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 여전한 학교폭력, 대처 시급”
상태바
“보이지 않는 곳에 여전한 학교폭력, 대처 시급”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6.13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종합대책 발표 이후, 학교현장은?

좋은교사운동(대표:정병오)은 지난 8일 ‘학교폭력종합대책 시행 4개월, 학교 현장의 변화와 보완책을 묻는다’는 주제로 정책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직 초중ㆍ고등학교 교사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학교폭력종합대책 발표 이후의 학교현장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오고갔다.

교사들은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학교폭력이 가시적으로는 줄어들었고 어느 정도 억제효과도 있지만, 여전히 학교폭력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잠재되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A중 교사는 “학교폭력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학생 간의 작은 다툼도 학부모의 민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분위기가 삭막해졌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폭언을 하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D고 교사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특히 증거가 없는 왕따 문제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중학교 때 왕따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고등학교에 와서도 불안해하며 상담을 요청하는 학생들이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학교폭력 관련 공문 처리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가해자를 선도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핵심인데, 핵심보다 폭증한 공문 처리에 일이 치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서울 Y고 교사는 “학교폭력에 대한 학생상담을 몇 분, 몇 번이나 했냐는 식의 실적과 결과를 묻는 공문은 잘못됐다”며 “형식적인 것에서 벗어나 실제적인 학생 상담이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B중 교사도 “학교 예산 때문에 실제적인 예방교육이 되지 않고 있다. 방송이나 강당에 몇 백 명을 모아놓고 하는 예방교육은 형식에 지나지 않는다”며 “진정성 있는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수담임제’에 대해서는 “교사나 학교 현장의 필요가 아닌 학교대책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 현실에 맞지 않아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A중 교사는 “복수담임제는 가정에 두 가장이 있는 꼴”이라며 “역할분담이 애매하고 오히려 학생들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기재하도록 한 것과 학교폭력위원회에 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서울 Y고 교사는 “생활기록부 기재는 가장 없어져야 할 대책”이라며 “학생의 한 때의 잘못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돼 입시나 미래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D중 교사는 “가해학생이 사과하고 피해학생이 용서 했는데도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야 하는 상황이 많다”며 “학생, 학부모-교사 간의 분쟁을 야기하고,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의 관계회복을 위한 건강한 논의가 아닌 삭막한 법정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