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위한 메시지, 그뤼네발트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상태바
인류를 위한 메시지, 그뤼네발트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 운영자
  • 승인 2012.12.18 2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술, 아다운 영성이 숨 쉬다 (14) - 안용준 목사(목원대 겸임교수)

인류를 위한 메시지, 그뤼네발트의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

이 작품은 16세기 독일 이젠하임 제단화의 중앙부분이다. 십자가에 스며있는 진리가 우리의 잠자는 의식을 일깨우려는 듯 이미지를 통해 선포되고 있다. 십자가의 참혹한 모습에는 당시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들이 추구했던 이상적인 모습의 아름다움은 찾아볼 수 없다. 그뤼네발트는 우리가 역사 안에 살아 있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십자가에서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우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어가는 예수님의 참혹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가시나무로 엮은 관이 머리의 살갗을 파고든다. 골고다 언덕의 무자비한 채찍은 온 몸을 찢기고 곪아터진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검붉은 피 자국과 파리한 살빛은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긴박하고 처절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머리를 숙이신 예수님의 표정과 못 박혀 뒤틀린 손과 발의 모습은 예수님이 극한 고통의 시간을 지나고 계심을 암시하고 있다.

▲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1515)
이때 예수님은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제자 요한이 곁에 있는 것을 보셨다. 화면의 좌측에, 과부의 옷을 입은 마리아는 요한의 팔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은 고통 가운데서도 혼자 남겨질 어머니에 대한 놀라운 배려와 요한에 대한 엄숙한 사명을 부탁하신다. 자신의 어머니 마리아를 요한이 부양하도록 하신 것이다. 요한에 대한 특별한 우정이 빛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향유단지 옆에 그려진 막달라 마리아는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예수님을 상징하는 하나님의 어린 양은 십자가를 안고 피를 성찬배 속에 쏟아 내고 있다.

십자가의 오른편에는 세례 요한이 건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는 광야에서 예수님이 그리스도라는 것과 하나님의 아들로서 기쁜 소식을 가져오셨다는 것을 알리는 중이다.

당당해 보이는 그의 모습처럼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줄만한 메시지를 뿜어내고 있다. “그 분은 더욱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하리라.”(요한복음 3:30) 그의 머리 옆에는 구세주를 가리키며 한 말이 적혀있다. 우리가 품어야 할 최상의 지혜는 인간의 문제만 일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점점 작아짐으로써 그리스도가 다른 사람들의 삶 가운데 점점 커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진보적 조형원리를 도입하지 아니하더라도 위대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진정 예술의 위대성은 예술이 우리의 영적인 필요를 충족시켜줄 만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