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일은 주님께서 주신 명령, 포기할 수 없는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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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일은 주님께서 주신 명령, 포기할 수 없는 사명입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3.27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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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절 특집] 연중기획-위기에서 희망으로, 교회가 이웃이다

15년 장애우 입양ㆍ베이비박스 사역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

▲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는 지금까지 이곳에서 아이들과 생활할 수 있게 인도하심은 온전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로 매달 20여 명 가까이 들어오는 아이들
신앙인으로서 15년간 사회가 가진 상처 가까이서 돌봐

미혼모 A양(15세)은 홀로 아이를 낳은 후 고시원에서 아이와 함께 지냈다. 그러다 최근 아이 울음소리에 항의가 들어오자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3층 밖으로 던지고 스스로 5층에서 뛰어내리려다 그만뒀다. 산후 우울증으로 선택하려 했던 극단적인 길. 세 번이나 창밖으로 향했던 손을 거둬들인 A양은 그 자리에서 아이를 끌어안고 울었다. 그리고 소문을 통해 들은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겼다.

30대 가장 B씨의 경우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고로 아내가 가출한 후 직장일과 보육을 동시에 할 수 없던 그는 어린 자식을 특별히 맡길 곳이 없어 버리려 했다. 고속도로 휴게실 쓰레기통 인근에 놓고 오려던 발길을 마지막까지 붙잡은 것은 아이의 울음소리. B씨가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려 향한 곳은 베이비박스였다.

지난해 8월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주사랑공동체에 들어오는 아이 수는 한 달 평균 18명. 지금까지 이곳에 맡겨진 170여 명의 아이 중 20여 명은 다시 부모의 품에 안겨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부활절을 맞아 그리스도 사랑의 의미를 묵상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되돌아보기 위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주사랑공동체(이종락 목사)를 찾았다.

 

▲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가파른 비탈길 중턱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에는 날 때부터 버림받은 아동 2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 주사랑공동체
부슬부슬 비 내리는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가파른 비탈길 중턱. 지난 20일 꽃샘추위를 뒤로하고 향한 곳은 날 때부터 버림받은 20여 명의 어린이이가 함께 생활하는 주사랑공동체였다.

십자가 철탑과 교회 간판만 제외하면 일반 가정집과 다를 바 없는 곳. 대문을 열고 들어선 곳에는 4개의 세탁기가 쉴 새 없이 돌며 아이들의 옷이며 기저귀를 빨고 있었다. 계단을 올라 다시 향한 2층에서 15년간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해온 이종락 목사를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8일 과로로 쓰러져 119에 실려 가기도 했던 그가 첫 인터뷰에서 한 말은 단 하나, 생명에 관한 것이었다.

“생명의 주인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버려지거나 사라지게 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생명을 살리는 일은 정치적 논란 사항도 아니고, 이권이나 기득권과 얽혀서는 안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목표는 한 가지, 생명을 살리는 일입니다.”

공동체가 세워진 것도, 장애를 갖고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사명도 모두 주신 생명은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주사랑공동체가 창립된 것은 지난 1999년 2월, 서울 신대방동에서 가정교회가 시작되면서 그 시작을 알렸다. 그 후 이전을 거듭해 현재의 위치에 터전을 잡게 됐다. 주요사업은 △장애인 공동생활 △장애아 가족 치유ㆍ상담 △장애인 선교와 구제 △장애아 생명 살리기 운동이다. 사역의 초점이 장애 아동에 맞춰진 만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아이 중 16명은 장애를 갖고 있다.

장애 아동을 섬기는 일이 사명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아픔이 이 목사에게도 있었다. 아들 이은만(26세) 씨는 지적장애 1급. 26년 가까이 이 목사는 아버지로서 장애를 갖고 있는 아들을 돌보아왔다. 주님께서 주신 생명의 무게에 장애나 환경, 조건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확신은 이렇게 경험을 통해 믿음으로 자리를 잡았다.

▲ 베이비박스 이 작은 공간에 아이를 넣으면 사무실에는 도착신호가 울리고 이후 주사랑공동체 관계자가 두고간 아이를 안에서부터 받는다.

# 베이비박스
지난 2009년 설치된 베이비박스도 같은 의미에서 설치됐다. 주사랑공동체 건물 정면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는 계단을 오르면 최근 언론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베이비박스를 만날 수 있다. 취재차 방문한 당일 새벽과 전날 저녁에도 이곳을 통해 두 명의 아이가 들어왔다.

그중 한 아이는 뇌조직이 거의 없고, 빈자리는 물이 가득 차 있다. 아이를 두고 간 엄마는 책임지고 치료해줄 여력이 없다는 말과 함께 예방접종과 아기혈액형, 3시간 간격으로 분유 40mm를 줄 것을 부탁하고 떠났다.

“주님께서는 우리의 모든 죄와 질고를 다 지시고 십자가를 지셨다가 하나님의 능력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생명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사명만큼은 그 모습 그대로 따라 할 수 없지만, 그 마음은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이비박스 설치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한 이종락 목사는 사람을 살리는 일, 생명을 살리는 일 앞에서 는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작은 공간 안에 아이를 넣으면 사무실에는 도착신호가 울리고 정영란 전도사가 아이를 보호하는 사이 이종락 목사는 아이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밖으로 뛰어나간다.

미혼모나 부모는 이 공간에서 아이와 헤어지며, 이 목사와 상담하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설득 끝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두고 갈 수밖에 없는 부모의 경우 이 목사의 인도 아래 자식의 미래를 위해 울며 기도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만날 수 없어 쪽지만 놓고 간 경우가 아니라면 이 목사가 빼놓지 않고 밟고 있는 절차다. 헤어지는 순간 부모의 축복기도는 아이의 권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베이비 박스 위에는 시편 27장 10절 “내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다”라는 말씀과 함께 ‘불가피하게 키우지 못하게 된 미혼모 아기와 장애로 태어난 아기를 유기하거나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들어오는 아이 중에는 탯줄을 달고 알몸으로 오는 경우나 분뇨에 감염된 채 들어온 아이도 있어요. 그렇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여기 안 왔으면 분명히 죽었겠구나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베이비박스가 필요없는 나라가 되길 희망하지만 지금 당장 멈출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 주사랑공동체 건물 왼쪽 작은 계단을 오르면 베이비박스를 만날 수 있다.
이 목사는 이런 이유로 베이비박스가 국가적인 차원에서 운영되길 소망한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벨기에, 뉴질랜드, 체코와 같이 베이비박스를 정부에서 설치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90여 개 가까이 베이비박스가 설치된 독일은 아이가 안 들어와도 혹시라도 위험에 처할지 모를 단 한 아이의 생명을 위해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목사가 바라는 점은 먼저 미혼모가 차별없이 자식을 키울 수 있는 사회환경이고, 다음은 아이를 키울 수 없는 경우 안심하고 아이를 국가에 맡길 수 있는 제도다.

현재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이들은 공동체에서 3일 정도 머물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두 차례 관악구청의 방문을 통해 서울시립병원에서 건강 검사를 받는다. 이후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경우 인근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인도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입양의 길이 막힌 지금 아이들은 보육원으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 크리스천으로서의 소망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이종락 목사는 성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오는 아이 부모 중 많게는 70% 가량이 청소년입니다. 그런데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경험상 추측컨대 여기를 찾는 청소년 중 40%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난 것으로 보입니다. 기독교 가정의 미혼모 청소년들이 아이를 맡기고 가는 것입니다. 한국 교회는 이점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 목사는 크리스천 이혼율 증가와 교회 내 건전한 성교육 부재를 그 원인으로 들었다. 유초등부 시절부터 신앙에 입각한 성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그는 성에 담겨있는 축복의 의미와 함께 책임감과 의무감을 어린시절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혼율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 문제의 심각성도 인지할 것을 주문했다.

“가정이 파괴되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범죄에 노출된 환경으로 내몰립니다. 아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내몰린 환경에서 파괴되어 갑니다. 베이비박스에서 딩동 소리가 날 때마다 자식을 두고 가는 아이를 대면하고 주님을 믿는지 물어보고 이제 더 이상 안 믿는다는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찢어집니다.”

한 겨울 길거리나 화장실 등지에 버려진 채 저체온증으로 죽거나 오물에 감염돼 죽어가는 아이 중에는 신앙을 버린 미혼모의 자식이 포함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목사에게는 그래서 베이비박스는 단순한 구제도구가 아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 중 신앙인의 자녀가 있을 수 있다는 점, 자식의 생명을 끝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신앙을 가진 부모로서 그는 이곳에 누인 생명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저는 천사가 아니에요. 주님께서 제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기 때문에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게 하심은 온전히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주사랑공동체는 이를 위해 경기도 일산 사리현동에 기독교정신에 입각한 장애인생활시설 설립을 준비 중이다. 국가인가 시설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계획 중 하나다. 현재 1003평 부지에 1층 크기의 250평 건물을 세우기 위해 기도하는 중이다. 이곳에는 종교시설 및 어린이집 기능도 함께할 예정이다.

▲ 공동체생활을 하는 아이 20여 명 중 16명은 장애를 갖고 있다. 주사랑공동체는 △장애인 공동생활 △장애아 가족 치유ㆍ상담 △장애인 선교와 구제 등의 비전 하에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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