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무산됐지만 진-보 교계 정책질문 합의 성과
상태바
토론은 무산됐지만 진-보 교계 정책질문 합의 성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12.12 0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선토론 준비위, 후보측에 기독교 가치 검증하는 질문 전달

비정규직 문제, 사행산업 제재 등 공감대 형성

한국 교회가 연합으로 마련한 대선후보초청 정책 토론회가 ‘공개질의’ 형태로 전환됐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교회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미래목회포럼,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 등 기독교계 단체가 함께 준비해온 대선 후보 초청토론회는 각 정당 후보자들이 특정 종단 토론회에 응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옴에 따라 사실상 무산됐다.

대신 준비위원회는 기독교적 사상과 신앙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할 현안을 질문지로 작성해 지난 10일 양 정당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토론회는 무산됐지만 준비위원회는 한국 교회가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자 검증을 위해 연합하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기독교 가치를 담은 질문에 합의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질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가 기독교적 가치에 공감하고 사회적 약자 보호 문제와 복지, 인권, 환경 등을 기독교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해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후보들에게 보낸 정책질문지 서두에는 “구한말부터 기독교는 우리나라가 극도로 혼란한 상황에서 시민의식을 형성하고 국가의 독립과 민주화,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 앞장서 왔다”며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역시 기독교윤리사상에 기반한 생명의 존엄성과 가치를 중시하는 대통령, 국민소통과 공정한 종교정책에 힘쓰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바탕으로 준비위원회는 총 13개 항목의 질문을 만들었다. 특히 환경윤리 측면에서 핵발전소 문제와 골프장 난개발 등에 대해 질의했으며, 장애인과 이주민, 새터민 등 사회적 약자 보호 정책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을 물었다.

진보와 보수가 함께 공감한 복지 정책은 복지 예산 불평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복지예산 확보 방안을 물어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검증 의지를 드러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서 교계가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준비위원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공생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편차를 좁힘으로써 경제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교계 진보권에서만 목소리를 높여왔던 비정규직 해결 문제에 보수권이 합세한 것은 불안정한 고용이 증가하면서 주일성수가 위협받는다는 신앙주권 차원에서 접근했다. 주일시험 폐지 등을 요구해온 교계 보수권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종교의 권리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고용으로 인해 침해받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정부가 고용안정과 경제 양극화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모은 것이다.

또 준비위는 기독교계가 가장 활발하게 앞장서서 진행해온 대북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요구했으며, 선심성 교육 공약과 반값 등록금 약속이 난무하는 가운데 후보들의 ‘교육철학’을 공개적으로 질의하기도 했다.

종교 관련 사안으로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청소년들의 인성이 파괴되고 각종 교육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가운데 종립학교가 인성교육의 상당부분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하며, 종립학교 종교교육 권리보장에 대한 입장이 어떤지 질의했다.

소통과 화합, 상생을 이끌어야할 종교가 법의 테두리 안에 묶여 평화를 강요당하는 것도 부당하다는데 교계의 의견이 모아졌다. 준비위는 “종교 간 평화를 법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실상 ‘종교평화법’에 대한 후보들의 뜻을 물었다.

이밖에도 한국 사회를 좀먹는 사행산업의 제재 입장과 종교와 국가와의 바람직한 관계 등 후보자의 국가관과 민주주의의 가치, 국민에 대한 섬김의식 등을 검증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준비위 측은 “질문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 교계가 언어의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기독교 가치를 사회에 실현하는 차원에서 대합의를 이뤄냈다”며 “이번 토론 준비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대선토론준비위원회는 양 대선캠프에서 답변이 오는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들의 정책내용을 밝히기로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