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주시는 ‘관계전도’의 힘, 눈물의 기도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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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주시는 ‘관계전도’의 힘, 눈물의 기도에서 나옵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3.01.28 2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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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600명 교회 임직자 세운 소망교회 양형숙 권사

▲ 강북 소망교회 양형숙 권사는 주위 이웃과 함께한 ‘관계전도’로 많은 사람을 교회로 이끈 바 있다. 그 중 600여 명의 성도는 오늘날 임직자로 교회에서 봉사하고 있다.

나 자신을 내려놓는 삶에서 전도는 시작된다
냉담자 전도가 더 힘들어 … 7전8기 전도 끈기
김밥 100줄, 김치 120포기 등 모두 전도의 도구

“제게 신앙이란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자신을 내려놔야 희생하고 섬길 수 있습니다. 내려놓는 삶. 거기서부터 전도는 시작됩니다.”

서울 강북구 미아8동 미아소망교회(담임:장근태 목사) 양형숙 권사에게는 독특한 이력이 있다. 20여 년간 교회를 섬기며 전도한 교인 수가 600여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남다른 점이 하나 더 있다면 이 600명 전부가 교회에서 목회자, 사모, 장로, 권사, 안수집사 등의 직분을 갖고 사명을 다하고 있다는 것. 일회성 전도나 단발성 전도가 아닌 관계유지를 통해 주위를 섬기고 있는 양 권사는 전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섬김과 배려라고 강조한다. 신중하게 한발씩 내딛은 전도의 길, 그의 긴 여정을 따라 함께 걸어보았다.

# 전도의 향기
영하 15도의 날씨. 한기를 떨쳐내며 양형숙 권사를 만난 곳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카페 ‘진’이었다. 문 밖에서 기다리던 그는 한겨울 따뜻한 미소로 첫 대화의 문을 열었다. 사실 이 일대 그의 사역에 대한 열정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지난해 5월 강북소망교회에서 개최한 ‘뉴패밀리 축제’에만 두 주간 120명이 모였고, 그에 앞선 2011년 축제가 시작되던 해에는 275명의 새신자가 교회 문으로 들어섰다. 그날 열매 맺은 사람은 미용실, 꽃집, 모자공장, 옷집 등을 다니며 만났던 사람들이다.

이런 전도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언제나 웃는 얼굴과 친절로만 사람을 대하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도는 마음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그 것을 느끼기 때문이죠.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을 만날 때나, 찻집에서 만난 사람이라도 항상 전심을 다합니다. 저는 언제나 진심으로 사귀겠다는 마음으로 다가갑니다.”

그래서 그가 말하는 관계전도의 핵심은 ‘감동’이다. 만나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줄 때 상대도 마음의 문을 열고 스스로 다가온다는 것. 첫 만남과 다음 만남도 그래서 교회 이야기부터 먼저 시작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필요한 것, 안타까워하는 것을 함께하며, 언제나 유쾌하게 주위를 만드는 일이 양 권사가 이끌어온 전도방법이다.

“관계전도는 사람과 미리 관계를 맺어 놓는 것입니다. 미리 사귀어 놓으면 교회에 와서 함께 할 때도 어색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만날 때 마다 즐겁죠.”

단단한 신뢰와 인간적 유대 관계위에 하나씩 쌓여온 이야기 때문인지 전도 이후에도 양 권사는 전도한 대상을 위한 기도와 함께 든든한 인간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인터뷰가 계속 진행되는 동안에도 함박웃음을 머금고 있는 카페 ‘진’ 김희성 씨도 그렇게 관계전도를 통해 맺어진 사이다. 그를 접한 사람들은 마치 예전 시골에서 넘치던 ‘한국인의 정’을 도시에서 다시 그대로 경험하고 있다고 느낀다.

“요즘 먹을 것 없는 집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도 먹을 것을 가져다주고, 함께 어울리고, 배려하고, 그 사람을 생각해주는 것. 저는 요즘 세상에 가장 부족한 것을 전해주고 싶을 뿐이에요.”

# 목사님의 썩은 손톱 끝

▲ 양형숙 권사는 전도란 ‘타인에 대한 배려’라고 강조한다.
전도를 하게 된 계기는 양형숙 권사가 30세 때 일어났다. 심방을 위해 양 권사를 방문한 목사님은 환한 얼굴로 시종일관 예배를 인도하고 있었지만, 손톱 끝이 썩어 있던 것이 그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너무 안 돼 보였습니다. 가슴이 아팠고 제 전도는 그날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렇게 전도는 인근 유치원 자모 12명과 그 남편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그후 25명으로 시작한 소망교회는 그 해말 성도 수가 2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양 권사는 언제나 한 사람, 한 사람 전력으로 전도하는데, 그러다 보면 잊지 못할 경험을 할 때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문숙 집사와의 만남은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옷집에서 처음 만났던 두 사람. 당시 불교 여성단체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이문숙 집사는 전형적인 여장부로 마음이 넓은 사람으로 기억된다고 양 권사는 말했다.

조상 제사에 쓸 제기를 사기 위해 나왔던 이 집사는 잠시만 이야기 하자는 말에 자신의 집에 가서 얘기하려면 고기 20근과 남편을 위해 술 한 짝은 사갖고 와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오지 말라는 말이었지만 양 권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길로 돈을 빌려 수육이 가능한 고기 10근과 찌개용 고기 15근, 술 한 짝을 사서, 만난 지 두 시간이 안 돼 그 집을 방문한 것이다.

지나가는 말로 했는데 직접 찾아온 양 권사를 본 이 집사는 음식과 차를 대접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도를 위해 남편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이 집사의 말에 양 권사는 집에 전화해 늦을 것 같다고 남편에게 양해를 얻는 후 그날 새벽 2시까지 기다려 이문숙 집사 남편의 동의 구할 수 있었다. 그 열매로 지금은 배재명-이문숙 집사 가정의 사위, 며느리, 손자를 포함해 8명이 소망교회를 다니고 있다.

박찬주-김미선 부부 전도 이야기도 남다르다. 이미 6개월간 다른 개척 교회를 섬긴 경험이 있었던 부부는 그 곳에서 많은 상처를 안고 떠나온 경우라 기독교를 모르는 사람보다 전도하기가 더 힘든 상황이었던 것. 양 권사는 처음으로 성경말씀을 인용해 마음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사람이 집을 지을 때 반석위에 지은 집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저랑 같이 신앙생활해요. 당장 같이 다니자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싶어요.”

한층 조심스럽게 두드린 마음문은 그렇게 활짝 열렸다. 양 권사는 관계전도를 맺을 때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길 즐긴다. 유달리 음식솜씨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손이 큰 점도 전도에는 도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김밥을 쌀 때 100줄 씩 만들기고 하고, 김치도 120포기 씩 담가 주위 이웃과 함께 나눠먹는다. 그동안 만났던 사람, 전도한 성도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음식을 전할 때 한 가지 철칙이 있다. 그것은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양 권사는 전도하는 데 있어 항상 신중할 것을 권한다.

“만든 것을 그냥 두고 나옵니다.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며 가지만 웃으며 맛있게 드시라는 말만하고 나옵니다. 일하는데 방해될까 봐요. 제가 드린 음식을 동료들과 함께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저는 만족합니다.”

그래서 관계전도를 위해 방문하는 미용실이나 재단공장, 꽃집, 옷가게 등에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장사에 방해될까봐 염려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상의 피로를 나눔의 음식을 통해 잠시라도 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음식을 놓고 나온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서 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헌신, 섬길 사람이 늘어가지만 기도할 때 늘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게 채워주시는 주님이라고 양 권사는 고백한다.

# 전도의 원동력은 눈물
전도를 하다보니 얼굴에 항상 웃음꽃이 핀 양형숙 권사. 신중함과 배려와 함께 관계전도를 위해 마지막으로 강조한 중요한 점은 ‘집안일을 완벽하게 한다’는 점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제대로 만들지 못한 상황에서는 관계전도의 출발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 권사는 이를 위해 하루 4시간 정도 수면하며 하루 해야 할 가정 일을 새벽에 미리 다해놓는다. 가족이 먼저 인정해줘야 밖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때론 전도 받는 분들이 먼저 집을 방문해 차를 마시며 전도하는 사람의 모습을 먼저 살피기도 합니다. 믿을 마음이 있는데 전도하는 사람의 모습이 어떤지 보는 것이죠. 그래서 일상생활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쁜 생활 가운데 힘든 일은 없을까. 양형숙 권사는 매일 잠이 부족한데 이럴 때 자신을 붙들어주는 것은 기도라고 말한다. 다른 이 앞에서 웃는 만큼, 뒤돌아서 혼자 있는 시간에는 눈물로 기도한다는 것. 그래서 새벽기도와 철야기도는 양 권사에게 눈물이 넘치는 시간이다.

“담임 목사님이 누가 죽었냐고 물을 정도로 울 때도 있습니다. 나가서 전도하는 시간은 제게 웃는 시간이고 집에 와서 전도한 사람을 위해 기도할 때는 우는 시간입니다.”

양형숙 권사는 집에서 청소할 때나 설거지 할 때, 물소리와 청소기 소음에 흘려보내는 울음이야말로 전도의 힘이라고 말한다. 그는 눈물로 붙잡고 드리는 기도야 말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 양형숙 권사와 그의 지인들. 양 권사에겐 낯선 이웃이 없다. 모두 그의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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