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의 끝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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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의 끝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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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1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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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일 목사 (동네작은교회)

영화 ‘설국열차’를 보았다. 꼬리칸의 민중들이 사람답게 살아보자고 열차의 앞 칸으로 한 칸씩, 한 칸씩 문을 열며 나아가는 투쟁의 스토리다. 열차 밖 세상은 인간들이 저지른 죄악으로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버렸고, 열차 안에 탑승한 인간들만이 유일한 생존자들이다.

세상을 자연과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자들이 올라 탄 열차 안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계급과 신분의 상위계층 인간들은 차별과 학대, 불평등의 쇠사슬을 공고히 하려고 하고 억압과 가난,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꼬리칸의 인간들은 더 이상의 이 폭력적 구조에 대해 침묵하거나 수용적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두 세력이 맞닥뜨리는 현장은 결국 폭력과 살인의 끝없는 주고받기이다.

영화는 끝부분에 가서 우리가 정말 열고자 하는 문이 무엇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억압과 불평등, 가난을 벗어나 열차가 주는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권력의 문을 부수어 버릴 것인가? 아니면 끝없이 무한반복으로 달리는 이 열차 자체를 세워버리고 흰 눈으로 뒤덮인 저 세상으로 다시 나갈 것인가?

영화를 보는 내내 한국 교회와 목회자들이 생각났다. 사람들을 일깨워 한 칸씩 앞으로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는 시대마다 성도들을 일깨우고 새로운 교회성장의 모델이 되었던 수많은 교회 지도자들의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70년대 대형집회의 강사들, 80년대 교회성장을 주도한 강남의 교회 지도자들, 90년대 청년 부흥을 일으킨 목회자들….

우리는 과거 ‘교회’라는 이 열차의 맨 앞 칸을 향해 문을 여는 개척자들, 지도자들을 보며 열광하고 환호했다. 그리고 또 새로운 한국 교회의 리더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제안하는 혁명적 목회전략에 감탄을 하고 기꺼이 그들과 함께 다음 칸을 향해 몸을 던져 문을 열려 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갈망한다. 저 너머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감히 확신하며 말하고 싶다. 죄송하지만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는 이 열차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없다. 어서 속히 이 폭력적 구조, 경쟁적 구조, 맘몬의 신에 굴복한 열차를 멈추게 해야 한다. 목적지 없는, 종착역 없는 이 열차의 끝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잃어버린 열차와 같다. 내부지향적 구조인 교회, 교회를 위한 교회, 교회 안에서만 안위를 추구하는 교회는 이제 끝을 모를 무한궤도를 반복하는 설국열차이다.

수많은 교회의 지도자들, 목회자들, 성도들에게 도전과 비전을 던져주는 리더들은 맨 앞 칸에 무언가 대단하게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 그곳엔 이 경쟁적이고 지극히 물신적인 구조를 영구히 달리게 할 인간의 욕심덩어리 엔진이 연기를 뿜으며 쇳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을 뿐이다.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는 공동체이다. 하나님의 통치가 이 세상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광고판이다.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생명력이 있으며 기계처럼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에서 창조주의 호흡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이 바로 교회이다.

그런 교회가 하나님의 나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맨 앞 칸으로 가봐야 무의미하다. 열차가 주는 온갖 혜택은 종교적 위로에 불과하며 그 안에서의 평등과 자유는 마약에 불과하다.

이제 교회는 하나님의 나라를 다시 보여주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다시 회복시키고 계시며 우리는 이 열차를 세우고 문을 열고 사람을 다시 살게 해주시고 만물을 새롭게 소생시키시고 계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하고 느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는 이 세속화의 엔진을 멈추게 해야 한다. 우리끼리의 구원, 우리만의 소통, 우리들만 경험하는 은혜는 교회가 존재해야 할 목적이 아니다. 비록 한순간이지만 창문 밖의 눈 덮인 자연에서 무언가를 본 사람들이 있다. 이 열차만이 소망의 전부인줄 알았지만 극한의 추위와 눈보라 사이로 무언가를 본 사람들이 있다. 바로 그들이 열어야 할 문이 있다.

엔진칸을 차지할 문을 열 것인가? 아니면 이 열차를 세우고 세상으로 나갈 문을 열 것인가? 나와 당신은 지금 창 밖에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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