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공부 못하는 가난한 학생 없게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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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 공부 못하는 가난한 학생 없게 해달라”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9.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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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전 할머니 연세대에 100억대 전 재산 유증

연세대 ‘김순전 장학기금’ 운영... 등기절차 마무리
피란민으로 내려와 60년 간 평생 검소한 삶 살아

100억대 재산을 연세대에 유증한 김순전 할머니와 정갑영 총장.
피란민으로 남한에 내려와 허리띠를 조여 가며 모은 100억대의 재산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증한 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지난 3일 구순의 김순전 할머니가 자신이 소유한 전 재산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처음 공개했다.

희색 모시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지난달 14일 연세대 총장실을 찾은 김 할머니는 중곡동 자택과 수인동, 능동, 공릉동 등에 소재한 자신의 주택과상가 등 부동산 4건과 예금 등 1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전부 유증했다. 유증은 유언에 의하여 유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증여하는 것을 뜻한다.

김 할머니는 “이북에서 빈 몸으로 내려와 굶기를 밥 먹듯 하며 돈을 모았다”며 “돈이 없어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고 당부했다.

백억대의 재산을 모으기까지 누구보다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아온 김순전 할머니는 한국전쟁 중에 고향 황해도를 떠나 남한으로 내려왔다. 피란 중에 챙긴 것은 달랑 이불 한 채. 낯선 서울에서 자녀를 키우기 위해 아끼고 또 아끼며 살아왔다.

“버스비를 아끼려고 후암동에서 동대문까지 매일 걸어 다녔다”는 김 할머니는 배가 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허리를 참았다고 했다. 이렇게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증하면서도 “우리 식구들은 먹고 살 걱정이 없다”며 “그저 어려운 아이들을 뽑아 장학금을 주어 훌륭한 일꾼으로 만들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할머니의 재산을 유증받은 연세대는 지난달 말 소유권 이전 등 등기절차를 마무리하고 24일 정갑엽 총장이 직접 김순전 할머니를 찾아가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 총장은 “얼마나 크고 소중한 돈인지 잘 알고 있다”며 “한 품도 허투루 쓰지 않고 어르신의 뜻에 따르겠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연세대는 할머니를 세브란스병원으로 초청,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보청기를 새로 마련해드렸다. 또 김 할머니의 뜻에 따라 사후 장례를 주관하고 할머니의 이름을 딴 ‘김순전 장학기금’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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