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협력자’로 담임목사 부족한 부분 함께 채워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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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협력자’로 담임목사 부족한 부분 함께 채워가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1.22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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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기획 / 건강한 교회 위한 제직의 역할과 사명 ③ 부교역자

▲ 한국 교회는 교역자 세계에 팽배해 있는 조직체계를 갱신하고,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목회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단, 부교역자는 목회 현장에서 담임목사의 목회를 보좌하면서도 영성훈련을 통해 ‘목회 기본기’를 철저히 다져야 한다.
교회 의해 ‘고용된 일꾼’이라는 인식 탈피 … 책임과 소명의식 필요
교육과 행정 등 전문 분야에서 전문성 키우며 ‘목회 기본기’ 다져야

2013년 새해를 맞아 대다수 교회들이 ‘제직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교회의 건강한 성숙과 부흥을 위해 제직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직은 교회를 섬기기 위해 세워진 일꾼이다. 제직 중 목사와 장로, 안수집사, 권사는 항존직으로, 전도사와 서리집사는 보통 임시직이라 한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목사와 전도사는 교역자로, 장로와 권사, 안수집사, 서리집사를 제직이라고 부른다. 건강한 교회는 목사 한 사람의 헌신과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제직들이 담임목사의 목회방침에 따라 예배를 비롯해 재정 및 새신자 관리, 전도, 심방, 교육, 봉사 등 교회의 다양한 사역 현장에서 각각의 은사를 적극적으로 발휘할 때 교회가 건강하게 세워지는 것이다. 새해를 맞아 바른 목회,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가는 제직들의 바람직한 자세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는 보통 담임목사가 된다. 그렇다고 교회 안에 담임목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목사, 강도사, 전도사 등 이른바 ‘부교역자’가 다양한 영역에서 사역하고 있다. 보통 작은 교회의 경우 담임목사 혼자 목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중대형 교회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들이 함께 목회를 해나간다. 하지만 부교역자들의 목회 영역은 담임목사에 비해 극히 제한적이며, 담임목사와 성도들과의 대인 관계를 비롯해 사역 현장에서 남모를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고, 심지어 목회자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 교회에서 경험되는 애로사항과 고충
현재 한국 교회 대다수 목회자와 성도들은 담임목사만 목회자이고, 부교역자는 단지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역할만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부교역자들의 사역도 교회를 대표하는 담임목사의 목회철학과 목회방침을 수행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많다.

즉, 담임목사는 하나님께서 세우신 목자로 인식하는 반면, 부교역자는 교회 또는 담임목사에 의해 고용된 일꾼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교회 안에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에 계급이 자연스럽게 형성됐고, 교회 내 치리와 행정을 담당하는 장로와 같은 영향력을 가진 평신도들도 부교역자를 목회자로 인정하지 않고, 고용된 일꾼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결국 부교역자들은 전적으로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사역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자율성이 상당부분 제한되기 마련이다. 또한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이나 목회방법이 맞지 않는 경우 자신이 지닌 은사를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한 채,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다가 상처받고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담임목사로부터 무시당하는 경우도 많다.
 
A교회 P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이 나이가 많든 적든, 항상 반말을 한다. P목사는 부교역자를 향해 “야” 아니면 “어이”라고 부른다. 보통 가정사에 해당되는 극히 개인적인 일까지 시킨다. 부교역자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사역 도중 실수를 할 경우 구둣발로 부교역자들의 정강이뼈를 걷어차는 경우도 다반사다.

설교, 교육, 심방 등의 사역에 있어서도 담임목사보다 유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된다. 이른바 부교역자 세계에서는 “무능하다는 소리를 들으면 교회에서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유능하다는 소리가 나오면 곧 짐 싸서 교회를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따라서 부교역자는 자신의 목회철학을 내세우기보다는 무조건 담임목사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담임목사와의 대화와 협력은 단절되고, 일방적인 지시와 복종만 남는다.

심지어 교회 중직을 맡고 있는 성도들이 부교역자를 자신들의 고용인을 부르듯 대할 때도 있다. 월급을 주고 고용한 일꾼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담임목사와 성도 간 분쟁과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쪽이나 저쪽, 어느 편에 설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할 때도 있다. 판단을 잘못하다보면 담임목사에게 배신자가 되거나 교인들에게 정치꾼이라는 인상만 심어줘 교회 사역은 불가능해진다. 이와 같은 교회 내 현실은 부교역자가 목회자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고 있다.

# 교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가
대다수 교단의 헌법은 부교역자를 담임목사를 보좌하는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법적으로 부교역자의 임기도 보통 1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담임목사 청빙은 당회의 결의와 공동의회 출석회원의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부목사 청빙은 당회의 결의 내지 제직회 출석회원 과반수의 동의를 얻거나 담임목사 의견에 따라 결정된다.

이와 같은 조항들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법적 신분 차이를 뚜렷하게 해준다. 하지만 교회는 부교역자에게 담임목사 못지않은 교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기대한다. 하지만 임기도 1년이고, 담임목사의 목회를 보좌하는 역할에 한정돼 있는 부교역자들의 입장에서 교회에 대한 책임의식과 소명의식을 갖기란 사실상 어렵다.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와 같은 법적 신분의 차이뿐만 아니라 신뢰의 정도도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담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을 잘 이해하고, 맡겨진 사역에 대한 높은 충성도를 가진 부교역자를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인간적인 솔직함과 친근함, 목회자로서의 품위와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킬 줄 아는 부교역자라면 더더욱 담임목사의 신뢰를 받게 된다.

김승호 교수(영남신대)는 “일반적으로 담임목사가 부교역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역에 대한 열정의 부족, 부교역자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의 부족, 교인들과의 대화에서 담임목사에 대한 비방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신뢰하는 척도는 부교역자를 진정으로 동역자로 인정하는지의 여부, 분명한 목회철학과 사역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 문제발생시 교인의 말보다는 부교역자의 말을 더 신뢰하는지의 여부, 부교역자 개인과 가정에 깊은 관심을 갖고 부교역자 사례비와 복지에 신경을 쓰는지의 여부 등이다.

# 성경이 말하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 관계
여호수아 1장 1절에 “여호와의 종 모세가 죽은 후에 여호와께서 모세의 수종자 눈의 아들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라는 말씀이 나온다. 이와 관련 조석원 목사(내당교회)는 “담임목사(모세)는 여호와의 종이며, 부교역자(여호수아)는 모세의 수종자다. 이처럼 부교역자는 담임목사 밑에서 일할 때는 담임목사의 종이라 생각하고, 단독 목회가 아닌 경우 담임목사의 목회를 전심전력으로 돕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교역자는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을 존중해야 한다. 담임목사를 비난하거나 담임목사와 성도들 간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경우 담임목사를 비난하는 일에 절대로 가담하지 말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는 담임목사의 지도력에 대한 크고 작은 원망과 불평이 있을 수 있다. 이 때 부교역자는 성도들의 원망과 불평이 크게 부각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담임목사도 부교역자들을 무조건 종으로 부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조석원 목사는 “담임목사는 부교역자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주고, 부교역자로 하여금 자신들의 달란트를 잘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긴 것처럼 섬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담임목사는 부목사를 인격적으로 대우하고, 부목사를 청빙할 때 자신의 목회에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부목사를 청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목회 전문가들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바람직한 관계모델을 성경에서 찾는다. 모세와 여호수아, 엘리야와 엘리사, 예수님과 제자들, 바나바와 바울 등의 관계를 예로 든다. 모세와 여호수아는 전적으로 여호와 하나님을 신뢰하며, 하나님을 중심으로 모시는 균형 잡힌 관계로 맺어졌다.

엘리야의 제자 엘리사는 감사함으로 스승을 섬겼다. 엘리사는 끝까지 엘리야와 동행하며 엘리야가 전해주는 모든 것을 전수받았다. 이처럼 담임목사는 부교역자가 따라야 할 목회자의 모델이 되어야 하며, 부교역자는 담임목사를 끝까지 순종하며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후계자를 세우시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제자들을 훈련시키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예수님은 마지막 때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는 ‘겸손의 모습’을 보이셨다. 따라서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훈련시킬 때 정직하고 바른 모습으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바나바는 착하고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신앙 인격을 다 갖춘 담임목사였다. 이런 바나바는 안디옥교회에서 유능한 바울을 부목사로 청빙했다. 따라서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를 청빙할 때 부교역자의 명성이나 다른 자격을 보고 청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것을 채워줄 부교역자를 청빙해 함께 사역해야 한다.

조석원 목사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맺고, 서로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서로 간에 이해해주고, 오해가 될 부분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며 “항상 기뻐하고 함께 기도하고 늘 감사로 목회할 환경을 만들어야 관계가 좋아진다. 단,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사역의 분담이지, 계급 관계가 아님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승호 교수 또한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에 있어서 ‘동역자 모델’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담임목사는 부교역자가 자신과 함께 목회사역을 감당하는 동역자, 자신이 지도해서 키워야 할 학습자, 담임목사인 자신을 잘 보좌하고, 권위에 복종하는 수종자로 훈련시킬 필요가 있는 대상이라는 ‘삼중적 차원’에서 인식하고, 부교역자도 자신의 임무와 권한을 이러한 삼중적 차원에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부교역자의 역할과 사명
그렇다면 부교역자들은 교회 내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까. 부교역자는 단순히 담임목사의 보조자가 아닌 ‘목회 협력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 전문성도 길러야 한다. 영적으로 자신의 은사를 발견하고, 그 은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담임목사의 목회를 조력하면서 배워야 할 것이 있으면 반드시 배워야 한다. 교육과 상담, 기획, 행정, 음악 등 교회 내 전문분야에서 시무하는 동안 자신에게 맞는 은사를 계발하고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교육 분야는 부교역자들이 담당할 수 있는 사역이다. 담임목사가 설교 사역을 중점적으로 할 때, 부교역자는 어린이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교회교육 전체를 담당해야 한다. 이때 담임목사는 자신의 목회철학에 따라 부교역자들이 교회교육을 원활하게 전개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따라서 부교역자는 보다 세부적인 교회 교육에 있어서는 담임목사보다 더 전문가가 됨으로써 담임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교회학교의 프로그램을 조화롭고 균형 있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담임목사의 목회를 조력하는 것이 부교역자의 역할이라면 교회 행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교회 내 행정의 수반은 담임목사이지만 부교역자는 행정 수행과정에 있어서 원활하게 집행되도록 보좌해야 하기 때문이다.

행정을 담당하는 부교역자는 자신들이 관리하는 성도들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문제가 생겼을 경우 담임목사에 보고하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담임목사가 목양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적관리, 은사 관리, 관혼상제 전반적인 교회 행정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언제나 담임목사의 조력 역할만 해서도 안된다. 담임목사로 사역의 현장에 곧바로 뛰어들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교역자들은 사역의 현장에서 목회의 기본기를 충실하게 다져야 한다. 교회 안의 다양한 소그룹과 구역에서 기도하는 일과 말씀 사역에 충실해야 한다.

오늘날의 교회는 부교역자의 전문성에 따른 교회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담임목사는 부교역자들이 지도자로서의 영적, 심리적 자질을 갖출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단 계급화의 구분이 아닌 철저히 ‘직능의 분담’이 되도록 하면서 부교역자의 전문적 지식과 능력, 경험들을 중심으로 사역을 분담해줘야 한다.

담임목사나 부교역자 모두 직책상의 구분이 있을 뿐 하나님 앞에서는 모두 동역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기초로 담임목사는 부교역자가 자유롭게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부교역자는 자기가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김승호 교수는 “한국 교회 목회 현장에서 교역자 세계에 팽배해 있는 조직체계를 갱신하고,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감싸주고, 인정해주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목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부교역자도 ‘창조적 목회자’로서 담임목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목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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