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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Learning by d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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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20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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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중국 북송의 이름난 문장가이자 시인인 소동파는 천하명품 10가지를 지목했는데 그 중에서 2가지가 고려청자와 고려 종이이다. 이중 고려청자는 인류가 지금까지 만들어낸 그릇 가운데 가장 훌륭한 그릇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청자를 세계 최초로 만든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미 3세기경에 청자를 만들었고 9세기경에는 절의 선승들이 찻잔으로 사용할 정도로 널리 보급되어 있었다. 고려는 중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청자를 만든 나라다. 당초에는 중국의 도공들로부터 자기 굽는 기술을 전수받았을 것이다.

그 후 우리나라 도공들은 독창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중국 소동파까지도 찬탄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청자를 만들게 되었다.

자기를 만들려면 먼저 적합한 흙을 구해 모양을 만들어 초벌구이를 하고, 초벌구이를 한 그릇에 학이나 꽃 모양을 얇게 새겨 그곳에 백토나 자토를 넣고, 그 위에 유약을 발라 1,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내야 한다. 따라서 세계 최고의 청자를 만들려면 먼저 좋은 흙을 찾아내야 한다. 흙이 좋지 않으면 좋은 자기를 만들지 못한다.

우리나라 도공들이 자기를 굽는데 아주 적합한 흙을 찾아내었는데 그것이 고령토다. 아마도 도공들은 고령토를 찾아내기까지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수많은 자기를 깨뜨렸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의 기술수준으로는 1,300도 이상의 고온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가마를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고려청자가 세계 최고의 청자로 인정받고 있는 요소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문양을 만들어내는 상감기법과 신비로울 정도로 은은한 청자의 비색이다.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비색은 고려 도공들이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기술개발이 고려청자를 세계 최고의 청자로 만들어낸 것이다. 당시 고려청자가 중국의 지배계층이 애용하는 최고 가치의 자기가 되었다는 것은 고려청자가 고려인들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요즈음 식으로 표현하자면 고려청자가 생산과 유통과 판매과정을 거쳐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까지 부가가치가 만들어지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기술개발은 경제를 성장시키는 핵심적인 요인 중 하나다. 그러나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규명된 것도 경제성장이론에 기여한 업적으로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MIT대학의 솔로우(Robert M. Solow)교수가 1956년에 발표한 경제성장모형 이후다.

당시 솔로우 교수도 기술진보가 경제성장에 중요한 요인의 하나라 증명은 했지만 어떻게 해서 기술진보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기술진보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는 외생적변수로 간주하고 경제성장을 설명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에 들어오면서 기술개발은 효과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술개발은 교육, 연구, 학습 등으로 촉진되며 이로 인해 경제성장이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론 중 하나가 Learning by doing이론이다.

Learning by doing이론은 지식의 증가는 그 사회전체의 기술수준을 높여 새로운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이로 인해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돼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은 투입 자본과 노동량의 크기와 관련이 있다. 자본의 투입량이 많아지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할 수 있고 노동자들이 그 기계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을 터득하고 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발명을 유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노동의 투입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되면 경험도 축적되고 전문가들도 배출되므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 기술이 발전된다. 이와 같이 일하면서 배우는 과정에서 기술이 확산되고 발전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도 기술개발이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세계 1위라고 큰 소리치고 있는 조선의 경우만 보더라도 주요 소프트웨어의 96%를 수입하고 있고, 자동차의 경우도 95%를 다른 나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심지어 IT산업의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조차도 시장을 창조할 소프트웨어 분야의 역량부족으로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기술발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가르치고 배우고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의 기술을 사다 쓰는 안이한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창조적인 삶의 길을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지혜 있는 자에게 교훈을 더하라 그가 더욱 지혜로워질 것이요 의로운 사람을 가르치라 그의 학식이 더하리라”(잠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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