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명 규모 물량적 WCC 한국준비위 조직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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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0명 규모 물량적 WCC 한국준비위 조직 발표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18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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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량주의의 전형 비판 속 여성과 청년, 평신도 배려 전무

13일 상임위원회에서 조성기 목사 사무총장에 선임
한기총과 화해 분위기 속 복음주의권 영입시도에 촉각

WCC 10차 총회 준비 밑그림이 공개됐다.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상임위원회는 지난 13일 신라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조성기 목사를 사무총장에 선임하는 한편, 총 7000여 명에 이르는 대규모 준비위원회 조직을 공개했다.

한국준비위는 대표대회장 김삼환 목사를 필두로 상임고문단 30명에 고문 300명, 신학대학 총장으로 구성된 지도위원장단 30명에 지도위원 300명, 영역별 대회장으로 김근상 주교와 박종화 목사 등 12명을 선임했다.

영역별 대회장 산하에 상임대회장 70명을 두고 다시 그 산하에 공동대회장 300명, 지역대회장 300명, 공동부대회장 500명, 지역부대회장 500명을 두는 등 국내 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조직형태를 띠고 있다. 여기에 자문위원단 300명과 중앙위원단 3000명을 임명하고 실무그룹으로 집행위원장 김영주 교회협 총무 산하에 15개 교단 총무 및 사무총장을 중심으로 한 상임총무단이 구성됐으며, 공동총무단과 협동사무총장단이 포진해있다. 예상되는 참여인원만 6000~7000명 규모다.

이와 같은 대규모 조직은 역대 WCC총회에서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것으로 김삼환 목사 복귀 조건 중 하나로 풀이된다.

100여 일의 공백으로 WCC 준비에 차질을 빚게 했던 김삼환 상임위원장은 복귀 조건으로 조성기 사무총장의 실무책임을 요구했다. 자신과 일종의 ‘러닝메이트’ 개념으로 이미 8.15대성회를 통해 통합 중심의 대형집회 경험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 ‘복음주의권’의 참여라는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소위 ‘마당발’로 알려진 조성기 사무총장이 꼭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조직이 발표되자 에큐메니칼권 곳곳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조직구조”라며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에큐메니칼권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는 “WCC가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고 조직한 것 같다”며 “이대로라면 한국 에큐메니칼의 발전과 차세대 양성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WCC는 교회의 교회됨과 다양성 속의 일치를 추구한다. 그리고 ‘여성과 평신도, 청년’ 참여를 강조하고 있다. 교회 안에서 소외된 이들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참여케 하고 이들로 하여 교회 일치의 주역으로 세우기 위함이다.

WCC의 권고에 따라 국내 회원교단들은 매년 여성총대 비율 향상 안건을 헌의하고 있고, WCC 총대로 여성과 청년을 배려하는 등 변화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WCC 총회 한국 준비위 조직에 청년과 평신도에 대한 배려는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영역 구성에도 장상 목사를 중심으로 ‘여성’만 만들어 놓았을 뿐, 상부 구조에 여성과 평신도, 청년의 이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남성 목회자 중심의 전형적인 한국형 대성회 구조를 띠고 있다.

교계 한 여성인사는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조직은 WCC가 수십년간 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구조”라며 “세계교회가 이 조직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일지 낯부끄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수천명에 이르는 조직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도 관심거리. 교회협 회원 교단과 더불어 비회원교단까지 참여를 염두에 두고 만든 조직이지만 WCC 총회 참여여부는 이미 지난 9월 총회에서 상당수 복음주의권 교단들이 반대 입장을 정리해 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주의권’의 참여에 계속 연연하는 이유는 김삼환 목사가 이미 한국준비위 이름으로 제네바에 전 교계가 참여하는 포괄적 조직을 만든다고 서신을 띠운 바 있고, 복음주의권의 참여가 있어야만 새로운 에큐메니칼 운동의 발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준비위는 그동안 복음주의권 접촉에 미온적이었다. 한기총을 중심으로 WCC 참여 인사에 대한 이단시비가 있었고, 한기총이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WCC 반대운동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대외적인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 WCC 반대라는 이슈가 남아있음에도 한국 준비위가 대규모 조직으로 다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김삼환 목사와 홍재철 목사와의 관계 개선이 한 몫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삼환 목사는 지난 6월 WCC 반대 슬로건을 내건 반공집회에 참석한 이후 홍재철 목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2월 1일 열린 CTS 성탄트리 점등식에서 홍재철 목사와 김요셉 목사의 화해를 유도하고 14일 열린 한기총 ‘한국 기독교의 밤’ 행사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해 한기총이 주는 ‘공로상’까지 받았다.

WCC 반대운동을 천명하던 한기총이 WCC 준비위 상임위원장에게 어떤 이유로 공로상을 수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소속된 통합 교단에서 탈퇴를 선언한 조직에 가서 상까지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7000여 명 규모의 조직을 발표한 WCC 한국 준비위원회. 주변의 비판과 충고에 아랑곳 않고 가부장적 물량주의의 전형을 보이고 있는 준비위가 과연 7000명의 명단을 어떻게 채울 지, 전 교단적인 동의를 얻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준비위는 1월 13일 명성교회에서 전진대회를 열고 WCC 총회 준비에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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