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끊임없이 우릴 부르신다 높이 쌓인 벽 때문에 듣지 못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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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끊임없이 우릴 부르신다 높이 쌓인 벽 때문에 듣지 못할 뿐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3.05.14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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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 속에서 하나님 찾고, 주만 바라는 탤런트 이원용 집사

▲ 어느 금요일 오후 안양예술공원에서 탤런트 이원용 씨를 만났다.
이름을 듣고는 갸우뚱 한다. 얼굴을 보고는 ‘아!’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오랜 방황의 시간을 건너왔다는 그의 얼굴은 봄 햇살에 더욱 빛났다. 아내의 기도와 헌신이 없었다면 자신은 변할 수 없었을 것이라 말하는 그.

이제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교회 다니세요?”하고 묻는 영락없는 그리스도의 사람, 어느 따뜻했던 금요일 오후 안양예술공원에서 탤런트 이원용 집사(여의도순복음교회)를 만났다.

겨자씨 믿음
“제가 중학교 시절에는 꽤나 공부를 잘 했습니다. 덩치도 작고, 키도 작아 공부에만 열중했던 것 같아요. 중앙대학교 부속 중학교를 다녔는데, 미션스쿨이었죠. 그 때 드렸던 예배와 들었던 말씀들이 겨자씨만한 믿음이 되어 제 마음에 스며있었나 봅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알았지만, 고등학교를 가면서 이 집사의 학창시절은 정상궤도를 벗어난 듯 했다. 친구들 자취방에서 한 잔, 두 잔 늘어가던 술병. 그렇게 그의 사춘기 시절은 술에 찌들어갔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니 점점 반항심도 생겼고, 공부는 뒷전이 되어버렸죠. 그 때는 극장에서 해외명작 영화들을 많이 상영해줬는데,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던 극장에서 꿈을 발견했습니다.”

대학 입시가 시작될 무렵, 그의 성적을 받아줄만한 학교가 없었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를 꿈꾸던 그는 배포있게 MBC 9기 탤런트에 지원했다. 3차까지 있었던 당시 탤런트 시험. 1차에 붙자 여기에 모든 것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방송국 화장실에서 그는 다시 하나님을 찾았다.

“그 때는 하나님을 제가 이용했죠. ‘탤런트 시험에 붙게 해주시면 제가 교회 다니겠습니다’하고 하나님께 제안을 했었어요. 사실 서울예대에 원서를 넣어놓긴 했었는데, 가능성이 없다고 봤거든요. 탤런트 시험 1차에 합격하니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호기롭게 탤런트 시험에 합격했다. 또 며칠 뒤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를 놀라게 했다. 서울예대까지 합격하게 된 것. 모든 것이 하나님의 도우심이었다. 당시 대기업 부장 월급 규모의 전속금을 받은 청년. 게다가 그는 대학생이었다. 매일 밤을 ‘소돔’ 명동에서 술로 보냈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이었지만 방송국 탤런트라는 이름으로 ‘통행권’을 소지했던 그에게 거리낄 것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실 때는 정말 멈춤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몇 해 지나고 신인상도 받았어요.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제가 영웅이었고, 많은 이들이 저를 따랐었죠.”

나락으로….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에게 어느 날 날아온 입영통지서. 당시 관례상 탤런트는 면제가 되었던데 비해 왠일인지 그는 징집대상자로 분류돼 군생활을 하게 됐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방송국에 더 이상 그의 자리는 없었다.

“군대에 다녀오니 제 동기들이 모두 주연을 꿰차고 있더라고요. 저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하려고 노력했는데 전과 같은 명성이 다시 돌아오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 인생은 내리막길이었죠. 정말 희망이 없었을 때인데, 그땐 정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조차 안 납니다.”

▲ 이원용 씨가 참여하고 있는 성극.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복음을 전한다는 사명으로 몇해째 참여하고 있다. 오른쪽이 이원용씨.
교회를 다니면 잘 돌봐주겠다는 방송국 국장급 임원의 제의도 마다했다. 그저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이 그를 지배했다. 교만의 영이 감쌌던 것. 길을 걷다 어느 백화점 앞에서 찬양을 하는 전도사를 만났을 때 뭉클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느꼈지만 그마저도 밀어냈다.

“이뤄놓은 것도 없이 서른이 됐고. 당시 누님이 계시던 미국으로 훌쩍 떠났습니다. 다니시던 교회당에 그저 자리만 채웠죠.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 견디지 못하고 1년이 채 안 돼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을 때, 하나님은 다시금 그에게 기회를 선사하셨다.

다시 찾아온 기회
평소 그를 좋게 평가하던 KBS의 한 프로듀서를 만나 주연에 캐스팅된 이 집사는 ‘물의 나라’, ‘불의 나라’ 등에서 열연하며 백상예술대상, KBS 연기대상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이제 고생은 끝났다’는 생각이 가득 찼다.

두 작품이 끝나고 얼마 간의 휴식을 취한 그에게 온 제의. 비중있는 조연 역할이었지만, 이미 두 차례의 주연을 맡았던 그는 제의를 쉽게 수락하지 못했다. 그의 맘 속에 다시 교만이 차기 시작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일이 없어 힘들었을 때는 잊은지 오래였죠. 주연을 두 차례나 했고, 시청률도 좋았어요. 게다가 권위있는 상까지 받았던 제가 왜 주연이 아닌 조연을 맡아야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습니다.”

교만함 때문에 들어오는 모든 일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받는 스트레스에 찾게 되는 것은 술이었다. 그리고 술은 그에게 습관이 되어버렸다. 지명도는 점점 떨어졌고, 그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도전 지구탐험대’라는 프로그램. 거기서 이 집사는 다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느끼게 됐다.

“당시 연예인들이 해외에 나가 오지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한 번은 콩고의 어느 정글에 갔는데, 약 보름 일정으로 출발했죠. 그런데 갑자기 전쟁이 난 겁니다. 외국인이라 잡히면 스파이 누명을 쓰고 즉결처분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총알이 빗발치는 그 곳에서 한 선교사님을 만나 무사히 돌아오게 됐습니다.”

죽음의 위협이 눈앞에 있을 때, 함께했던 스태프는 물론 이 집사까지 다들 하나님을 찾았다. 보름의 일정으로 들어갔던 그 곳에서 일행은 약 75일을 보내고 겨우 탈출할 수 있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이 집사의 신앙은 조금씩 변해갔다. 죽음 앞에서 하나님이 구하심을 느꼈던 것이다.

‘좋은 자리’
2009년 3월 22일. 이 집사는 이 날을 잊지 못한다. 하나님께서 그를 직접 만지시고 위로하셨던 날이기 때문. 미국에서 온 한 목사님의 말씀과 기도를 통해 그는 변화했다.

“그 때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교회가 가기 싫어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아내의 강권으로 교회 주차장까지 갔죠. 거기서 또 머뭇거리고 있는데 후배 한 명이 들어가자는 겁니다. 그렇게 들어간 예배당에서는 목사님이 설교를 하고 계셨습니다. 이어진 기도 시간 목사님께서는 저에게 ‘성령의 강한 임하심이 계실 것’이라고 선포하셨습니다. 진리를 맞이하니 두려운 마음도 생겼지만 그에 응했을 때 마음은 편안해졌고, 눈에서는 회개의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그 예배를 계기로 하나님은 그에게 ‘중보’의 은사를 허락하셨다. 다른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을 허락하신 것. 게다가 끝까지 끊지 못하고 있던 술에서도 그는 자유로워졌다.

“갈멜산기도원의 말씀이 좋다는 아내의 말에 기도원 옆으로 거처를 옮겨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예찬선교회(윤준형 목사)에서 성극을 준비해 다른 이들에게 선교를 나서기도 하죠. 드러나지 않는 작은 사역이지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고 생각해 순종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밖에도 문화선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독교문화예술대상에 선정되는 등 하나님 나라를 위한 일에 헌신하고 있다. 그가 만든 명함에는 ‘너 하나님의 사람아!’라는 말씀을 적어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를 전한다.

“제가 예수님 역할을 맡은 성극은 정말 작고 보잘것없는 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의 모습을 살펴보면 작은 역할을 마다했던 젊은 시절과 대비되죠. 하나님께서는 늘 크고 좋은 것을 구하던 제게 ‘순종’이라는 도구를 통해 ‘만족’이라는 선물을 주셨습니다. 큰 자리, 좋은 자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하나님을 전할 수 있는 자리야 말로 가장 좋은 자리 아니겠습니까?”

누군가를 위해 함께 기도할 때, 하나님은 그를 사용해 다른 이들을 회복시킨다는 이 집사의 얼굴에 봄꽃처럼 완연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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