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도 ‘하나님의 피조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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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도 ‘하나님의 피조물’ 입니다”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7.25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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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에 놓인 이주여성, 어떻게 할 것인가?

구타, 흉기 위협 등 이주여성이 당하는 가정폭력 심각
사회 무관심 속 결혼이주민 사역 교회가 단연 으뜸


지난 18일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가정폭력으로 사망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가정폭력으로 삶을 마감한 10명의 이주여성을 위로하기라도 하는 듯 굵은 빗줄기가 하염없이 쏟아졌다.

지난 2일 남편에게 수차례 흉기로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씨, 그리고 이틀 후 술 취한 남편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죽음에 이른 김씨 등 올해 들어서만 3번째 발생한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눈물을 삼키며 추모사를 읽어 내려간 최씨(김씨의 친구)는 “낯선 땅, 낯선 환경에서 외국인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주여성들이 최소한 가장 가까이 사는 남편에게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엄청난 비극”이라며 “다문화 가족을 위한다고 하는데, 내 친구는 왜 죽었냐”고 반문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이주여성 인권침해의 실상
최근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2009~2011)간 집계한 가정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7,621건으로 전체 상담에서 10.8%를 차지했다. 부부갈등, 이혼 등이 따로 분류된 것을 감안한다면 적지 않은 수치다. 구타, 목 조름, 폭언, 쫓아냄, 흉기로 위협, 성적학대, 감금 등 그 종류도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한국염 목사는 “최근 발생한 두 사건은 이주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인권침해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주여성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이주여성에 대한 혼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분위기에 밀려 자신의 성실한 혼인 생활을 증명하기 위해 경제적 착취와 남편의 폭력을 견디며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목사는 또 남편에 의해 자격을 보장받는 체류와 국적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국적을 빌미로 여성을 통제하고 학대하는 남편으로 인해 기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주여성 스스로 안정적인 체류와 국적 취득을 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한 목사는 이주여성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그는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교회들이 있긴 하지만 순수한 목적보다는 교인 늘리기를 위한 것일 때가 많다”며 “이주여성 대부분이 불교, 이슬람 등의 종교를 갖고 있어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 목사는 “목회자들이 강단에서 ‘인종차별은 죄’라고 분명하게 설교해야 한다”며 “이주여성들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으로 그 존엄성을 인정하면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교회의 역할’의 저자인 장훈태 교수(백석대)도 “우리 사회는 이미 다문화사회”라며 “농촌 총각의 30%, 도시근로자의 17% 이상이 이주여성과 결혼하는 상황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는 이주여성과 그들의 자녀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또 “가난, 언어, 문화적 충돌, 소외의 벽 등 이주여성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교회가 껴안아야 한다”며 “한국어학당과 문화교실,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주민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하도록 법과 제도의 정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웃의 눈물 닦아주는 교회
한편 이러한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이주여성을 섬기는 교회와 단체들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모든 사람은 인종과 국가를 초월하여 존엄성을 갖는다’는 모토를 가지고 국내 최대 규모의 이주민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NGO ‘지구촌사랑나눔’.

지구촌사랑나눔 산하의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는 언어와 문화차이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주민들을 위해 모국어상담, 교육, 문화 등의 분야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필수 요소인 한국어 교육과 고향에 있는 가족과 메신저 대화나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교육, 안전교육, 법률교육 등의 과정이 있으며, 교육과 함께 이주민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공동체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전국에서 중국여성들의 상담전화를 받고 있는 ‘서울중국인교회’는 중국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이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교회로 통한다.

법무부가 공인한 결혼이주여성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중국인교회는 결혼피해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없는 경우라도 상담과 ‘피해사실확인서’ 발급을 통해 법무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2006년에는 중국계 이주여성들의 권익과 지위향상을 위해 ‘중국계결혼이민유권자운동’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최황규 담임목사는 “이주여성들의 낮은 자존감과 상한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지만, 개개인의 고통을 다 들어주고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유권자운동은 국제결혼과 관련 불합리한 제도나 법을 바꾸기 위해 중국여성들 스스로가 주체로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분당우리교회에서 운영하는 우리다문화가정센터, 서울조선족교회 등이 결혼이주민 사역을 꾸준히 감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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