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칼럼] 오병이어를 가지고온 소년의 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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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칼럼] 오병이어를 가지고온 소년의 놀람
  • 허진권
  • 승인 2012.07.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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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 미술 간파하기(6)

필자가 그 동안 제작한 작품들 중 성경의 내용을 주제로 한 것들이 상당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부활을 위한 서곡, 가상칠언, 사람을 낚는 어부, 오병이어의 이적은 특별히 필자가 좋아하며 즐겨 그리는 주제로 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오병이어의 이적에 대한 내용은 아주 오랜 동안 여러 가지 재료와 기법을 활용한 다양한 방법과 형식으로 제작하고 있음을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오병이어의 이적은 예수님의 사역 중에서도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포도주를 만든 이적과 함께 믿지 않는 사람들까지 알고 있는 내용 중 하나다. 특히 믿는 분들이 경영하는 횟집의 상호로 오병이어가 많이 있으니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은연중 말씀을 전도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음도 알아볼 수 있다.

지난해 있었던 쓰나미로 인한 일본의 재해, 그리스나 스페인으로부터 시작된 유럽 경제의 침체, 이란에서 생산되는 기름에 대한 규제 등 경기회복에는 온통 악재들이다. 이런 속에서도 우리나라가 이제 20-50클럽에 일곱 번째로 가입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그럼에도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자본주의에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인 빈부격차로 인하여 우리나라도 곳곳에서 아주 어렵고 힘든 절대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웃의 따스한 손길이 없이는 생존할 수없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들은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필자가 즐겨 제작하는 오병이어의 이적은 가상칠언과 함께 필자가 그 동안 살아온 일기장이요 삶의 고백이며 간증이다. 섬에서 자란 필자는 보리떡 다섯 덩이보다는 물고기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처음에는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덩이까지 다 그려서 내용을 설명하다가 점차로 화면에서 떡이 사라지다가 마침내 물고기도 한 마리만 남았다.

그 남은 한 마리도 조리하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써 물고기가 아닌 살아서 움직이는 생생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오병이어의 이적을 제작할 때 필자는 물고기와 떡을 가지고온 소년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도시락을 준비해준 소년의 어머니를 생각한다. 그 소년은 어머니가 준 도시락을 가지고 현장까지 왔다. 대개의 어린이들은 도시락을 먼저 먹게 마련이다.

허나 이 소년은 끝까지 들고 있었으며 자기의 한 끼 양식을 미련 없이 드렸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웃을 위하여 베푸는 일은 가진 자 보다는 이 소년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더 많음을 볼 수 있다. 그 때 먹고 남은 그 광주리 속의 일용할 양식들이 지금도 살아 우리들에게 은혜가 되어 오고 있음을 볼 때 소년이 가지고온 오병이어의 도시락은 지금도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하여 필자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그리며 도시락을 가지고온 소년을 생각한다.

허진권(목원대학교 기독교미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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