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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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 운영자
  • 승인 2013.06.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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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의 두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 옆에는 선린이 근심어린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지원이 입원한 이후로 선린이 그의 보호자 역할을 했다. 그가 대변, 소변을 보려고 할 때마다 선린이 그를 도왔다.

이지원은 따뜻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성장했다. 그는 태어난 지 3개월 후 작은 교회 앞에 버려졌다. 그가 버려질 때 남아 있는 것은 그의 생일과 그의 이름이 적힌 쪽지 한 장이 전부였다. 교회는 그를 양육할 수가 없어서 그를 가까운 고아원에 보냈다. 그 고아원에는 그보다 더 어린 아기가 있었다. 한 아기는 출생한지 1개월, 또 다른 아이는 2개월 된 아기였다. 고아원에서는 어린 아기를 양육하느라 지원이는 항상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지원이는 가족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족의 사랑을 느껴보지도 못하면서 자랐다.

“왜 그래?”

선린이 수건으로 그의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주면서 지원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고마워!”
“뭐가?”
“나를 살려줘서!”
“내가 한 게 아니야!”
“아니야! 너 덕분에 내가 살았어!”

선린은 지원이를 어떤 때는 친구처럼 대하다가 또 어떤 때는 마치 아버지처럼 그를 타이르기도 하였고 또 다른 때는 어머니와도 같이 그를 포근하게 감싸주었다. 지원에게 있어서 선린은 가족과도 같았다. 지원은 선린이 그에게 말한 “꿈이 있는 사람은 죽을 수가 없어!”란 말을 상기하면서 선린에게 말했다.

“나의 생명은 너희 것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선린이 말했다.

“너를 위해서 살겠어!”
“너는 나와는 꿈이 다른데!”
“그래 나의 꿈은 너하고는 다를지 몰라! 그래도 내가 성공하면 너를 위해서 그것을 쓸 거야."
“생각해 줘서 고마워!”

지원은 수술 후 15일이 지나자 완치되었다. 병원 원무과에서는 매일 같이 퇴원을 독촉했다. 선린은 병원비를 마련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다. 그는 가정교사를 하고 있는 학생 어머니로부터 과외비를 선불 받았으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장소망의원에서 선린은 원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이지원의 진단 기록을 복사하고자 하면서 그와 다툴 때 원장이 그에게 하던 말이 생각났다.

“이지원의 장례비가 없다면 내가 도울 마음을 가지고 있네!”

선린은 원장에게 다시 항의를 할 것인지, 아니면 순순히 그의 도움을 요청할 것인가를 놓고서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학생 왔구먼?”
원장이 그를 보고 말했다.
“예.”
“지원 학생은 퇴원을 했는가?”
“아직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지원은 퇴원했다. 그가 퇴원할 수 있었던 것은 장소망의원 원장의 도움 때문이었다. 선린은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체험을 했다.

지원은 중학교 졸업을 하자마자 고아원을 뛰쳐나왔다. 넝마주이 생활을 하며 고물상 가게를 차리고 싶어했다. 그는 아침 일찍이 소공동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버려진 폐지나 물건들을 줍고 다녔다. 오후에는 난지도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다녔다.

그는 사람들이 버린 폐품들을 바라보면서 폐품과 자기의 삶이 비슷한 것을 느꼈다. 자신은 버려진 삶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폐품이라고 해도 값나가는 것이 있었다. 책 만큼은 헌 책이라도 새 책의 가치 못지 않았다. 그는 책을 찾을 때마다 어떤 책은 읽고 어떤 책은 고서점에 가져다 팔았다.

그는 접혀진 신문지 사이에 대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대봉투 안에는 책 한 권이 있었고 또 다른 편지봉투가 있었다. 편지봉투는 두툼했다. 그는 봉투 안에는 달러가 있었다. 앞면에는 초상화(저자 주: 벤자민 프랭크린)가 있었고 뒷면에는 건물(저자 주: 독립기념관)이 보였다. 달라 네 귀퉁이에는 100이란 숫자가 씌어 있었고 모두 100매였다. 그는 처음 보는 달러였지만 달러 윗부분에는 미합중국이란 영어가, 아랫부분에는 원 헌드래드 달러스란 문구가 기재된 것은 읽을 수가 있었다. 그의 가슴은 마치 큰 범죄라도 저지른 것처럼 마구 뛰었다. 그는 선린의 생각났다.

“선린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 이 돈을 나 혼자는 쓸 수가 없어! 반은 선린의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하늘에서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는 주위를 살폈다. 아무도 난지도 쓰레기장에 다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어깨에 멘 넝마주이통과 찍개를 한 곳에 던져두고 발견한 봉투를 손에 단단히 들고 선린이 다니는 학교로 향했다. 그는 길을 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금방이라도 자기에게로 달려올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길 건너 경찰관 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한 건물 뒤에 사람이 없는 곳에 잠시 섰다. 그는 다시 선린이 다니는 학교로 향했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다리가 후들거려서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그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겨우 걷고 있었다. 도착하니 선린의 수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한 시간이 마치 몇 날이 지나는 것처럼 지루하기만 하였다. 그는 병원에 입원하고 있을 때 선린이 그의 침대 옆에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였다. 또 그가 선린에 대하여 한 말이 생각났다.

“나의 생명은 너의 것이야! 내가 성공하면 너를 위해서 그것을 쓸 거야!”
그는 선린과 함께 이 돈을 가지고 어떻게 쓸까 생각해 보았다.
“같이 살 집을 지을까?”
“아니면 사업을 한 번 해볼까?”

그가 선린과 헤어진 것(병원에서 퇴원 한 날)이 불과 한 달 전이었다. 그러나 그 한 달이 그에게는 몇 해가 지나간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잠시 후 학생들이 책가방을 손에 들고 교실을 나오는 것이 보였다. 자기가 써보지 못한 고등학교 모자와 모표가 마치 번쩍번쩍 빛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써보고 싶었던가? 그러나 이제 이 돈만 가지면 무엇이라도 할 수가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생각했다.

“그래! 난 드디어 성공했어! 돈이란 것은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힘이 있어! 이제 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공부도 할 수가 있을 거야!"

“너 어쩐 일이니?”
선린이 교문을 나오다가 그를 보고 반갑게 말했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 찾아왔어! 어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말하자.”
둘은 선린의 학교에서 가까운 한강 모래밭으로 갔다. 모래밭에는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두 사람은 한적한 한강을 바라보고 앉았다.

“어떻게 된 거야?”
선린이 지원에게 물었다.
“나, 큰 돈이 생겼어!”

그는 큰 봉투 안에 있는 작은 봉투를 꺼내어 선린에게 보여 주었다. 선린은 미화 100달러를 보고 놀란 눈을 하고 지원에게 말했다.

“이거 너 어디서 훔친 건 아니겠지?”
“아니야! 난지도 쓰레기장에서 발견했어!”
“어떻게 할 작정이냐?”
“너하고 나누어 쓰면 안 될까?”
“그건 죄를 짓는 것이야!”
“아무도 본 사람이 없어! 우리가 써도 되지 않을까?”
“세상에 완전 범죄란 없어!”
“…….”
“나는 불의하게 성공하는 것보다는 정직하게 사는 길을 택할 거야.”
“이것을 포기한다면 내가 어떻게 될까?”
“잘못된 것을 포기할 용기가 있는 자라면 더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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