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르포] “반짝 반짝 크리스마스트리 사러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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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르포] “반짝 반짝 크리스마스트리 사러 오세요”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12.18 2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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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시장, 성탄을 찾아온 이들에게 들은 성탄절 이야기

▲ 추운 겨울 밤 남대문시장. 많은 이들이 성탄용품을 파는 가게 앞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바라보고 있다.
유난히 추운 올 겨울에도 여지없이 성탄절은 찾아왔다. 조금은 힘겹고 바쁘게 살아왔던 삶 속에서도 성탄절만큼은 여유롭고 풍족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은 가장 귀한 자신의 독생자를 우리에게 선물로 주셨다. 이 세상 어떤 선물보다 값진 선물 예수 그리스도. 혹자들은 너무 세속화 된 성탄절을 우려하며 “참 의미를 되찾아야한다”고 말하지만, 그래도 성탄절은 바쁜 일상 속에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따뜻한 날이다. 성탄절, 많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성탄절을 기념하기 위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발걸음을 옮긴 사람들이 찾는 곳. 남대문 시장을 찾았다.

▲ 남대문시장 입구 밝혀진 크리스마스 트리
# 그래도 따뜻합니다
늦은 밤 찾은 남대문 시장이지만 여전히 사람은 붐빈다. 그들을 이끄는 불빛들. 성탄용품 판매점. 아름다운 불빛을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러대는 이를 가게 주인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장사도 되지 않는데 괜히 방해하지 말고 빨리 사라져주길 바라는 듯.

가게에 들어서 몇 가지의 성탄 장식을 구입하자 주인은 굳어있던 표정을 조금 풀며 한 마디 건낸다.

“장사가 너무 안 되요. 예년보다 매출이 반으로 줄었어요. 경기가 많이 어렵긴 한 모양이에요. 무리해서 많이 들여놓은 트리, 전기세 감당을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요.”

점점 어려워져가는 경제 사정에 서민들의 지갑은 ‘유리지갑’이 된지 오래. 상인들의 입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람들이 늘어선 한 가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나 들여다보니 무조건 반값이란다. 성탄 용품을 잔뜩 봉지에 담아 넣는 한 청년. 이 많은 장식을 모두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저는 초등학교 선생님이에요. 올해 첫 담임을 맡고 겨울방학이 오기 전에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은 없나 찾아보다 성탄 장식으로 결정했어요. 아직 어려서 산타할아버지를 믿는 순진한 아이들이 많죠. 비싼 선물은 못해주더라도 집에 가서 가족들과 성탄 분위기를 즐기면 좋겠어요. 크리스마스잖아요.”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고 싶어 하는 초임 교사의 마음. 우리에게 늘 좋은 것을 주려고 계획하시는 한 분이 문득 생각났다.

# 낯선 이의 친절
부지런히 발길을 옮겨 성탄트리가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빙그레 웃으며 손짓하는 한 아주머니.
“안사도 돼. 들어와서 구경하고 가. 바깥 추운데 옷은 또 왜 이렇게 얇게 입었어. 일단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가.”

어머니가 아들을 걱정하듯 손을 잡아끌며 가게로 향하는 주인 아주머니. 그에게 이끌려 가게에 들어섰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손에 쥐어주며 다시 한 번 웃는 아주머니.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한마디를 더 건낸다.

“사진 찍으러 왔어? 크리스마스 트리 반짝반짝 예뻐서 찍어두면 보기 좋지. 우리 집에 예쁜 트리 많으니까 마음껏 찍어가지고 가. 미국 간 우리 아들이랑 많이 닮아서 들어오라고 한거야. 진짜 아무것도 안사도 되니까 사진도 잔뜩 찍고 편안하게 있다가 가.”

낯선 이가 베푸는 친절 또한 하나님이 주신 ‘추위’ 덕분에 맛볼 수 있는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졌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성탄 트리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이는 아주머니. 알고보니 장로교회의 권사님이시란다.

“우리 교회 트리는 다 내가 책임졌지. 대성전이고 교육관이고 내가 모두 가져다 채웠어. 다른 교회들은 트리 한번 사놓으면 해마다 꺼내 다시 쓰잖아. 그런데 매년 새롭고 예쁜 트리가 나오니까. 우리 교회 트리는 대한민국 교회 중에 가장 예쁠꺼야.”

▲ 남대문시장 상점의 성탄용품들
# 노부부의 성탄절
다른 골목으로 들어섰다. 막다른 골목 끝 여지없이 반짝이는 성탄 트리. 그리고 그 반짝임을 말없이 쳐다보는 노부부. 부부의 표정에는 흡족한 미소와 잠깐의 쉼, 그리고 아쉬움이 담겨있는 듯 했다. 먼저 다가가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었다.

“손자, 손녀들 주려고 옷 사러왔어. 그래도 연말이면 한 번씩 찾아오니까. 근데 반짝이는게 보기 좋아서 그냥 멍하니 보고 있었네.” 할아버지는 아이들 옷이 담긴 비닐봉투를 들어 보이며 말을 이어갔다.

“집에 하나 사다두면 좋을 것 같긴 한데, 우리 둘 사는 집에 온기도 돌고. 근데 가격도 가격이고 전기세도 많이 나올 것 같아서….”

성탄절의 의미를 묻자 의미심장한 말을 한 마디 던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나신 날이지. 젊은 시절에는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예배도 꼬박꼬박 참석했었는데 사는게 바빠 교회랑은 멀어졌지.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키우다보니 당장 식구들 먹여 살리는게 급했으니까. 이제는 교회에도 좀 나가봐야 하는데 맘처럼 쉽지가 않아. 예전에는 크리스마스가 동네 잔칫날이었는데 요즘은 젊은이들이 애인만나는 날이더라고.”

할아버지의 말에 다시금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겨봤다.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성탄절에서 사라진지 오래. 먹고살기 힘든 생활 속에서 현대인들은 하룻밤의 환상을 꿈꾸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를 상상 속 산타클로스와 루돌프가 채우고 있는 것 같았다.

# 그래도 성탄절이니까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라는 성탄절의 의미는 아쉽게도 교회 안에만 머물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가장 낮은 자로 오신 예수님을 기리는 모습을 세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12월이면 들려오는 구세군의 종소리, 독거노인들과 노숙자, 사회적 약자들에게 전해지는 온정의 손길들은 “그래도 크리스마스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나오게 한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따뜻한 시간 또한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성탄절의 참 의미를 잃었다고 슬퍼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2012년 12월, 기독교인들에게만 특별한 날로 여겨졌던 겨울의 한 날은 이제 남녀노소 세상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축제의 날이 됐다. 하나님이 주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내 주변의 이웃을 조금만 되돌아본다면 조금 더 따뜻한 성탄절이 되지 않을까.

남대문시장을 벗어나 지하철로 향하는 발걸음.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것은 나도 모르게 주님이 오신 날을 기대하는 마음이리라. 올해 성탄덜은 세상 모든 사람이 따뜻한 마음으로 기쁘게 보냈으면.

▲ 지나가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보고 멈춰선 노부부

크리스마스트리에 담긴 이야기

크리스마스트리의 유래는 많은 설들이 있다. 그중 가장 유력한 유래로 전해지는 것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어느 겨울 밤 전나무 숲을 지나가던 도중 어두웠던 주위가 밝아지며 전나무에서 아름다운 빛을 발견했다는 사건. 그것은 달빛에 비친 눈의 모습이었고, 킹 목사는 전나무 가지를 가져와 장식한 것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유래라는 것이다.

혹자는 “킹 목사가 발견한 빛은 예수 그리스도로 어두운 세상을 빛으로 비추는 크리스천의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둘러지는 은색, 금색 실의 의미는 헤롯왕이 “이스라엘의 왕이 나신다”는 소문을 듣고 어린 아이들을 모두 죽이자, 요셉과 마리아가 애굽으로 피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군사들에게 쫓기던 예수님의 가족은 한 동굴로 숨었는데, 그 동굴에 있던 거미가 이를 돕기 위해 동굴 입구에 거미줄을 쳤다는 것. 예수를 쫓던 군사들은 동굴에 거미줄을 보고 오래된 동굴이라고 판단해 그냥 지나쳤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 거미줄을 기리기 위해 은색, 금색 실을 두른다고 한다.

트리에 걸리는 지팡이 모양 사탕도 유래가 있다. 1800년대 미국의 한 사탕제조업자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사탕을 만들려고 계획했다. 흰 막대 모양의 사탕을 구부려 지팡이 모양으로, 예수의 희생과 사랑의 의미를 담았다. 사탕의 흰색은 순결한 예수를, 굵은 빨간 줄은 예수의 보혈을, 가는 빨간 세 줄은 삼위일체를 상징한다. 지팡이는 목자였던 예수를, 뒤집었을 때 보이는 알파벳 J는 Jesus의 첫 글자를 나타낸다.

크리스마스트리 가장 위에 올라가는 별은 동방박사들을 예수님에게로 이끌었던 별을, 트리 아래 놓인 선물들은 동방박사들이 예수님에게 드렸던 선물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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