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구석구석 안쓰던 물건, 이곳에선 모두 보물이죠”
상태바
“집안 구석구석 안쓰던 물건, 이곳에선 모두 보물이죠”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10.31 13: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 일자리 창출하는 착한 가게 ‘굿윌스토어’

장애아를 가진 부모들이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이가 커가는 것’이다. 학교에서 보살핌을 받던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학년이 올라가다 보면 자연히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신연령과 여러 신체 기능은 여전히 장애아에 머물러 있는데도 졸업할 나이가 되면 무작정 학교를 떠나야 하는 것이다. 졸업이라곤 하지만 장애아를 받아줄 직장이나 시설이 제대로 없어 실제로는 가정으로 돌려보내지는 셈이다.

장애아를 돌보기 위해 밀알학교와 밀알복지재단을 세운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 그는 밀알학교를 졸업한 이후 장애아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부모의 근심이 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최선의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2008년 故강영우 박사의 소개로 ‘굿윌’을 접하게 됐다.

# 굿윌을 ‘장애인 고용 사업’으로
‘자선이 아닌 기회를’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에드가 헬름즈 목사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굿윌은 처음 부촌에서 쓰던 의류 및 가구, 사무실 집기 등을 기증 받아 이를 세탁하고 수선해 어려운 시민들과 이민자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또한 중고품 수집, 수선, 분류 판매 등의 일에 소외 계층을 우선 고용해 일할 기회를 제공하고 어려운 이웃들의 희망이 되어주면서 전 세계 2천여 개의 매장으로 확산되는 결실을 맺었다.

미국 백악관 장애인위원회 정책 차관보를 지낸 강영우 박사는 2003년부터 굿윌을 한국에 ‘장애인 고용 사업’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굿윌 사업에 처음 동참한 이는 부산 호산나교회의 최홍준 목사였다. 최 목사가 2003년 4월 굿윌스토어 1호점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세신감리교회 김종수 목사가 2005년 3월 양천스토어를, 같은 해 7월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목사가 수원스토어를 오픈하는 등 몇몇 교회의 참여가 이뤄졌다.

# 밀알스토어가 세워지기까지

이어 굿윌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강 박사는 홍정길 목사를 찾아가 굿윌을 소개했다. 홍 목사는 즉시 남서울은혜교회 내에 팀을 구성해 굿윌 활성화에 적극 나섰다.

밀알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기적인 일자리 마련의 필요성을 느꼈고, 강남구의 도움으로 장애인재활센터에서 비누나 빵을 만드는 일을 하기도 했지만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5월 송파구 마천동에 ‘굿윌 밀알스토어’를 열 수 있었다. 홍세원 홍보팀장은 “밀알스토어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 장애인 시설이지만, 남서울은혜교회를 비롯한 많은 교회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남서울은혜교회가 장애인 직원 교육과 물품 기증에 나섰던 것이다.

또한 오륜교회, 열린비전교회, 사랑의교회, 온누리교회 등 주변 교회들이 물품 기증을 할 수 있도록 굿윌과 함께 하는 기부행사와 같은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결과 개점 초기에는 교회 기증품이 90%에 달했다.

교회를 비롯해 개인과 기업의 꾸준한 도움으로 밀알스토어는 다른 지점과 비교해 큰 성장을 이뤘다. 월 매출도 8천만 원 이상으로 50명의 장애인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으며, 내년 초 도봉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홍 팀장은 “원래 수서 쪽에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마천동에 세워져 지금과 같은 성장을 거둔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다.

고객을 맞는 장애인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가득했다. 장애인 근로자들은 고객을 맞이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일 외에도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거나 장애인 근로자들은 기증품을 분류하고 가격표를 부착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었다.

홍 팀장은 “개점 초기에는 장애인 근로자나 고객 모두가 불편해 했지만 지금은 많이 적응된 모습”이라며 “제빵이나 제조업에 비해 활동적으로 일하고 사람을 만나다 보니 장애인들이 밝게 웃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장애아를 둔 부모의 표정이 밝다. 월급을 받아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한 장애인 근로자 등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전해져온다.

홍 팀장은 “장애인들의 일자리 창출을 돕는 선한 사업이 전국민운동으로 확산되길 바란다”며 “특별히 한국 교회가 개교회 사역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교회 밖의 사역에도 관심을 갖고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1천 명 고용과 매장 50개 운영을 장기적인 목표로 세우고 장애인들이 능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은 기회를 갖고 삶의 질과 존엄성을 세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 장애인 근로자 & 자원봉사자의 이야기
▲ (왼쪽에서 세번째) 김영숙 권사
● 굿윌스토어에서 일을 시작한 지 5개월 된 신입사원 홍정휘 씨.

“일산의 장애인취업센터에서 추천을 받아 굿윌스토어에 입사한지 5개월이 되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이다 보니 어렵고 힘들 때도 있지만 칭찬을 받으면 많이 뿌듯해요.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이랑 친해진 것도 좋고요. 최근에 엄마가 일을 그만두셨는데 제가 용돈을 받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버니까 고마워하시더라고요.”

● 밀알스토어 개점 전부터 자원봉사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정수 장로(열린비전교회).
“저는 4년 전 정년퇴직을 했는데, 은퇴 전부터 ‘인생 후반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갚진 인생을 살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했어요. 은퇴 후 아름다운 가게에서 2년 정도 활동했는데 굿윌에서 도움을 요청해 자연스럽게 이곳에서 봉사를 하게 됐지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나와서 활동하는데 장애인 근로자들을 만나며 많은 기쁨과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

● 매주 수요일 매장과 식당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영숙 권사(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목사님이 굿윌 사업에 참여하면서 교회에서 단체로 봉사활동을 온 적이 있어요.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좋은 일에 지속적으로 동참하고 싶어 매주 수요일마다 밀알스토어를 찾고 있습니다. 매장에서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오히려 순수함을 지닌 장애인들과 친밀해지면서 기쁨을 누리고 있지요.”

# 우리 교회가 굿윌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느 교회나 마음만 있다면 굿윌에 참여할 수 있다.

그 방법으로는 첫째, 굿윌스토어로 찾아가 물건을 구매한다. 매일 1천개의 새로운 상품이 들어오고 6주 이상 진열된 상품은 정리되기 때문에 매일매일 찾아가도 쓸 만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중고품 가운데 살만한 것이 없다면 기업에서 기증한 새 상품을 구입하거나 장애인들이 만든 비누, 휴지, 빵 등을 구매할 수도 있다.

둘째, 물품을 기증한다. ‘언젠가 쓰겠지…’ 하던 물건이 기증되면 장애인의 삶이 되살아난다. 또 잠자던 물건이 기증으로 새 주인을 만날 때 환경도, 물건도 되살아날 수 있다.

특히 교회는 바자회를 하고 남은 물건을 기증할 수 있다. 기증물품은 직접 굿윌스토어로 찾아가 전달할 수도 있고, 사과상자 3개 이상이면 전화 한 통화로 굿윌에서 수거해 가기도 한다.

▲ 굿윌은 의류, 생활용품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물품을 기증 받고 있다.
셋째, 굿윌스토어에서 직접 자원봉사를 할 수 있다. 자원봉사 신청은 굿윌 홈페이지에서 신청하거나 전화로 연락할 수 있다.

신청 후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가능한 시간을 조율해 봉사하면 된다. 자원봉사는 매일 3시간씩 오전, 오후로 나눠져 식당이나 매장에서 활동하게 된다.

넷째, 대형교회의 경우 교회 주변에 지점을 오픈할 수도 있다. 홍 팀장은 “손해 보는 사업을 교회가 아니면 누가 하겠느냐”며 “장애인을 넘어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일에 한국 교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의. www.goodwellsongpa.org, 02-6913-919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