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삼키는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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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삼키는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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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7.0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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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지지한 영성의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9) / 안용준 목사(목원대학교 겸임교수)

책을 삼키는 요한 (요한계시록 10:1~11)

요한계시록은 시각적인 효과를 덧붙일 때 더욱 빛난다. 세상의 가치로선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이미지들로 가득할 뿐만 아니라 ‘초월적 현실’(transcendental reality)을 묘사하는 비유와 상징적 표현들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하나님의 뜻을 인간의 언어로 사용해 표현했기 때문에 시각적인 이해도 필요하다고 본다.
 
뒤러는 성직자와 같은 마음으로 역사의 마지막 장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당시 신비주의는 소책자와 각종 문서를 통하여 새로운 영향력을 더해 가고 있었다. 이에 맞서 뒤러는 영적 진리의 수호자로서 시각예술을 열어나갔다.

요한이 많은 백성과 나라와 방언과 임금에게 예언하도록 지시되어 있는 사명의 현장을 뒤러는 사선을 따라 점진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화면 우측 아래에는 고요한 바닷가에 앉아있는 요한의 모습이 보인다. 앉아 있으나 그의 표정과 자세에서 긴장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 확연히 느껴진다.

그는 힘센 천사 하나가 구름에 싸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화면 중앙에 표현된 힘센 천사의 머리에는 둥근 무지개가 둘러져 있으며 얼굴은 해와 같이 광명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발은 불기둥의 형상으로 오른 발은 바다를, 왼발은 땅을 굳게 딛고 서 있다.

뒤러는 요한이 이 천사의 손에 펴놓은 작은 책을 받고 있는 장면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어 어린양이신 예수님과 힘센 천사를 거쳐 요한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선포할 사명이 요한에게 위임되는 순간이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구현되고 역사의 마지막에 완성될 하나님의 나라를 예언하기 위해 그는 부르심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구원의 소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다.

그 천사는 위엄 있는 표정으로 요한에게 말한다.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것은 너의 배에 쓰겠지만, 너의 입에는 꿀같이 달 것이다.” 무슨 의미인가? 말씀은 인간을 살아나게 하는 능력이 있음에도 삶의 고난과 심리적 아픔이 요한과 말씀을 먹은 모든 자들에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미리 나타내 주고 있는 것이다.

화면을 보면 요한은 강력한 흡인력으로 음식을 먹듯이 책을 삼키고 있다. 그 옆에는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기록한 책과 필기도구가 놓여있다. 책에는 요한이 그 시간까지 보았던 마지막 때의 역사 운행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긴박하게 흐르는 부르심의 현장 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창조세계는 조화롭고 아름다운 자태를 여전히 뽐내고 있다. 초목이 무성한 땅과 울창한 숲은 생명의 숨결을 마음껏 몰아쉬는 듯하다. 잔잔한 바다 위에는 저 멀리 세척의 배가 자신의 길을 가고 있으며 두 마리의 백조와 한 마리의 바다뱀은 평화로이 노닐고 있다. 금 제단 주변 드넓은 창공에는 아기천사들이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느라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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