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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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 승인 2002.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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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회부적응자와 지체장애우의 사랑을 그려낸 이창동감독의 오아시스. 이 아름다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세계를 감동시키며 국내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과 신인여배우상을 석권했다.

이 영화는 남녀의 사랑을 그려낸 멜로영화지만 감정동일화라는 정형적인 틀을 과감하게 벗어버렸다.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주변인들의 편견적인 정서를 뒤로하고 둘은 힘겨운 사랑을 한다. 그러나 보통사람들이 보았을 때만 힘겨워 보일 뿐 두사람은 너무도 행복했다.

'마마’와 ‘장군’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그들만의 세상에 빠져들어 영화내내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한 겨울에 반팔차림으로 등장하는 주인공 홍종두(설경구 분). 전과3범인 종두는 어눌한 행동과 말로 주변사람들에게 늘 짜증스런 존재다. 영화내내 평범하지 않은 행동으로 관객들의 질책을 받긴하지만 그에게는 순수한 사랑의 마음이 있었다.

교통사고를 낸 형을 대신해서 교도소를 다녀왔지만 그를 반기는 가족은 아무도 없다. 종두를 대리러 온 동생도, 어른이 되라며 매질을 하는 형도, 삼촌이 없을 때 가족이 행복했다며 싫은 내색을 형수도… 그러나 이런 일에 이골이 난 탓인지 종두는 묵묵히 자신의 일만 생각하며 하루를 보낸다.

지체장애인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공주(문소리 분)는 매일 거울을 갖고 노는 것이 하루일과의 전부이다. 공주도 장애우라는 이유로 오빠에게 외면당하고 허름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아가는 주변인 중 한 사람이다.

그런 공주에게 평범하지 않은 종두가 나타난다.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공주의 아버지라는 미안함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평범하지 않은 공주에게 호기심이 발동했는지 종두는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공주밖에 없는 집을 찾은 종두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려다가 인간적인 욕망이 앞서 겁탈을 시도하고 만다. 기절한 공주를 품에 품고 어쩔줄 모르는 종두의 모습에서 실패의 연속에서 발버둥치는 사람들의 일상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듯 했다.

그렇게 불미스럽게 시작된 공주와의 인연은 애틋한 사랑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공주는 아무도 돌보지 않은 자신을 찾아와 ‘예쁘다’며 어눌한 웃음을 짖던 종두에게 호감을 느끼며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공주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두려워하는 나무 그림자를 없애달라며 종두에게 지친어깨를 기대기 시작한다.

동병상련인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채이고 꼬집힌 아픈 심정을 종두에게는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공주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웃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속으로 삭이던 종두도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기도 하지만 그 정도가 약하다. 모처럼만에 공주와의 외출, 그러나 식당에서 문전 박대를 받고 TV를 꺼버리거나 어머니의 생신에 공주와 동석해 가족들에게 욕을 먹자 기념촬영도 마다하고 뛰쳐나가는 정도이다.

이 영화에는 종두와 공주처럼 사회와 격리된 듯한 사람들을 이용해 이속을 차리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을의 치졸한 모습들목격할 수 있다. 전과자인 동생에게 교통사고의 과실치사 혐위를 씌우는 형, 장애인인 동생의 명의로 임대아파트를 얻어내는 공주의 오빠 등 색안경을 쓰고 그들을 외면하지만 정작 필요하다 싶으면 철저하게 이용하는 보편적인 사람들의 이기심을 엿볼 수 있다.

또 한가지 이 영화에도 박하사탕처에서처럼 스쳐가듯 목회자가 등장한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종두를 정죄만 할 뿐 정작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감독은 세상을 포용하지 못하는 기독교의 편협함을 그대로 투영하려 했을까.

“이 어린 영혼의 죄를 용서하옵시고…” 라는 목사의 기도는 종두에게 더 이상의 위안이 되질 않았다. 그렇게 교회는 사회에서 멀어져 갔는지도 모른다. 많은 교회들이 자신들만의 울타리를 치고 그틀에 맞지않으면 이웃이 아닌 남으로 여기고 아프고 외로운 사람들에게 등을 돌려버렸을 수 있다.

결국 종두는 공주의 아름다운 사랑의 행위가 강간으로 오해를 받아 다시 교도소 신세를 지게 되지만 애뜻한 사랑을 편지에 실어보내며 삶의 희망을 그린다. 공주도 그 희망의 종두를 기다리며 하루를 살아가는 간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감독은 그 사랑을 오아시스로 표현했고 그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고 있었다.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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