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녀 바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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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녀 바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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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8.1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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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지지한 영성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음녀 바벨론 (요한계시록 17:1~19:14)

기독교 상징은 성경의 역사를 통해 얻어지며 옛적 일을 기억하게 만든다. 이 상징에 담긴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해선 요한 당시의 사회적 역사적 상황을 자세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요한계시록의 저작시기인 66년 이후에는 메시아를 기대하는 유대민족에게 로마는 혹독한 공격을 감행하여 예루살렘을 멸망시켰다.

로마제국 내에선 네로의 자살로 걷잡을 수 없는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었다. 이러한 네로의 박해와 예루살렘의 멸망 사이의 역사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 죄악, 이기심과 수치심이 있는 그대로 처절하게 노출되었다.

음녀 바벨론은 바벨론을 의인화한 표현인데, 여기선 이방 로마제국과 같은 우상숭배하며 간음하는 가장 큰 도시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화면 우측에 짐승의 등위에 앉아 있는 음녀 바벨론이 그려있다. 음녀는 자주색과 빨간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손에는 금잔을 들고 있으나 잔속에는 가증한 것들로 가득할 뿐이다.

음녀가 타고 있는 짐승의 일곱 머리는 하나님을 모독하려는 세상권력을 나타낸다. 열 뿔은 막대한 권세를 가진 세상의 열 왕을 상징한다. 이들은 강력히 연합하여 짐승에게 복종할 뿐만이 아니라 오만한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힘을 맘껏 뽐내고 있다. 맞은편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당시 사회의 지도층 인사인 귀족, 성직자, 상인들이다. 음녀와 짐승과는 깊이 있는 교감이 이루어진 듯 그들의 눈길과 자세는 매우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무릎을 꿇고 있는 성직자는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능력을 상실한 모습이다. 이렇듯 편협하게 뭉치는 시류는 빛과 진리 대신 어둠과 거짓을 사랑하는 풍조를 낳고 만다.

이 순간 화면 상단 우측에 보여 지듯이, 한 천사가 두 팔을 벌리고 하늘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무너졌다. 무너졌다. 큰 도시 바벨론이 무너졌다.” 가장 세속적이고 타락한 성읍인 바벨론이 멸망했음을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땅은 천사의 영광의 광채로 환하다. 요한계시록에서 어떤 천상적 존재도 이 영광을 갖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 천사의 존재감이 느껴진다.

바로 옆에는 힘센 천사가 큰 맷돌 같은 돌을 들어 바다에 던지려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힘센 천사가 바다에 던지는 순간 그 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바벨론의 멸망이 바로 이와 같다는 비유이다. 바벨론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은 부분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심판이며 회복의 가능성을 조금도 고려할 수 없는 처절한 심판이다. 저 멀리 화염에 휩싸여 있은 바벨론 성이 보인다.

그리고 상단에 절대적인 심판자의 모습으로 백마 탄 자이신 승리하신 그리스도와 하늘의 군대가 휩쓸고 내려오고 있다. 그리스도는 피 뿌린 옷을 입고 계신데 신실하고 진실 된 모습이다. 뒤를 따르는 하늘에 있는 군대는 희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고 있다. 이 군대는 천군 천사뿐 아니라 구원받은 모든 백성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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