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NLL, 60년간 피 흘리며 지켜온 국가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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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NLL, 60년간 피 흘리며 지켜온 국가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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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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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남북 해상 경계선)에 대한 실상 이해 / 김창제 교수 (백석대 국가안전보장학)

NLL 설정 배경
1953. 7. 27 한국전쟁 휴전과 함께 유엔측과 공산측의 합의로 육상에서는 4km의 완충공간을 가진 휴전선(군사분계선)이 설정되었다. 그러나 해상에는 공산측이 12해리 연장을 고집함으로써 해상 분계선을 합의하지 못했다. 그러나 휴전 후, 1953. 8. 30 클라크 유엔군 사령관은 남한 선박의 빈번한 북한 해상 진출을 제한할 목적으로 당시 유엔측 관할 도서인 전략요충지 서해 5도(백령도, 대.소청도, 연평도, 우도) 지역과 황해도 해안선 사이에 NLL(Northern Limit Line-북방한계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였다.

이를 남측에서는 불가불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북한도 명시적인 수용을 하지는 않았으나 이후 20년간 아무런 이의 제기 없이 해상활동을 해왔다(당시 해군력이 거의 소멸된 북한으로서는 남측선박 진입을 제한해 주는 NLL의 역할을 유리하게 판단한 것 같음). 그러던 북한이 1973년 들어 여러 차례 NLL을 침범하며 ‘NLL을 인정할 수 없고 경기도와 황해도 도계 연장선상 이북해역은 자신들의 관할해역’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다가 남북한이 동시 UN에 가입한 후 1992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에 현재의 쌍방관할 구역을 존중토록 규정함으로써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드는 듯 했다. 그러던 북한이 1999년 6월 해상도발을 일으킨 후(1차영평해전) 9월, 돌연 NLL 남쪽에 소위 ‘조선 서해 해상분계선’을 선포하며 NLL 무효화를 주장하면서 지금까지 수차례의 크고 작은 해상도발을 자행해오고 있는 실정이다.

현 NLL의 적법성
북한과 남한 내 북한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휴전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기에 현NLL은 합법성이 결여되어 원천무효라 주장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우선 합법성에 관한 문제로, 당시 해양법상 3해리의 영해수역이 통용되던 시기에 북한이 12해리를 주장하여 의도적으로 해상경계선 합의를 좌절시킨 상황에서 UN측으로서는 어떤 원칙 하에 NLL과 같은 남북간 해상 경계선을 일방적으로라도 설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북한도 이를 20년간 묵인하였고(그들은 합의도, 인지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나 실제 59년 북한 발행 조선중앙연감에도 NLL을 남북 해상분계선으로 표기했음), 수십년간 이 선상에서 남북간 물자교류, 좌초선박 및 선원 송환 등 해상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기에 UN이 언급한 것처럼 NLL은 그동안 남북한 군사력을 분리, 군사적 긴장을 방지함으로써 실질적 경계선으로서의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국제법적으로도 ‘상대방 조약의 단서 통지(인지) 후 12개월 내 이의가 없으면 이를 수락한 것으로 본다’는 ‘빈 협약규정’, 그동안 NLL에 대한 남한의 실효지배, 실질적인 군사분계선 및 해상경계선의 역할 등으로 국제법상의 소위 ‘응고의 법칙’, ‘실효성의 원칙’, ‘묵인의 원리’가 적용 되는 등 NLL이 남북한 경계선으로서의 합법성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NLL의 현실적 타당성, 실효성은?
가장 중요한 것은 서해 5도의 전략적 중요성 문제라 할 수 있다. 38도선 이남에 위치한 이 도서들은 남북분단 이후 줄곧 남한의 실효지배로 통치권이 미쳐온 분명한 영토이다. 따라서 이 서해 5도가 남한측에 포함된 상태에서의 남북 경계선 설정시는 현 NLL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해상 경계선 설정 방향도 중요한 논쟁요소이다. 당시 양 측간 이견이 거의 없었던 동해상 분계선은 휴전선의 방향과는 다르게 38도선과 평행하게 남측으로 내려 그려져 있다.

그리고 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서해상 NLL도 일직선은 아니지만 마찬가지 38선과 비슷한 방향으로 그어졌다. 그런데 북한이 1999년 이후 주장해 온 해상분계선은 황해도와 경기도 도계를 연장한 남측방향으로 설정됨으로써 동·서해간 전혀 일관성도 형평성도 맞지 않음을 볼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군사적 측면에 관한 부분이다. 만에 하나 북한이 주장하는 해상분계선 안을 받아들이거나 그들이 대안으로 주장하는 현 NLL과 북한 주장 분계선간의 공간을 평화지대화하여 공동어로구역으로 만들자는 안을 수용한다면 현재 서해 5도상의 주민을 포함한 상당규모로 배치된 우리군사력을 북한 주장 선 이남으로 철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도대체 어떤 국가관계에서 전쟁패전국이 아닌 상태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북한은 서해 5도에 대한 남한 관할권은 인정한 상태에서 해상분계선만 자신들이 주장하는 선으로 조정하되 최소의 통항로를 만들어 남한과 미군의 서해 5도 출입만은 보장해 주겠다고 하는 어린 아이도 웃지 않을 수 없는 주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동어로구역 설정 주장, 타당성은?
북한은 그들이 주장한 해상경계선의 근거가 미약하고 억지라는 반론을 의식하고는 그 경계선으로 배수진을 친 상태에서 현 NLL과의 중간해역을 군대를 철수한 평화지대로 만들고 공동어로구역으로 설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남측에도 이 주장이 남북한의 상호 절충안으로 경제적 이익을 도모하고 군사적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안이라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음). 일견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안은 현 NLL의 비합법성이 입증되거나, 북한 주장 해상분계선이 국제법적, 현실적 타당성이 인정된다는 것을 전제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안은 일방적으로 남한만 실효지배하고 있는 현 NLL을 포기하고 주민과 군대를 철수해야 하는 수용자체가 불가능한 안이기에 이는 결국 경제적인 유익, 군사적 충돌예방이라는 명분만 그럴듯할 뿐, 사실 우리의 해역을 상당부분 내어놓으라는 주장에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끊임없이 현 NLL을 무력화하려는 북한의 저의는 무엇일까? 결국 해상영역 확보의 문제이겠으나 내면의 저의를 살펴보면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이렇다 할 외화벌이가 극히 제한되는 북한으로서는 한국 제1 꽃게잡이 어장인 현 NLL 이남지역에서의 어로유혹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는 군사적 문제로서, 북한의 서해 군사적 요충지인 몽금포, 옹진반도 지역에서 채 2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백령도, 연평도가 위치하여 이 지역에 배치된 아군의 군사력이 그들의 입장에선 목의 가시처럼 느껴질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현 NLL 무력화를 위해 NLL의 비합법성을 지속 주장하고 끊임없는 도발을 감행하는 한편 공동어로수역 주장 등 평화공세도 병행함으로써 이 지역을 분쟁지역으로 몰고 가 그들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불가시 그 차선의 어떤 반대급부라도 얻어내려는 속셈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이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분명하고 단호해야 한다. NLL은 앞에서 제시한 여러 정황, 국제법적 정당성, 60년간을 피로 지켜온 국가의 영역이다.

따라서 남한 적화를 기도하고 있는 저들에게 수도권 기습을 유리하게 해줄 수 있는 서해 해역을 어떤 경우에도 내어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입장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여야, 정파, 이념을 초월하여 결코 다를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나? 사실 이런 상황 하에서 남북한 모두에게 만족할 대안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민족통일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모두의 지혜를 모아 현명한 대안을 찾아내는 노력이 요구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우선, 북한의 현실적 문제인 경제적 요구만이라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제한되기는 하나,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NLL 북측 허용공간이 원천적으로 제한됨으로써 충분한 공동어로활동에 한계가 있어 북한에 실익이 크게 돌아가는 안은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는 좀 더 정치, 군사 분야 등에서 다양한 연구검토가 요구되는 방안인데, NLL이 준수된 상태에서 꽃게잡이 기간 동안만이라도 북한어선으로 하여금 NLL 이남 남측어장에서 어로활동을 하도록 허가해 주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면 우리의 어획량이 줄어들 수 있어 남측 어업 종사자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기는 하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남북관계발전을 고려할 때 이런 정도는 배려해야 될 것으로 보며, 실제 현실적 면에서도 그동안 남북한 간 지속적인 군사적 위기 발생으로 총 출어일수 제한, 어업시간 단축 등에 따른 실질적 어획량 손실을 감안한다면 꼭 부정적으로 생각할 문제만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나가는 말
NLL 문제는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진 일이 아니다. 남북 간의 갈등 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문제이다. 정말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이를 풀기 위한 최초의 단초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이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일일 것이다.

그런 연후에 비록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대안이라도 마련하고 이를 이루도록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기에 지혜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국민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사명감으로 골몰하고 있는 사람들, 오늘도 우리의 영토인 NLL을 피로 지키겠다고 부릅뜬 눈으로 전방을 응시한 채 거친 파도와 싸우며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국민들의 한없는 격려와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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