인들을 자신이 믿는 유형의 종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있어 ‘종교의 자유’는 ‘종교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할 수 없고, ‘타인을 개종시키는 종교의 자유’만을 의미한다.

반면, 진보 개신교의 경우 국가종교가 있어서는 안되며, 교회와 국가의 분리는 지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떤 종교도 사람들에게 신앙을 강요하거나 강압적인 예배의식을 주관해서는 안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종자연의 종교자유관과 너무나도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종교자유 전쟁’은 존교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자유의 프레임을 바꾸는 ‘개념전쟁’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공적공간에서 종교편향과 종교차별을 자행하는 종교자유의 프레임을 감정이입(타자에 대한 배려)에 근거해서 종교자유를 행사하는 프레임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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