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그 속에 따뜻한 마을을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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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그 속에 따뜻한 마을을 세우자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5.21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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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교회가 세운 주택관리협동조합 ‘태평동락커뮤니티’

 

▲ 주민들이 사는 집 아래 둥지를 튼 주민교회.
들어서니 예배당 같지 않다. 약 88석의 공간. 이왕 교회건축을 마음먹었다면 크게 지을만도 한데, 규모가 작다. 예배당 정면 좌측에는 알파벳 대문자 T자 모양의 구조물(타우 십자가)이 걸렸다. 태평동락커뮤니티 지하에 위치한 주민교회(원로목사:이해학 목사)의 이야기다. 교회 위로는 근린생활시설이, 또 그 위로는 78세대의 주택이 들어섰다.

주민교회는 1973년 군사정부의 산업화 성장정책에 떠밀려난 도시빈민들의 수용을 위해 구성된 한 위성도시에서 그들을 섬기기 위해 세워졌다. 때문에 그들을 위한 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이 교회를 중심으로 세워졌다.

또한 새롭게 생겨난 사회적 약자 이주민 노동자들을 위한 외국인노동자 센터도 세웠다. 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들을 섬기기 위해 세워진 곳이 바로 주민교회다. 이제 주민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품는 것을 넘어 살기 좋은 세상을 꿈꾼다. 그렇게 태평동락커뮤니티가 지어졌다.

▲ 태평동락커뮤니티 전경.
태평동락(太平同樂)

성남시 태평동에서 함께 즐거움을 찾는 모임. 태평동락커뮤니티는 코하우징(Co-housing, 여러 세대의 개인주택과 공동체시설, 옥외공간과 같은 부가적인 공동시설을 갖추고 공동생활을 영위해 가는 주거단지) 방식의 주거형태다.

주민교회 창립 40주년을 맞이해 기존 터전을 매각하고 도시와 농촌지역에 교회공간과 수양공간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교회 터전의 자산평가금액이 예상보다 낮아 계획 추진에 어려움을 겪게 됐고 매각과 재건축을 두고 교회 안에서 토론을 거친 뒤 지난 2011년 1월 ‘생명공동체를 향한 도시 만들기 사업’을 확정해 별도 법인 (주)태평동락커뮤니티를 설립했다. 법인은 내용상으로는 주택협동조합과 유사했지만 추진 당시에는 주택협동조합 법인 형태가 없었기 때문에 주식회사로 출발했다.

사업을 위한 자금은 교회 땅을 주민신협에 담보로 잡아 마련했다. 또 공동체 생활을 희망하는 교인들에게 정주형 주택을 미리 분양해 주택대금 일부를 받아 건축비로 충당했다. 교인들의 믿음, 주민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태평동락은 추진 자체가 어려웠을지 모른다.

그런 믿음 속에서 태평동락을 시작됐다

함께 사는 ‘마을’

현대사회 속에서 마을을 만들자는 것이 첫째 목적이었다. 지역사회와의 소통, 교류에 필요한 공간을 마련해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 이를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주민교회가 태평동락을 시공한 이유다.

조금 낯선 예배당의 모습도 여기서 비롯됐다. 많은 지역사회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극장 형식을 띤 예배당을 지었다. 그 공간에서 연극, 영화 등 문화 행사를 더욱 편안히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12층은 입주자들이 함께 가꾸는 옥상정원으로 조성했다.

▲ 태평동락커뮤니티를 형상화 한 일러스트.
“기독교가 주로 이야기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의 구원, 하나님 사랑(영성)과 이웃사랑(영성의 실천)인데 태평동락은 그 중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이웃사랑과 사회구원을 펼치려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새로운 공동체의 시도죠. 태평동락에 입주하게 되는 66세대의 사람들은 이제 도심 속의 마을을 만들게 될 겁니다. 그들이 이 공간을 사용할 때 필요한 룰을 함께 정하고, 그 결정을 함께 논의해 협동조합형태로 확대하는거죠.” 태평동락커뮤니티 건축위원장 장건 장로가 말했다.

내가 주인으로 참여하다보니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더불어 은퇴자나 전업주부가 협동조합에 함께하면 일자리도 창출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옆집 사람과 소통하며 사는 마을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건축 기초는 ‘믿음’

교회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다만 나중에 지역주민들이 활용할 때 부족함이 없도록 음향과 조명, 프로젝터에 더욱 신경을 썼다. 오로지 주민들을 위한 교회로 만들자는 교인들의 바람이 담겼다.
 
왼쪽 벽에 걸린 타우 십자가는 믿지 않는 이들의 거부감을 없애자는 차원에서 달리게 됐다. 먼저 믿은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이 담긴 친절을 베푸는 것이 선교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주민교회는 사회에서 생긴 문제를 그저 지켜보지 않는다. 바로잡기 위해 생각하고 움직인다. 하지만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다른 교회들과는 조금 다르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기도에 힘쓰기 때문이다.

▲ 태평동락커뮤니티의 건축위원장 장건 장로.
주민교회 정나진 부목사는 “대부분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교회들은 그저 시위를 하며 자신의 의사만을 표현하기 마련인데, 주민교회 성도들은 시위를 나가 찬양을 부르며 통성기도하는 분들이다. 또 교회에 마련된 기도실에서는 밤낮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입당예배에서 설교한 이해학 원로목사 또한 “지난 고난의 세월을 생각하면 우리가 태평동락을 세운 것은 하나님이 주신 기적”이라며 “하나님께서 우릴 건너게 하신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태평동락은 어디서도 시도되지 않은 공동체 형태다. 얼핏 보면 그저 원룸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주택구성원들이 함께 관리하고 만들어가는 도시속 마을을 지향한다. 실험적인 공동체인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마을이라는 단어만 남아있을 뿐 이미 마을이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만들려는 주민교회. 그리고 태평동락커뮤니티. 그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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