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미술관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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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으로 올라가는 길, 미술관이 되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6.28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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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예술대 회화과, 지난 18~22일 ‘계단전’ 개최

설치미술과 회화 작품 등 순수창작미술 실력 뽐내
조미혜 교수 “기말과제 소중한 작품 함께 보고파”


강의실로 올라가는 길이 미술관으로 변했다.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던 학교 계단은 친구들과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며 잠시 쉬어가는 문화공간이 되어 있었다.

백석예술대학교 회화과(학과장:조미혜)가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방배동 캠퍼스 자유동에서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한 ‘계단전’을 열었다. 말 그대로 ‘계단’을 전시장으로 변화시킨 첫 시도는 신선하고 새로웠다. 중앙 계단에는 설치미술 작품이, 측면 계단에는 회화 작품이 걸려 있었다. 특정 공간에서만 ‘전시’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깬 이번 전시는 백석예술대 학생들의 실력을 뽐내기에 충분했다.

자유동 6층에서 4층까지 내려온 긴 줄은 ‘나와 너의,’라는 제목의 설치 작품이다. 긴 줄을 밀랍이 둘러쌌다. 이 작품을 만든 김유경 양은 “수많은 관계와 소통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서로가 얽히고설킨 줄, 그것을 지구라는 공간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숨 쉬는 사람들의 관계를 묘사했다.

계단 한 구석에 놓인 치킨은 사람의 얼굴과 결합되어 있다. 성형의 욕망을 드러낸 작품. 운동화를 신은 철사 다리는 현대인의 무겁고 지친 삶을 형상화했다. 기약 없는 전진 속에 사람 냄새가 사라지고 마는 팍팍한 인간 세상이 작품 속에 담겨진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계단전’은 1, 2학년 학생들의 기말 과제에서 출발했다. 시험을 위해 제출하는 과제를 교수 혼자 보고 버릴 수는 없었다. 조미혜 교수는 아이들의 재능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배우고 생활하는 공간에 전시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조 교수는 “약초는 아는 사람만 알아보듯이 미술을 아는 사람들에겐 아이들의 작품 하나하나가 보석처럼 보인다”고 고백했다. “그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라며 “전시의 장을 고심하다가 ‘계단’이라는 공간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계단전은 한마디로 성공이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학생과 교수들이 회화과 학생들의 열정과 실력을 한 눈에 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참여한 학생들 안에 자부심이 높아졌다.

5층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마련된 TV에서는 학생들의 작업과정이 비디오아트로 만들어졌다. 상상하고, 실험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유쾌한 작업 영상에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조 교수는 “계단이라는 사소한 공간을 전시장으로 바꿀 수 있었던 것은 예술 자체가 판에 박힌 일상을 비틀어 보는 작업이기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아이디어가 고갈된 기업에서 순수미술에 비중을 두는 이유도 그 안에서 ‘창의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순수미술은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고, 또한 무한한 가능성의 장이기도 하다.

조명이 필요 없는 자연 채광 아래 전시된 회화 작품들도 학생들의 발걸음을 붙들었다. 캔버스 안에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은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1학년 양정은 양의 이 작품은 조선일보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아시아프’에 초대됐다. 아시아프는 한국 및 아시아 각국의 대학생·대학원생 및 30세 이하 작가를 발굴해 서울역에 전시하는 권위있는 전시회로, 백석예술대는 올해 졸업생 2명, 재학생 2명 등 총 4명의 작품이 선정됐다.

특히 평소 남다른 신앙심을 가진 양정은 양의 작품 속에서는 그녀만의 신앙고백을 읽을 수 있다. 조 교수는 “백석학원의 설립이념처럼 기독교 인성이 작품에 묻어나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꼭 십자가를 쓰지 않아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상징과 은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며 현대미술의 파급력을 자랑했다.

첫 교내 계단 전시회를 성황리에 마친 백석예술대 회화과는 매 학기마다 ‘계단전’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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