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무효됐으니 내 돈 달라” 감리교 도덕적 해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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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무효됐으니 내 돈 달라” 감리교 도덕적 해이 논란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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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교 제29회 감독회장 후보 등 일부 총 9억 여원 보상 청구

지난 14일 실행위서 예비비 승인 신청...위원들 “검토부터 해라”

감독회장 선거 이후 각종 소송에 휘말렸던 감리교회가 입후보 등록금 반환을 놓고 고민에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들은 감리교 선거의 혼선으로 인한 조기 은퇴와 그에 따른 생활비까지 보상하라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막대한 청구액을 감리교 본부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논란이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감독회장 및 감독 후보들이 지나치게 많은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감리교 지도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의 입후보 등록비와 함께 소송비용과 생활비 등 수억원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열린 기독교대한감리회(임시감독회장:김기택) 제30회 총회 제1차 실행부위원회에는 행정기획실(실장서리:강승진)에서 올린 ‘예비비 사용 승인 신청’ 안건이 올라왔다.

행정기획실은 “2008년도 및 2010년도 실시된 감독회장 선거는 2012년 2월 9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기각됐고, 후보자들 중 고수철, 강흥복, 양총재, 전용철 목사가 등록금 및 손해배상금을 지난 2008년 8월 30일 총회실행부 예산소위원장 및 임시감독회장에게 청구한 바 예산소위원회에서는 본부회계 예비비로 선거재판관련 제비용으로 4억9천만 원을 책정하여 지난 10월 제29회 제3차 실행위에서 통과된 예산안”이라며 “예비비 사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4억9천만 원의 근거는 고수철 목사 등록금 8천 만원, 소송비 1억6천650만원 등 합계 2억4천6510만원이고, 강흥복 목사 등록금 8천만 원, 양총재 목사 3천만 원, 전용철 목사 5천만 원, 김국도 목사 8천만 원 등 총 4억8천650만 원이라는 것.

실제로 감독회장과 감독 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 중 일부는 지난 11월 내용증명을 통해 등록비용 반환을 요청했다.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의 경우, “제29회 총회 감독회장으로 출마해 44.4%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사회법의 판단에 따라 그 후보등록이 취소되고 선거 또한 무효가 됐으며, 제30회 총회 서울남연회 감독후보로 단독 후보등록을 했지만 또한 사회법의 판단에 따라 선거가 중단되었기에 감독회장 등록금 5천만 원과 감독 등록금 2천500만 원 등 총 7천500만 원을 이자 포함 반환해달라”고 청구했다.

2008년 김국도 목사와 함께 감독회장에 출마해 6개월 간 감독회장 직무를 수행한 바 있는 고수철 목사 역시 11월 내용증명을 보내왔다.

고수철 목사는 “2008년 김국도 목사 당선 표가 법원에 의해 모두 무효라는 판결이 나면서 유효표 56% 가운데 1등으로 피택되어 본부로부터 업무일체를 인수받고 취임예배 후 6개월 간 감독회장 직임을 수행하면서 교리와 장정에 의거 20년 섬기던 흑석동제일교회를 이임하게 됐다”며 “그러나 선거관리위원장의 불법으로 최종 선거무효가 되고 2009년 5월 감독회장 직무정지가처분 판결을 받아 업무를 볼 수 없게 됐고, 현재까지 담임교회도 없이 일할 수 있는 지위를 상실한 채 피해를 입고 있다”고 밝혀다.

고 목사는 “영적 정신적, 경제적, 사회적 입장에서 상당한 피해를 입었고, 그 보상은 감리교 본부가 지불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고수철 목사가 감리교 본부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은 입후보 등록금과 조기은퇴로 인한 생활비 등을 포함해 총 6억7천870여만 원. 소송에 사용한 변호사 수임료까지 모두를 포함했다.

고수철 목사는 후보 등록금 2008년 첫 선거와 2010년 재선거 등 총 8천만 원, 이미 본부가 지불을 약속한 바 있는 소송비용 1억6천650만원, 감독회장 취임으로 인해 교회 담임직을 이임하며 78개월 간 받지 못한 목회자 생활비 3억2천220만 원, 공식적으로 사용한 선거비용 1억 원 등을 합해 총 6억7천870만 원이다.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에서도 감독회장 직임을 수락하고 취임까지 했던 고수철 목사가 지난 2008년 이후 퇴임까지의 78개월을 교회 담임으로 시무했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서 78개월 치 생활비를 청구한 것은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또 후보들이 개인적으로 시작한 소송의 변호사 수임료와 승소수당까지 본부에 청구했고, 심지어 자신이 사용한 선거비용까지 산정했다.

고수철 목사 뿐 아니라 같이 공문을 보낸 강흥복 목사 역시 등록금 8천만 원과 생활비 1억5천만 원, 양총재 목사는 등록금 3천만 원과 생활비 1억 7천만 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교단 지도부에 있던 사람들이 본부의 행정 미숙과 선거관리위원회 관리 소홀로 경제 및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이를 보상하라며 천문학적 금액을 요구하고 있는 것.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은 실행위원들은 “구상권을 청구할 권한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책임을 본부가 다 지고갈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그들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받은 급여와 판공비도 되돌려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지 소위원회를 구성해 검토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식을 접한 감리교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은 어려운 중에도 힘겨운 사역을 이어가고 있는데, 교단 지도층에서는 손해배상을 운운하며 엄청난 액수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시각이다.

또 보상금을 청구한 사람들 중 일부는 이미 교회에서 상당액의 은퇴 전별금을 받았고, 지난 4년 간 살 곳도 마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 목사가 시무했던 교회의 한 관계자는 “금액을 말할 수는 없지만 은퇴 당시 드릴 수 있는 것은 다 드렸다”며 생활고를 겪고 있는 주장에 대해 일축했다.

막대한 선거비용도 논란이 되고 있다. 고수철 목사는 “감독회장 선거 당시 법정 선거인을 고용하고 선거비용을 사용했다”며 이 금액을 1억 원으로 산정해 청구했다. 공직자 법정 선거비용보다도 훨씬 많은 액수로 사실상 금권선거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일단 감리교 실행위는 소위원회를 통해 법적 배상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30회 선거에서 선거 중지 가처분 등으로 등록금을 내고도 선거를 치루지 못한 후보들에 대해서는 등록금을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

단, 고수철 목사 등 29회 선거 등록금 반환 요청에 대해서 실행위원들은 “선관위로 책임소재가 가려진 상황에서 본부가 모두 부담할 수는 없다”는 반대 여론도 조성됐다.

또 감리교 일각에서는 “법적으로 시비를 따져 보아야할 부분이 많은 사안에 대해 본부가 먼저 청구금 지급을 언급하고 예비비 사용을 요청하는 것이 조금 성급한 것이 아니냐”며 “추후에는 이와 같은 재정 손실이 없도록 선거 등 모든 행정에 있어 엄격한 기준과 공평한 법적 잣대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김기택 임시감독회장은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조건 청구액을 지급할 것이 아니라 본부가 책임져야할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하게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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