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내밀면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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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내밀면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7.10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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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문제 정면으로 다룬 뮤지컬 ‘4번 출구’

북한 탈북자 문제, 청소년 자살 문제 등 각종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 잇따라 앵콜 공연에 나서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지는 않지만 생명과 평화, 정의 등 기독교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작가들의 작품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회적 이슈와 결합한 기독교 문화 콘텐츠가 하나의 흥행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본지는 2주에 걸쳐서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뮤지컬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요즘 뉴스를 보면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들은 왜 하나님께서 주신 고귀한 생명을 포기했을까. 기독교 극작가로 유명한 손현미 작가가 쓴 블랙코믹뮤지컬 ‘4(死)번 출구’는 현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왕따 문제, 학교폭력, 외모 지상주의, 입시지옥, 인터넷 중독 등 학교 문제를 청소년들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뮤지컬 ‘4번 출구’는 지난 2010년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제작한 것을 청소년 폭력과 자살방지를 목적으로 각색했다. 지난해 경기도립극단과 함께 정신건강연극제에 뽑히기도 했다. 이번에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과 대상 청정원 순창의 지원을 받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4번 출구’는 청소년뮤지컬 전문극단 이룸씨어터가 공연을 준비했다.

뮤지컬은 청소년 자살자들을 비겁자, 나약한 존재, 무책임한 이기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전에 그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을 스스로 죽도록 몰아붙인 현실과 사회, 이웃들에 의한 타살은 아닌지 되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극은 다섯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자살사이트에 가입한 대화명 ‘마녀는외로워’, ‘빨간 망치’, ‘백마탄 환자’, ‘투명인간’, ‘광수생각’. 이들은 어느 날 자살을 마음먹고 카페지기 ‘노틀담의 대추’의 지시를 따라 정자역 4번 출구에 모이게 된다.

여기에 모인 이상 이들은 더 이상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없다. 죽음의 공포에 휩싸인 학생들은 각자의 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저마다의 가슴에 맺힌 한과 슬픔, 자신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하나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집단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한 ‘투명인간’, 친구들과의 지나친 경쟁 속에서 고독과 싸우며 입시지옥을 경험하고 있는 ‘빨간망치’, 장난삼아 괴롭혔던 친구의 주검 앞에서 감당할 수 없는 죄의식에 고통 받는 ‘백마탄 왕자’, 다재다능하고 성실하지만 뚱뚱한 외모 때문에 꿈을 포기하게 된 ‘마녀는외로워’,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고 사이버 공간에서 조차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기댈 곳이 없게 된 ‘광수생각’.

어떤 사연은 기구하고 어떤 사연은 황당하기까지 하다.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통해 70분 동안 펼쳐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관객들은 포복절도하다가 어느새 눈물을 짓게 된다.

손현미 작가는 “4번 출구는 죽음에서 탈출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기독교적인 가치관과 복음적인 메시지를 담아 작품을 썼다”며 “내 아이들이 중고생이다. 아이를 기르는 입장에서 청소년 스스로 고민을 치유해 갈 수 있도록 동기를 주는 힐링뮤지컬”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면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뮤지컬 ‘4번 출구’는 지난 2일 오후 첫 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9월까지 전국 중·고등학교로 직접 찾아가 뮤지컬 공연 8회, 가족 초청 공연 2회 등 총 11회의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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