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일과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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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과 한국교회
  • 승인 2002.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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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로 정한 국가적인 경사스러운 날을 국경일이라고 부르는데 한국에는 1949년 10월 1일에 제정한 법률 53호 의해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의 4대 국경일이 있다. 한국 교회는 그 가운데 한 두 개를 제외한 국경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3·1 운동은 기독교가 중심이 된 민족운동이었다. 교회에서는 3·1 운동이 우리 민족의 기념비적인 독립운동이면서 동시에 한국교회의 역사에서 기독교가 한국민족에 뿌리를 내리게 된 대표적인 기독교민족운동으로 오래 전부터 인식해 오고 있다.

3·1절은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어느 사이에 교회의 절기들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많은 교회들이 3월 첫 주일이 되면 3·1절 기념예배를 드리거나 기도나 설교를 통해 3·1절의 신앙적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신촌에 있는 창천감리교회가 1969년부터 3월 첫 주일에 3·1 운동 기념예배를 드리다가 1973년부터는 3월1일 당일 아침에 기념예배를 드렸고 1984년부터는 신촌지역의 교회들이 연합하여 기념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은 이런 의식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헌절과 한국교회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그러나 1948년 5월 31일 온 국민이 주시하는 가운데 중앙청 회의실에서 제헌국회가 개회될 때 의장이 기독교인인 이승만 박사였고 개회식에는 예정에도 없었던 기도순서가 들어가 감리교 목사로서 제헌의원이었던 이윤영(李允榮)의 기도가 있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회는 광복절에 그 누구보다도 깊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통일운동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해방을 주신 분은 하나님이다’고 하면서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1980년 후반부터 통일운동이 활성화되면서 광복절을 통일기원주일로 지켰고 이를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로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기독교 국가가 아니면서 교회가 국경일들과 이렇게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어려울 것이며 이 점이 한국교회가 한국의 다른 종교들과 구별되는 점 가운데 하나이다. 국경일 가운데 개천절은 한국교회와는 거리가 있는 국경일이다. 개천절은 대종교(大倧敎)의 경축일이었다. 대종교가 1900년 1월 15일 나철(羅喆)을 중심으로 ‘중광’(重光: 재건)되자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개천절을 정한 것으로 개천절이라는 이름도 대종교에서 온 것이다.

개천절은 단군이 BC2333년 10월3일에 최초이 민족국가인 단군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되었는데 원래는 환웅(桓雄)이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 내려와 신시(神市)를 연 BC2457년 음력 10월3일을 뜻한다. 개천절은 일제시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데 기여했고 상하이 임시정부가 이 날을 국경일로 받아들인 것을 대한민국 정부가 계승한 것이다.

원래는 음력 10월 3일을 개천절로 지켰으나 1949년부터 양력으로 지키고 있다. 이와 같은 개천절의 유래를 살펴볼 때 개천절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나가서는 더 깊은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여겨지기도 한다.

국경일이 아니지만 현충일에 교회는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일을 잊지 말아야한다. 교회는 순교자의 피 위에 세워졌다는 교부 터틀리안의 말을 가장 실감 있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이며 많은 순교자들이 민족운동 내지 민족의 수난과 관계되어 목숨을 바쳤기 때문이다.

한글날은 오랫동안 공휴일이었다가 1990년부터 단순한 기념일로 격하되었다. 한글은 국가적인 보배라는 점과 교회는 한글에 생명을 부여했고 한글은 교회의 선교를 크게 도운 일을 생각하면서 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제정하도록 하는 일에 교회가 앞장 설 필요를 느낀다.

국경일들은 지금 본래의 의미를 많이 잃고 공휴일이라는 사실만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되는 느낌이 없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 교회가 국경일과 신앙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교회는 이런 일에 더욱 힘써 민족교회로서의 성격을 더욱 두드러지게 할 필요가 있다.

유관지목사(목양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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