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이후 경제성장이 교회 세속화 초래 … 무릎꿇고 기도하던 그 시절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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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년 이후 경제성장이 교회 세속화 초래 … 무릎꿇고 기도하던 그 시절 그리워
  • 이석훈 기자
  • 승인 2013.01.3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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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25년, 목회 25년 … 함께 달려온 그들의 이야기

올핌릭이 열리던 1988년. 당시는 한국 사회에 민주화의 물결이 일렁이던 시기였습니다. 교회의 상황도 지금과는 사뭇 다릅니다. 교회가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한 시기도 80년대부터 90년대까지니까요. 창간 25주년을 맞아 88년에 단독목회(교회개척)를 시작한 동갑내기 목회자 설동욱 목사(예정교회·예장 합동)와 최복식 목사(외동제일교회·예장 백석)를 만나 한국 사회와 교회, 그리고 목회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기자 - 1988년 동갑내기 목사님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지금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 설동욱 목사는 예장 합동 예정교회 담임이며 목회자사모신문을 발행하고 있고 기독대학교 치유상담 대학원 겸임교수로, 기독교치유상담교육연구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설동욱 목사 - 저희 집 지하 단칸방 안방예배로 시작된 예정교회는 1988년 10월 면목동 상가교회를 시작으로 부흥 성장하여 지금은 서울시 중랑구 상봉동에서 868평의 대지 위에 아름다운 단독 건물을 소유하게 됐습니다. 원래 학교였던 건물을 증축하고 리모델링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정교회를 아름답게 세워나가며 목양의 기쁨을 누리고 있으며, 목회자와 목회자 가정을 돕기 위해 시작한 전국목회자사모세미나가 지금까지 19회를 이어 왔고 이듬해 시작한 전국목회자자녀세미나 또한 이번에 제18회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최복식 목사 - 1988년 3월 설립한 교회를 지금까지 담임하면서 사랑하는 성도들과 함께 비전을 나누며 행복하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사역하는 사이 벌써 세월이 25년이 지나갔습니다. 그 사이 두 아들이 모두 목사가 되기도 했구요. 교회를 개척하면서부터 선교의 비전을 주셔서 해외 사역에 많은 시간과 물질이 투자됐습니다. 필리핀과 중앙아시아, 미주에 선교사를 파송하고 그 외 몇 곳의 선교사와 개척교회들을 후원하며 섬길 실수 있는 은혜를 주셨습니다.필리핀에는 크리스천비전 아카데미를 세우게 하셔서,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400여 학생들이 공부를 하는 지역에서 제법 이름난 학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기자 - 목회 초년 시절, 한국 교회 모습은 어땠나요? 88년 당시는 한창 교회가 부흥하던 때였는데, 지금과는 상당히 여건이 다를 것 같습니다.

▲ 최복식 목사는 예장 백석 외동제일교회 담임이며 부산 백석신학교 교수와, 김해 중부경찰서 경목실장, 김해시 기독교연합회 대표회장 등을 맡아서 섬기고 있다.
설동욱 - 당시 한국교회는 지금보다는 순수했고 교회성장 가능성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교회를 개척하면 전도가 어렵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면 새로운 성도들이 찾아오고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성도들이 지금보다는 많이 순수했고 목회자를 존중하며 순종하려고 노력했던 시기였습니다.
또한 개척 교회를 시작하던 88년 당시 한국 교회는 지금처럼 초대형화 된 교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규모가 작은 교회도 충분히 은혜롭고 성장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긍정적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전도가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최복식 - 그래도 개척이란 항상 어려운 것이지요. 당시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교회를 개척했습니다. 그때도 모두들 하는 말이 60-70년대는 천막치고 개척을 해도 성도들이 모여 들었지만 지금은 개척이 힘들다고 모두들 말했습니다. 그 당시에도 새로 세워지는 교회, 문을 닫는 교회 등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개척교회의 어려움은 지금도 조금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기자 - 80~90년대 성도들의 신앙과 지금 성도들의 신앙모습 많이 다르다고 보십니까. 성도들의 편의주의에 매몰되어 간다는 비판도 있고, 실제로 잘 지어 놓은 교회만 찾아가는 성도들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끼시는 성도들의 모습에 정말 변화가 있나요?

설동욱 - 시장경제원리가 교회 안으로도 들어왔어요. 갈수록 재래시장이 어려워지고 대형마트가 살아남는 것처럼 교회도 대형화되는 교회만 살아남고 작은 교회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80-90년대 성도들과 현대 성도들의 신앙 모습은 몇 가지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지금 성도들은 편리함을 추구합니다. 현대 성도들이 대형교회를 선호하는 이유는 시스템 차별화와 간섭받지 않고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편리성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일들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조금만 시험에 빠져도 대형교회로 쉽게 옮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도들의 신앙이 ‘열정’에서 ‘이성’으로 바뀌어 가는 것 같습니다. 80-90년대에는 교회마다 새벽기도는 물론 밤마다 철야기도하는 성도들이 많았고 특히 기도원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밤을 새워 기도했지만 현대에는 그런 기도의 열정이 많이 식은 것 같습니다.

최복식 - 맞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는 제자훈련이나 구역 모임 등이 활발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저희가 사는 지역은 거의가 맞벌이 직장생활을 하네요. 이런 이유로 교회 장년 교육이 점점 더 힘들어 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성도들의 의식이 점점 더 물질주의로 세속화 되어감을 느낍니다.

기자 - 개척 후 목회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언제였습니까. 목사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이것만은 꼭 준비해라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설동욱 - 하나님이 주신 거룩한 목회의 사명을 감당하면서 가장 어려운 순간은 목회자로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낄 때입니다. 사랑과 믿음, 소망과 인내, 지혜와 지식, 그리고 영성 등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낄 때 가장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평생 부족함을 느끼며 살아갈지 모릅니다. 어쩌면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큰 교만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목사가 되려는 후배들은 최선을 다해서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더 크게 쓰임받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의 평상시 삶에 기도와 말씀으로 연단되어지고 훈련되어진 영성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최복식 - 개척 초기는 성도도 없고 그러니 교회 재정이 함께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 때가 가장 많이 부르짖고 기도하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하나님께서 철저히 당신만을 의지하라 훈련시켰던 기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성전 건축시기에 또 한 번 어려웠습니다. 은행 부채를 많이 안고 건축을 하였는데 마침 I M F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20% 이상 올라가는 은행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신도시 지역에 건축을 했기에 아파트 입주와 함께 교회가 부흥하면서 고비를 잘 넘기게 되었습니다.
목회준비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먼저 성경에 해박하라는 것입니다. 다음은 하나님 사랑, 영혼사랑의 마음입니다. 또 성령의 충만함과 어떤 목회를 할 것인지 확실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인내하며 달려갈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기자 - 사회 분위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본지가 창간되던 88년도는 서울올림픽이 열리고, 87년 이후 민주화 열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리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교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설동욱 - 민주화는 자유를 향한 갈망입니다. 당시에는 정말 민주화 운동이 많았습니다. 그 결과로 한국은 민주화를 이루었습니다. 당시 민주화를 열망했던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교회도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성도들은 교회의 민주화도 갈망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가능했던 목회자 중심의 교회 운영 방향이 민주적으로 바뀌어 나간 것입니다.
담임목사가 하나님께 받은 귀한 사명으로 목회를 할 때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를 당회나 성도들의 민주적인 결정으로 찬반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정말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일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임에도 민주적인 결정에 의해서 못하게 되는 일도 일어나곤 했습니다.

최복식 - 88올림픽 이후에 사회가 경제수준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블랙 패션’(검정 옷)이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영적으로 보면 급속히 자유화와 함께 세속화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 같네요.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서 교회에서 사람들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사실상 90년대 들어 기독교 인구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락 속도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는 말도 나옵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설동욱 - 기독교 인구의 감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이유는 세속주의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의 지난 모습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세속적인 욕심의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목회자가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지 않고 성도들을 바르게 양육하지 못하는 것이 욕심입니다. 대형화되는 교회만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교회는 문을 닫는 현실이 욕심입니다. 성도들이 위의 것을 생각하지 않고 땅의 것만을 생각하는 것과 교회에서 가르치는 바른 진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욕심입니다.
무분별한 신학교의 난립으로 체계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목회자들이 속성으로 양성되고 그들이 사회곳곳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것도 관계자들의 세속적인 욕심인 것입니다. 이런 세속적인 욕심 때문에 기독교 전체의 신뢰가 사라지게 되었고 그 결과로 기독교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현장 교회에서 사역하시는 목회자의 관점에서 한국 교회의 개혁과제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최복식 - 저 역시 물량주의 성장과 세속화를 꼽고 싶습니다. 좀 더 영적으로 자숙하고 거듭나야 할 때입니다. 교회의 개혁과제 역시 ‘사람’이지요. 우리는 개혁주의 장로교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리폼해야 할 곳이 어디입니까?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길입니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나쁘면 소용이 없지 않습니까? 잃어버린 하나님이 형상을 회복하는 일에 주의 종들부터 솔선해야 할 것입니다.

기자 - 목회 25년, 한국 교회의 허리 역할을 감당하시는 목사님들이십니다. 한국 교회가 사회의 희망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혜를 구합니다.

최복식 -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더욱 행복해 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갈수록 가정이 불화하고 깨어지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서 교회생활을 행복해 할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교회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가정의 회복의 사역에도 힘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설동욱 - 물질문명이 극도로 발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참된 인간의 삶, 행복은 찾아보기 힘든 시대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 이 시대 속에서 한국 교회는 신뢰를 회복해야 합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살리라”(롬1:17)는 말씀처럼 복음을 믿음으로 은혜 충만한 삶 즉 참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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