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새로운 미래, 소망으로 채워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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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새로운 미래, 소망으로 채워드립니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12.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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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 2주년을 맞아 찾아간 여주 소망교도소

▲ 지난 10일 개소 2주년을 맞이한 소망교도소는 체계적인 인성교육프로그램과 전문직업교육으로 수용자들의 성공적인 사회정착을 돕고있다. <사진제공:소망교도소>

변화의 동력은 희생으로 함께해온 교회자원봉사자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세워온 변화있는 교정사역

수용자의 자녀와 아내가 아버지를 만나러 교도소로 들어서는 길, 눈을 들어도 높은 담과 여러겹의 철조망을 볼 수 없는 교도소가 있다. 참회의 시간 동안 변화된 미래를 기대하며 단 한 명의 수용자가 들어오는 날이라도 교도소장에서부터 부소장, 직원까지 내려와 따뜻한 말로 맞이하는 곳이 있다.

지난 2010년 한국 교회가 연합해 세운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소장:심동섭). 개소 2주년을 맞아 그 동안 걸어온 길과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을 듣기 위해 그 현장을 찾았다.

# 국내 최초 민영교도소
경기도 여주에서 대중교통으로 40여분 간 달려 도착한 소망교도소. 처음 건물만 놓고 봤을 때 교도소라기보다는 공공기관 건물 같은 인상을 준다. 영하 15도의 날씨에 쌓이는 눈을 치우는 교정원을 뒤로하고 들어선 실내는 주민센터 같은 분위기. 건물 곳곳에는 면회를 위해 찾아오는 가족, 특히 자녀를 위한 배려가 묻어난다. 하지만 보안관련 절차가 엄중하기는 국영교도소와 마찬가지이다.

개소 후 지금까지 소망교도소를 나온 출소자 중 교도소에 재입소한 사람은 단 한 명이다. 재입소율만 놓고보면 1.5%. 공식 통계자료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재범률과 재입소율의 기준이 되는 출소 후 3년에서 5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전국 51개 국영교도소의 평균 재입소율 22.4%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소망교도소 김무엘 교화과장은 “현재 목표는 수용자 재입소율을 최소 8%에서 최대 4%까지 줄이는 것”이라며 “속사람의 변화를 추구하는 브라질 슈마이타 교도소와 미국 IFI 교도소 프로그램을 롤 모델로 삼은만큼 소망교도소도 비슷한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국 IFI 프로그램은 국제교도선교협의회를 설립한 찰스 콜슨이 평균 70% 재범률을 기록한 브라질에서 4%대의 재입소율을 기록한 슈마이타 교도소를 돌아보며 만든 프로그램이다.

브라질의 높은 재범률 속에서도 재입소율을 한자리 수로 끌어내린 슈마이타 교도소의 프로그램은 이미 미국 닉슨 대통령의 법률 보좌관이었던 찰스 콜슨이 개발한 IFI 프로그램을 통해 그 효력이 이미 입증된 바 있다.

# 소망을 주는 다름이란
무엇이 다를까.

심동섭 소장은 “교도소에 오는 사람 중에는 사회로부터 냉대받고 가족 관계가 단절되어 자기 내면이 어렵고 힘든 경우가 많다”며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한 그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고 느끼게 하는 관계의 회복이 그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기독교적으로는 사람과 사람과의 회복, 하나님과 사람 사이 관계의 회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저한 보안 절차나 규정과 같은 외형적 모습은 국영 교도소와 다를 게 없지만 기관을 운영하는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먼저 소장을 비롯해 교정원과 수용자가 먹는 식사는 밥에서부터 반찬, 국에 이르기까지 같다. 수용자 300명 전원의 식사가 방이 아닌 구내식당에서 3교대로 이루어지는 점도 다른 점이다. 수용자 식당은 교정원 식당 바로 옆에 위치해 취사팀에서 제공하는 같은 식단의 음식을 먹고 식사 시 듣는 음악까지도 같다.

소망교도소 정책기획실 송병채 팀장은 “오히려 직원의 식대로 나오는 부분을 수용자 1인에 책정된 식대와 합해 교정원이 같은 음식을 먹고 교정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영교도소와 또 다른점은 수용자들은 이곳에서 번호로 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송 팀장은 “수용자의 인격적 대우를 통해 수용자 인성회복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고 설명했다. 다른점 또 한가지는 전체 수용자의 70%가 두란노 아버지학교 이수자라는 것. 또 수용자 아내를 대상으로 한 두란노 어머니학교에의서 진행된 세족식에서는 무너졌던 가족이 다시 회복의 기틀을 마련하는 역사도 일어났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는 수용자 각자 역할을 분담해 1인당 400g의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바베큐 파티를 소내 운동장에서 열기도 했다.

▲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는 비공식적이지만 2년간 1.5%의 재입소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국영교도소 51개의 공식 평균 재입소율인 22.4% 보다 낮은 수치다. <사진제공:소망교도소>

소망교도소는 부족한 예산과 우려 속에서도 왜 이런 시도를 하는 것일까.

송 팀장은 “일각에서는 수용자를 향한 지나친 배려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모든 노력은 수용자 인성교육프로그램의 바탕을 마련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소망교도소는 해마다 전국 교도소를 상대로 공고를 내고 30명의 입소자를 선발한다. 선발 당시 기준점은 △수용생활태도 △최소교육이수능력 △변화 의지 등을 기준으로하며 종교는 선발 기준에서 제외된다. 또한 선발 시 소망교도소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및 세부사항에 대한 설명을 한 후 본인의 선택을 통해 최종 선발한다.

이런 수용자를 위한 변화프로그램은 수용자가 소에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적응하는 첫 이입주간이 끝나면 그 다음주부터 ‘소망, 변화로의 첫걸음’ 프로그램이 2주간 시작된다. 오리엔테이션 주간이 끝나면 3개월 동안 영농프로그램과 자연친화적 프로그램과 같은 ‘기초인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무엘 과장은 “귀농을 원하는 수용자를 위한 프로그램이기도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땀흘려 무엇인가 길러내는 가치를 알려주는 시간으로 1개월 단위로 교육기간이 갱신된다”고 말했다. 수용자들은 여기서 흙을 만지고 배추나 상추 같은 작물을 기른 후 식당에서 이를 함께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후 수용자들은 6개월간 진행되는 ‘집중 인성프로그램’을 수료하게 된다.  ‘집중 인성프로그램’은 소망교도소에 입소한 이들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자원봉사교육과정을 이수 받은 자원봉사자에 의해 진행된다. 매일 각기 다른 15명의 자원봉사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개의 각기 다른 주제로 매일 인성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육 과정 중간에는 내적치유와 피스메이커프로그램도 함께 병행한다. 형기가 짧은 사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수료 기간 중에는 수용된 방도 따로 분리된다.

이후 수료식이 끝나면 요일별로 파송식 수료 주간을 갖는다. 집중 인성프로그램과 함께 소망교도소에서는 전문직업훈련과 목재ㆍ금속공예를 배우는 소내공장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또한 검정고시와 학사, 독학사 학과교육과정도 함께 열고 있어 출소 이후 취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취미활동부로는 합창단과 서예반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출소 3개월 전에는 ‘레인보우 프로젝트’를 실시해 출소 이후의 삶을 본격적으로 대비한다.

김무엘 과장은 “출소 전에는 내적강화프로그램과 자기통제력강화를 위한 집단상담과 개인상담이 진행되며 법률적 문제가 남은 수용자를 위해서는 로고스 법률법인팀이 ‘희망과 동행’이라는 법률강좌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출소 전 날에는 입소 시 자신의 다짐과 소중한 물품을 넣어 밀봉한 타임캡슐 개봉식이 진행된다. 그리고 소를 떠나는 당일 오전 10시에는 소장과 부소장, 모든 직원이 함께하는 공식 환송식을 갖는다. 김 과장은 “더러는 안가고 우는 수용자도 있습니다. 출소 이후의 낯선 삶과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그렇죠. 하지만 수용자 중에는 출소한 후에도 가끔 이곳을 들려 먼발치에서 바라 보다 다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심동섭 소장은 “변화의 근본 원인에 대해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과 시설이 있더라도 사람의 내적변화가 있지 않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물질에서도 프로그램에서도 찾을 수 없는 것이라며 “변화는 근본적인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적으로 비유한다면 영적변화, 속사람의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수용자들은 출소 후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변화는 사람으로부터
“한 수용자가 그러더군요. 여기서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프로그램도 물자도 아니라 변화는 우리와 함께하는 자원봉사자로부터 나온다구요. 오시는 자원봉사자의 헌신에 충격을 받는다는 고백을 많이 듣습니다.”

변화되어 사회로 나가는 수용자를 두고 소망교도소 심동섭 소장이 전한 말이다. 교통비나 봉사비도 전혀 받지 않고 자비량으로 매주 찾아오는 자원봉사자는 소망교도소가 갖고 있는 진정한 힘이라는 것이다. 심 소장은 프로그램이나 시설과 같은 외형은 따라 할 수 있어도 사람을 중심으로 변화해가는 근본적인 변화는 쉽게 모방하기 힘든 것이라 전했다.

자원봉사자를 보며 수용자들의 “계속 퍼주기만하더라”는 반응이나 “주기만 하면서도 기뻐하더라”는 말은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게 있는 세상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치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것.
이제는 그들이 롤 모델로 하는 자원봉사자들이야말로 변화의 중심요소 중 하나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27년만의 폭설이 내린 취재 당일에도 봉사자들 중 일부는 눈길을 뚫고 마침내 소를 찾았고 일부는 강설로 오지 말라는 부탁을 받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런 소망교도소에도 몇 가지 고민이 있다. 소망교도소 설립 시 들어간 288억 원 자금 중 50억 원이 아직 채무로 남아 매달 2천만 원이 넘는 금액이 이자로 지출되고 있는점이 그것이다. 초기 명성교회에서 44억 원,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39억 원, 사랑의 교회에서 15억 원 등 많은 교회가 국내 최초의 민영교도소 설립을 위한 열망에 동참했지만 채무액 일부가 과제로 남아있다는 것. 여기에 국가의 지원금도 국영교도소 평균 지원액의 90% 수준이라 운영에 있어 국영교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런 난제에도 심동섭 소장은 2015년 법무부와의 민영교도소 재계약 시점까지 운영시스템을 비롯해 인성교육 및 직업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안정화 시킨다는 계획이다.

아가페랜드 소망교도소 설립은 2010년에 이루어졌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은 199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승규 전 법무부장관과 수원지방검찰청 부장검사를 지낸 심동섭 소장이 15년을 훌쩍 넘긴 노력이 담겨 있다. 남은 삶을 누리기보다 수용자의 미래를 위해 내려놓는다는 의미도 민영교도소 설립을 위해 지내온 세월 속에는 고스란히 녹아 있다.

소망교도소의 한 관계자는 밝은 표정의 이곳 수용자를 위해 그 앞에 먼저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통해 수용자의 변화된 새로운 모습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소망교도소는 오는 2015년 법무부와의 민영교도소 재계약 시점까지 운영시스템을 비롯해 인성교육과 직업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부분을 안정화시킬 계획이다. <사진제공:소망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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