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자본권력에서 벗어나 ‘독자’ 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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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자본권력에서 벗어나 ‘독자’ 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1.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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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25주년 특집 // 기독언론의 현주소를 진단한다

▲ 현재 방송과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자들은 교단, 기관 홍보나 공정하지 못한 여론이 형성되지 않도록 기독언론사 간 지속적 연대를 통해 기자교육과 공동취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는 매년 기자교육과 기독언론 심포지엄을 통해 기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는 과거 교육, 병원, 출판사업 등을 기반으로 사회개혁, 자주독립, 국권회복 운동을 전개하는 등 우리 사회와 민족의 개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가운데 기독언론과 같은 출판 매체들은 복음전파의 도구로 활용됐을 뿐만 아니라 민족이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사회발전을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2013년 현재 기독언론은 어떤 위치에 서 있을까. 본지가 창간 25주년을 맞아 한국 기독언론의 현주소를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선교초기 교회와 사회의 변화 주도했던 개혁주체로서의 사명 회복 시급
정치적ㆍ경제적 외압에서의 독립과 여론형성의 공정성과 정확성 추구해야

현재 기독언론은 오프라인 신문과 방송, 인터넷 신문과 블로그 형태의 매체까지 포함해 어림잡아 100여 개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교회 및 사회개혁, 목회자 갱신, 교회연합, 선교 등 한국 교회와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꾀하겠다는 사명과 비전을 내세우고 있다.

# 기독언론, 어떤 위치에 있는가
사실 기독언론의 궁극적 존재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와 사회를 향해 성경적인 정의와 희망을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사랑과 공의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역할과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많다. 교회 안팎으로 기독언론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교회 목회자들을 상대로 기독언론을 진단했던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독언론이 신앙성장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질문에 21.4%만 ‘적극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반면, ‘조금 도움이 된다’(71.5%),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7.1%)고 응답하는 등 현재 기독언론이 존재 목적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93%의 목회자들은 기독언론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했다. 응답자 중 46.6%는 ‘기사가 깊이가 없고 형식적’이라고 지적했으며, 78.6%는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등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기독언론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6%의 목회자들은 기독언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한국선교 초기 교회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속에서 상당한 의식개혁을 이끌며, 동시에 선교의 효과를 거뒀던 기독언론의 역할과 사명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함을 깨닫게 해주는 대목이다.

# 무엇이 문제인가
그렇다면 현재 기독언론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목회자와 성도 대부분 기독언론들이 지나치게 난립해있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포화상태라는 것. 그러다보니 독자확보를 비롯해 한정된 광고시장 안에서의 과열경쟁으로 언론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목소리는 저절로 커지게 됐다. 이 중 과연 몇 개의 기독언론이 독자들에게 읽혀지는지 그 숫자 또한 명확하게 판단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도시공동체연구소 성석환 소장은 “사회와 신앙공동체를 향해 공적 책임을 자각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는지, 하나님의 온전한 뜻을 제대로 대변하고 전달하고 있는지, 소위 진보적 언론들은 비난은 있는데 대안은 없고, 보수적 언론들은 대변은 하되 비판은 없지 않느냐. 오늘날 기독언론은 한국 교회의 타락과 부패에 책임이 없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가”라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심지어 한국 교회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져 나온다. 교회개혁실천연대 전 공동대표였던 오세택 목사(두레교회)는 “한기총 사태나 합동총회 파행을 보면서 진실을 알리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며 “현재 발행되는 대부분의 기독언론은 교계 어른들의 동정을 보도하는 것을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교권에 예속되면서 정치적 외압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교권에 예속되면 정론을 펼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도나 논평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외압보다 경제(재정)적 외압이 훨씬 심각한 실정이다. 현재 방송과 신문사 대부분 자체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부 중대형교회 목회자들의 후원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후원자들의 눈치를 봐야하고, 그들이 껄끄럽게 여길 소지가 있는 보도의 경우 삭제하거나 자체 검열을 통해 수위를 낮출 수 밖에 없다. 특히 신문의 경우 교단지와 초교파지 모두 장점과 한계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초교파지는 교단지보다 정치적 외압이 적기 때문에 보다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할 수 있지만 경제적 외압으로 운영이 힘들고, 기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

반면, 교단 내 다양한 소식 등을 보도하며 교단 홍보와 발전을 위한 매체로 활용되고 있는 교단지의 경우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어 기자들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반면, 교단 내 민감한 현안 문제나 교계의 잘못된 문제들을 보도하는 것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다.

따라서 교단지의 경우 ‘비판적 기능’이라는 언론의 역할을 다소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군다나 교단지 외에 교단에 소속된 목사와 장로 등 특정인들이 정치적으로 교단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자체적으로 신문을 제작해 여론을 호도하며 특정 사안의 본질을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다.

현재 예장통합을 대표하는 교단지는 ‘한국기독공보’다. 하지만 교단 내 목회자신문, 한국장로신문, 목사장로신문, 예장뉴스 등 온ㆍ오프라인 신문들이 존재한다. 예장합동의 경우에도 ‘기독신문’ 외에 기독신보, 씨포커스, 리폼드뉴스, 장로신문 등이 있으며, 감리교의 경우 ‘기독교타임즈’ 외에 당당뉴스, 평신도신문 등이 함께 발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교단 내 보다 다양한 언론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만큼 보도의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주요 인사들과의 이해관계나 교단 내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개입으로 인해 보도가 공익적이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등 교단을 혼탁하게 하는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다는 지적과 함께 편향적인 여론 형성으로 보도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 이단옹호ㆍ사이비 언론, 이단의 침투
이단사이비를 옹호하거나 그와 관련된 교회나 목회자를 보도하는 것도 문제다. 현재 일부 교단에서 몇몇 기독언론사를 ‘이단 옹호언론’으로 규정하거나 예의 주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국 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교회나 목사와 관련된 광고를 싣거나 그들을 옹호하는 보도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사실 이단옹호 언론 대부분 재정적인 문제로 운영이 어려운 초교파지다. 교계에서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광고수주에도 많은 어려움이 뒤따른다. 그렇다보니 기고와 구독, 광고, 후원까지 이단으로 규정됐거나 이단성이 의심되는 교회나 목회자들의 접근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

‘사이비 언론’의 난립도 문제다. 한국 교회 기독언론의 수가 100여 개 안팎이지만 실제로 출입처를 관리하고 정식으로 취재하며 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이 발행되는지, 방송이 되는지 확인할 수 없는 언론사의 명함을 가진 기자들이 취재현장을 누비고 있다.

보통 이들은 발행인 겸 편집인, 기자까지 1인 3역을 역할을 수행한다. 건강한 언론사들의 기사를 베껴 제목이나 일부 내용을 약간 수정한 후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것도 다반사다. 이와 같은 ‘사이비 언론’ 기자들은 보통 ‘촌지’를 요구하기 때문에 피해를 당한 목회자들도 많다. 사실상 이들의 방문을 사전에 제한할 수 없는 교회나 단체 등 출입처들의 경우 곤혹스러운 일을 자주 경험한다.

이단의 기독언론 침투도 심각하다. 기독교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대처하고, 감독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이단의 침투를 사전에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2006년 창간된 ‘기독교초교파신문’은 몇 해 전 신천지(신천지예수교장막성전)에서 발행하는 신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계에 일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단사이비 단체들은 자신들의 교인을 훈련시켜 기독언론에 위장취업시킴으로써 다양한 각도에서 교계에 접근한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기자를 뽑을 때 철저한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천지일보’가 신천지가 만드는 신문이라고 교계에 알려졌다. 천지일보 측은 신천지 관련 언론사가 아니라며 신천지가 만드는 신문이라고 보도를 했던 기독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큰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교회언론회는 “이미 법원에서 천지일보는 신천지 기관지라는 판례가 나온 적도 있는데 교계 기자들을 고소한 행위는 공공 목적의 언론에 대해 재갈을 물리려는 행위”라며 비판했으며, 일부 교단과 단체에서는 신천지 유관 언론으로 의심된다며 이들의 취재를 거부하는 등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주의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 기독언론의 역할과 사명
현재 기독언론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언론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살리는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기독언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과감한 투자가 절실히 요청된다. 교회 갱신과 변화를 위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사회의 저급한 문화를 기독문화로 바꾸는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가 바로 기독언론이기 때문이다.

한국선교 초기 기독언론이 교회와 사회에 큰 영향력을 끼쳤던 것처럼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 모두 볼 수 있도록 꾸미고, 혼탁한 사회문화를 기독교문화로 개선하는 캠페인도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기독언론은 사회적 이슈를 기독교적 시각으로 해석하고 비판하는 논평과 심층적인 취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독언론 스스로 자신의 역할과 사명을 재점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기독언론은 절대로 개인이나 특정 단체를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나팔수가 돼서는 안된다. 언론은 항상 중도의 길에 서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친다는 것은 곧 독자의 판단 기준을 흐리게 하거나 속이는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다. 기독언론에 관심 있는 이들은 주로 목회자다. 그렇다고 해서 목회자들이 좋아하는 기사나 목회자에게 필요한 기사만 쓸 수 없다. 평신도들이 충분히 알아야 하는 객관적인 정보를 반드시 제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독자층이나 광고주들의 눈치를 보며, 좋은 소식만 보도하기보다는 나쁜 소식이라 할지라도 교회 전체를 위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보도해야 한다.

이승구 교수(합신대)는 기독언론의 바람직한 역할을 제시한 바 있다. 기독언론 스스로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교계 내 서로 다른 견해가 있을 경우에도 공정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이단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단체들의 광고나 주장을 실지 않고, 교계 내 비리나 잘못 등을 보도할 때, 성경적인 입장에서 사랑에 찬 비판과 조언을 하고, 성경이 가르치는 참 모습을 잘 드러내는 교회, 기관, 목사, 성도들을 발굴해 신앙의 모범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세택 목사도 “기독언론은 거듭나야 한다. 교계의 연합단체나 특정 교회 일부 지도자들의 활동만 보고 듣는 언론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갈망하고, 스스로 독자와 시청자가 되는 언론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교단이나 교계의 정치, 자본권력으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오늘날 기독언론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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