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은혜와 선물 경제의 ‘신학적 가이드’ 필요
상태바
하나님 은혜와 선물 경제의 ‘신학적 가이드’ 필요
  • 운영자
  • 승인 2013.02.06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용원 목사 (새문안교회)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 두 단어가 최근 사회 ‘화두’로 다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과 관심도 자연스럽게 양극화 문제 해결과 성장동력 확보에 맞춰져 있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 기독경영연구원은 최근 ‘경제민주화와 기독경영’을 주제로 제3회 연구위원회 세미나를 열고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제시된 경제민주화에 대한 신학적ㆍ경영학적 관점을 발췌해 실었다. <편집자 주>

경제주체로서 국민 모두가 생산과 소비와 분배라는 경제활동에서 소외되거나 억눌리지 않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경제주체가 되고, 이를 위해 소수의 특권적 경제력집중과 남용은 규제할 수 있는 경제 민주화 개념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신학사상은 ‘모든 인류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이다. 어거스틴에 따르면 신자 안에 회복된 하나님의 형상은, 하나님을 올바로 섬길 수 있도록 질서 잡힌 영혼으로서, 자기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지상의 도성 안에 ‘사회적 공동복지’를 세우기 위한 유일한 기초라 할 수 있다.

반면에 루터는 경제정의를 하나님 형상에 직접 연관하는 방식으로 기술하지는 않았지만, 종교개혁 당시의 초기 자본주의적 요소를 염두에 두면서 개인적 차원을 넘어선 사회 윤리적 차원에서 사유재산을 사랑의 규범 위에 정초했다. 루터에 따르면 중세적 세계 안에서 개인의 재산은 모든 사람이 이웃을 섬기는 데 필요한 전제 조건이었다.

제네바의 종교개혁가 칼뱅이 부유한 자와 가난자의 관계, 즉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을 언급할 때마다 끊임없이 제기한 사상은 다름 아닌 인간 존엄성의 근거인 ‘하나님의 형상’과 ‘본래적 창조질서’였다. 니콜라스 월터스토프에 따르면 빈부격차와 경제정의에 대한 칼뱅의 성찰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확신이다.

성경의 교훈에 의하면 우리는 사람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보며, 그 형상에 대해 경의와 사랑을 표시하라고 알려준다.주께서는 사람에게 자기의 아름다운 형상을 주셨다. 그를 자신의 자리에 두시고 그를 향해 우리가 받은 은혜를 인정하라고 하신다.

본래 칼뱅의 사고에서 하나님 형상은 모두의 공동유익을 위해 은혜의 선물을 나누는 인간의 자선과 사랑을 위한 존재론적 토대로서 인식된다. 즉 선한 원천으로 하나님은 그 선하심의 수여자이고 인간은 신적 선의 수령자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은 모든 이웃과 함께 신적 선을 경제적 재화를 통해 나눔으로서 인간 안에 있는 하나님형상을 반영하고 확장하고 구현하도록 창조된 존재이다.

또한 칼뱅에게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연대와 교환을 통해 구현되는 공동선을 위한 올바른 삶의 원리를 보여주고 가르치는 하나의 계시적이고 교육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창조에서 하나님 형상은 인류의 거룩한 공동복지를 위한 목적으로 관계적ㆍ실제적ㆍ공동체적으로 조화롭게 디자인 되었다. 경제분야에서 칼뱅의 가장 참신한 지시는 하나님의 계획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재물 분배를 마련해 놓고 계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류의 타락으로 인해 자연의 전체적 질서는 전복 되었다. 모든 좋은 것에 대한 독점, 탐욕, 착취가 본래적인 경제적 활동을 왜곡한다. 이러한 경제적 일탈은 근본적으로 하나의 영적 질병이다. 즉 공동체 전체의 유익을 위해 주어진 하나님의 선물을 올바로 사용해야 한다는 거룩한 신적소명에 대한 영적 거부이다. 따라서 안에 있는 하나님 형상의 회복은 사회경제적 소통을 통한 창조의 본래적 목적의 회복을 수반해야 한다.

자유를 강조하는 자본주의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폐해가 있고,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주의는 비생산성과 비능률성의 폐해가 있다. 은혜가 없는 자유, 은혜가 없는 평등의 본질적 결함 때문이다. 개인의 자유를 진정 모두를 위한 자유가 되게 하고, 모두의 평등을 진정 개인을 위한 평등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주어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요 신적 선물임을 철저히 깨닫는 가운데 연대와 협동의 규범을 세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의 비전이 자유와 평등의 긴장을 극복하고 모든 이의, 모든 이에 의한, 모든 이를 위한 경제로서 조화로운 질서 가운데 온전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선물 경제의 신학적인 그리고 실천적인 가이드가 필요하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교회와 개혁신학이 감당해야할 시대적 소명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