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결혼으로 ‘스스로 살아가게’ 이끌어 주는 든든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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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과 결혼으로 ‘스스로 살아가게’ 이끌어 주는 든든한 친구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4.10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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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장애인의 친구 대한성공회 ‘함께사는 세상’

▲ 함께사는 세상은 지적 장애우 30명에게 목공방ㆍ세차ㆍ우편발송대행 등 다양한 직업을 제공하고 있다.

교회에서도 특별한 시각보다는 인격적 만남 원해
목공방·세차장 등 직업 통해 보람과 자부심 느껴

지적장애 3급인 A군은 요즘 하루가 즐겁다. 최근 기독교공동체를 통해 매일 출퇴근할 곳이 생긴 그는 엄연히 4대보험이 보장되는 공방에서 가구 만드는 일로 하루 6시간 작업하고 있다. 자신이 만든 가구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A씨는 장애인자활작업장을 통해 삶의 또 다른 의미를 찾았다고 말한다.

같은 곳에서 일하는 B씨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 기독교공동체를 통해 세차를 하게 된 B씨는 많게는 하루 4~5대 정도의 차를 손세차 한다. 이동 세차팀과는 달리 과천정부청사에서 내부세차를 하는 그는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한창 때는 동료와 함께 매일 10여 대 정도의 차를 세차한 적도 있다고 말하는 B씨는 자신의 손을 거쳐 차가 깨끗해질 때 기분이 많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실업률 증가를 비롯해 청년실업문제가 산적한 사회문제로 등장한 이후 취업 문제는 한국 사회 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사회학자들은 풀리지 않는 실업률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일자리는 조직 구성원에게 소속감과 안정감, 성취감을 동시에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는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많은 기독교사회복지단체 관계자들은 “장애인 취업문제는 그동안 일반인 실업문제에 가려 한동안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일반인과 비교해 장애우들에게 직업은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한국 기독교사회복지단체는 장애인 취업 문제와 관련 그동안 다양한 대안책을 사회에 제시해왔다. 그 중 대한성공회에서 운영하는 ‘함께사는세상’(박태식 신부)를 찾아 장애우사회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기독교사회복지의 한 단면을 살펴보았다.

▲ 대부분의 직원이 함께 참여하는 우편발송대행업은 ‘함께사는 세상’ 설립 시부터 운영되어온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다.

# 함께사는 세상을 꿈꾼다
지하철 신림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20여 분간 가다 난곡동 주택가에 이르면 산성교회까지 가파른 언덕길이 이어진다. 경사진 차로 중간 목적지에서 하차해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바로 만날 수 있는 ‘함께사는 세상’. 성공회에서 운영하는 이곳은 1997년부터 장애우 직업문제 해결을 위해 17년간 경험을 쌓아온 곳이다.

1층에는 목공방을 비롯해 세차, 우편발송대행 등을 운영하는 이곳은 지적장애 3급 장애우 30여 명에게 일터를 제공하고 있다. 20대에서부터 30대까지 직원 각각 8명과 13명, 40대와 50대 이상 직원 6명은 이곳에서 일하며 생활하고 있다.

2층 생활시설 ‘도란도란’에는 낙도지역에서 시달리다 SBS SOS 24 프로그램을 통해 구출된 장애우 어르신 20여 명의 삶의 터전이 마련돼 있다. 그밖에도 ‘함께사는 세상’은 남녀 장애우 그룹홈 두 개를 운영하며 장애우 복지를 위한 사회복지시설 4개를 관악구청과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강하니 신부는 “장애인도 비장애인에 못지않게 직업을 통해 보람과 자긍심,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며 “장애우에게 있어서도 직업은 인생에서 갖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호받는 위치에서 벗어나 사회구성원으로서 무엇인가 만들어 누군가에게 주고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은 장애우 자활과 직업 문제에 있어 중요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함께사는 세상 산하에서는 그래서 지난 2011년부터 목공방을 운영하며 △독서대 △필통 △연필ㆍ명함 꽂이 △이동식 책꽂이 △약상자 △책장 △2인용 식탁 △테이블ㆍ협탁ㆍ이동식수납의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지적장애인에게는 무리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목공방을 10년간 운영한 윤훈 전문직업 재활교사를 통해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서 두 곳밖에 없는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직업 목공방이다.

이와 함께 세차도 외부에의 이동식 세차와 내부 스팀 세차로 나눠 또 하나의 안정적인 직업군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동식 손세차의 경우 성공회대와 강남일대에서 진행되며, 내부세차는 과천정부청사 내에 자리 잡아 스팀세차와 내부세차를 겸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 지난 2011년부터 운영된 ‘함께사는 세상’ 목공방에서는 △독서대 △필통 △연필ㆍ명함 꽂이 △이동식 책꽂이 △약상자 △책장 △2인용 식탁 △테이블ㆍ협탁ㆍ이동식수납의자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

# 장애인에게 직업이 주는 의미
17년간 이곳에서 지적장애우를 위한 일자리를 제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태식 신부는 “성공회는 교단 특징상 사회선교를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며 “교회를 통해 사회에 힘들고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살 수 있는 가치, 인생의 가치를 느끼게 하려는 것이 사회선교의 큰 목적이다”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고용공단 발표에 따르면 2011년 12월 기준으로 국내 등록된 장애인 수는 250만 여 명, 전체 인구의 5%가 장애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장애인 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5월 기준으로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은 38.5%, 고용율은 36.0%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고용동단 측은 전체인구에 비해 장애인구의 경제활동상태는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그중 여성 장애인구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율이 특히 더 낮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2011년 기준으로 경제수준으로는 260여만 명에 해당하는 인구 중 68.5%가 하층에 30.6%가 중산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 중 지체 장애우의 경우 66.7%가 하층에 속하고 32.4%가 중산층에 해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11년 기준으로 월 소득 50만원 미만 가구는 10.3%, 100만원 미만은 31%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식 신부는 실제 현장에 참여하는 장애우 30여 명 중에는 부모님이 연로해 자신이 부양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나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경우가 있다며 보호작업의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서울시와 관악구청에서 수탁받아 운영되는 이곳 작업장은 국가에서 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30만 원을 매달 월급으로 지급한다.

# 다른 점은 단 하나
직장이나 교회에서 언제든 함께할 수 있는 이 같은 장애우에 대한 시각은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가져야할까. 박태식 신부는 “장애우와의 만남에서는 인격적인 만남”을 가질 것을 권한다. 특히 “직장에서도 지적장애급수로 대우하기보다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인격을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신앙적으로 주님께서 예루살렘에서 앉은뱅이를 두고 장애는 본인이나 부모의 죄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 영광을 드러내시기 위함이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말씀에서 섬김의 모습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예수님께서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보면서 그 가운데 하나님의 손길과 역사하심을 발견하라고 알려주셨다”며 “장애인에 대한 섬김사역에 대한 해답도 말씀 가운데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하니 신부도 “일반적인 인간관계도 일방적 호의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 아니듯이 장애우에 대한 관계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가 특별히 무엇인가 해주고 베풀어야 한다는 다름에 기초한 시선보다는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어가는 일이 장애우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교회에서나 직장에서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호의든 다른 뜻에서든 특별함 자체가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점에 유의할 것을 부탁했다.

# 결혼과 문화생활
장애우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어떨까. ‘함께사는 세상’에는 실제 사내커플이 결혼한 사례가 있었다. 박태식 신부는 다름이 있다면 지적 부문에서 불편함만 있을뿐 다른 부분에서는 일반인과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결혼에 대한 부분이 사회 내 터부시 되는 면이 있지만 그는 오늘날 이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국내 장애인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27.4세와 여성 22.7세로 나타나 전체인구에 비해 남성은 4.5세, 여성은 6.4세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전체 장애인중 58.1%가 결혼을 했고 그중 19.1%는 사별 8.1%는 이혼을 했다고 전했다. 발표에 따르면 13.5% 만이 미혼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 속에서도 하나의 다름이 인생 전체가 다름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 것. 박태식 신부는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지만 둘이 사랑한다면 기관과 양가측의 배려 하에 소중히 키워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태식 신부는 결혼과 함께 꼭 짚고가야 할 문제로 장애인 노후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장애인 실업문제와 함께 지금은 주목받고 있지 않지만 궁극적으로 마지막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장애우 노후복지 문제는 지금부터 교회가 함께 고민하며 다루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신부는 교단 및 교회 차원에서 장애인 노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체 수립 방안으로 서울시나 국가와 협의하는 방도 하나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 강하니 신부는 교회나 직장에서 장애우와 함께 할 때 너무 특별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함께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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