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말씀은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몸으로 익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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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말씀은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몸으로 익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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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8.02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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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직 교수의 십계명에서 찾아낸 그리스도인의 삶 (49)

광야는 신앙훈련의 장소

▲ 백석대 조직신학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의 법을 공식적으로 선포하시기 전에 준비훈련부터 시키신다. 시내 산에서 모세를 통해 주신 십계명에는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명령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관계는 시내 산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결혼식장에서 혼인서약을 공식적으로 하기 전에도 예비신랑과 예비신부는 부부로서의 삶을 연습하고 준비하는 약혼기간을 갖는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도 시내산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십계명을 공식적으로 주시기 전에 광야에서 안식일을 지키는 연습부터 먼저 시키시는 약혼기간을 갖는다.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명령하시는 안식일 준수가 그들에게 어떤 복이 되는지를 완전히 알지는 못한다. 안식일 준수의 의미와 복은 그들이 하나님의 언약백성으로 일평생 살아가면서 조금씩 체험적으로 깨달아가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안식일을 지키며 사는 삶의 방식부터 체험하고 습관화하기를 바라신다.

이는 우리가 우리에게 매일 주어지는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머리로 다 깨닫고 순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시내산 이전에 광야에서 훈련시키는 과정은 마치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가기 이전에 자녀에게 좋은 습관을 가르치고 익히도록 하는 것과 같다. 대부분의 경우 어린 자녀는 왜 그런 생활습관을 지녀야 하는지 깨닫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생활습관을 권하는 부모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아이라면 그 말씀에 따르는 생활방식을 익히고 습관화하려 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를 얼마나 많이 모아야 하며 만나를 언제 모아야 하고 언제 모으면 안 되는지를 명령하신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 의미를 즉시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그 명령대로 순종하며 살아가는 훈련을 해야 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잘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기본 문장과 표현을 익히고 사용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대신, 왜 그런 단어와 문장이 그 맥락에서 사용되어야 하는지를 묻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그 언어에 관해서는 많이 알 수 있지만, 실생활에서 그 언어를 사용해서 의사표현을 하는 데는 서투를 수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그렇게 오래 배워도 외국인 앞에서 '안녕하세요?'라는 간단한 인사말조차 하지 못한 경험이 우리에게는 있다.

이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나님 말씀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될 수 있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여 그 말씀대로 사는 삶을 습관화해나가는 사람은 그 말씀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말씀을 적용할 줄 안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 말씀을 그의 마음에 새기고 그의 몸에 새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말씀이 성경 속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를 이론적으로만 따지는 사람은 그 말씀이 그의 생각과 삶에서 어떻게 사용되어야 하는지는 정작 모를 수 있다. 그런 사람은 하나님 말씀에 관해 잘 설명하지만 그 말씀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이다. 말은 무성하지만 순종과 실천이 없는 삶은 바로 이런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사랑에 관해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라도 실제로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한 지식을 강의와 저서를 통해 자랑하면서도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을 체험적으로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나님에 관해 이론적으로 아는 것에 앞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하나님의 사람으로 빚어져 가는 일이 필요하다. 언어를 잘 사용하는 사람은 문장을 외워야 하는 시간이 고통스럽듯이, 하나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습관을 키워가는 일도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광야는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선택하신 훈련 장소였다. 유격장에서 교관이 병사들을 훈련시킬 때마다 그 훈련의 의미를 깊이 설명하기에 앞서 조교 실습을 보고 따라하도록 시키듯이, 하나님께서는 안식일 법을 공식적으로 주시기 전에도 안식일 준수 훈련부터 시키신다. 이스라엘 백성은 1주일에 6일만 만나를 모으는 일을 통해 안식일의 거룩함을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6일 동안 힘써 일용할 양식을 모으는 근면함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훈련시키시는 동시에, 하루치 양식만 거두고 먹게 하심으로써 탐욕을 금하는 10번째 계명을 몸으로 익히게 하셨다. 제7일에는 개인의 생존을 위한 노동을 중단하고 영원한 양식이신 하나님 말씀을 통해 사는 법을 익히게 하심으로써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는 제4계명을 몸으로 익히게 하셨다. 하나님 말씀은 머리로 이해하기에 앞서 몸으로 익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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