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역사가 될 ‘일 교단 다 체제’ 이뤄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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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역사가 될 ‘일 교단 다 체제’ 이뤄내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6.1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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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 - 장로교회를 돌아본다 ⑤ 시대적 과제와 역할

▲ 지난해 열린 ‘2011 장로교의 날’행사에는 한장총에 가입한 30개 교단 7천여 명 목회자와 성도들이 참석해 한 목소리로 장로교단의 하나됨을 위해 뜨겁게 기도했다.

올해 한국 장로교는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12년 한국에서 장로교 총회가 처음 조직된 이후 분열과 성장을 동시에 경험했다. 한국의 장로교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한국 사회와 함께 호흡했다. 또 한국의 역사적 좌표마다 중요한 사회적 의미를 공유하며 공과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한국 장로교는 다양한 분파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지만, 한국 교회 성도의 70% 이상이 장로교인일 만큼 크게 성장했다. 이 때문에 한국 교회가 곧 장로교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기독교의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해 왔다. 최근 한국 교회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연합사업과 관련한 마찰이 대부분 주요 장로교단 사이의 대립 구도라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현재 한국 교회는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학술 세미나를 통해 지난 역사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장로교의 유입과 역사적 기여, 분열과 성장, 개혁과 갱신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지난 100년에 대한 고찰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한국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아, 한국 장로교회의 역사를 살펴보고 개혁과 갱신을 위한 의제들을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비성경적 신학 사조와 자유주의 신학 침투 적극 막아내야
연합과 일치ㆍ통일한국ㆍ사회적 책임 위한 정체성 정립 필요

1970년대 대부흥을 경험한 한국 장로교회는 1980년대 정체기를 거치면서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인 감소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장로교 신학자와 목회자들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실용주의 도전 속에 성경만이 신앙의 기초이며, 예배가 모든 신앙생활의 표본이라는 장로교 신학과 신앙의 전통이 퇴색돼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오덕교 교수(합신대)는 “성경의 가르침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예배를 수용한 이후 ‘열린 예배’가 장로교회 안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실용주의적 가치관으로 장로교회가 정체성의 위기를 맞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장로교회는 지방주의, 교권주의, 교회 이기주의, 학벌주의, 인맥주의를 비롯해 심령에 내재한 성공주의, 쾌락주의, 명예주의 등 세속적 가치관을 지양해야 한다”며 “다시 부흥을 체험하고 교회 역사의 주역 역할을 감당하려면 예배와 생활에서 거룩함을 드러내고, 교회의 본질을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개혁주의 신학 추구해야
그렇다면 한국 장로교회는 변화와 갱신, 개혁을 위해 어떤 노력을 전개해야 할까. 먼저 신학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로교회가 지향하는 것은 ‘개혁주의 신학’이다. ‘개혁된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는 개혁의 정신과 이념을 적극 실천하는 것이다.

정일웅 총장(총신대)은 “한국 장로교회는 칼빈신학에 근거한 웨스트민스터 신조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대적으로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오직 그 말씀에 순종하려는 개혁신학에 있음을 확인하고 적극 계승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장로교회 안에서 21세기 다양한 도전들에 맞서 개혁주의 신학이 한국 교회 목회현장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신학을 연구하고 신앙을 고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김성태 교수(총신대)는 “장로교단은 지나간 믿음의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순수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을 끝까지 견지해야 하고, 비성경적인 모든 사이비 신학 사조와 자유주의 신학의 침투에 대해 적극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9년 창립된 개혁주의생명신학회(회장:김진섭 박사, 백석대)도 종교개혁자들이 물려준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그리스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개혁주의 신학의 5대 표어를 중심으로 장로교회의 지속적인 개혁과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김진섭 박사는 “현대신학은 지나친 이성 중심의 사변신학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며 “오늘의 개혁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말씀의 생명력과 경건한 삶을 보여주기보다는 전통과 교리중심의 신학에 치중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개혁주의생명신학회는 외형적으로는 성장했지만, 내면적으로 영적 생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교회의 신학과 신앙을 새롭게 개혁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국내외 학자들과 함께 말씀 중심의 개혁주의 신학을 구현하고 있다”며 “장로교 신학자와 목회자들이 교회 개혁의 선봉에 서서 한국 교회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연합과 일치 위한 ‘교단 통합’
200여 개 이상으로 나누어진 교단의 통합도 중요한 과제다. 한국 장로교회는 지연과 학연, 교권주의와 신학적인 차이 때문에 분열을 거듭해 교회 안팎으로부터 많은 손가락질을 받아왔다. 따라서 분열의 원인이 되는 요소들을 비판하고, 배척하면서 교단 간 동질성을 발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사실 1970년대 대부흥 운동 이후 진보와 보수의 간격이 좁아지면서 장로교 연합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다. 1980년 12월 8일 통합과 합동, 고신, 기장, 대신 등 5개 교단 총회장과 총무가 장로교 협의체 구성에 관한 합의를 한 후, 1981년 2월 ‘한국장로교협의회’(이하 한장협)를 구성했다.

한장협은 장로교회 일치와 정체성 회복을 위해 1986년 5월 한국장로교일치연구위원회와 한국장로교회 예배모범위원회를 조직하기도 했으며, 1997년 7월 대한예수교장로회협의회(예장협)과 합동총회를 개최, 현재 30여 개 교단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이하 한장총)를 정식 출범시켰다.

장로교정체성회복위원회를 통해 교회 연합과 일치 운동을 전개한 한장총은 통합, 합동, 고신, 대신, 백석, 합신 등 장로교단에 속한 신학자들이 참여하는 ‘장로교신학회’를 만들고 2001년 11월부터 한국 장로교회의 일치와 연합을 위한 학술활동을 전개했다.

오덕교 교수는 “한국장로교신학회는 장로교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작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장로교회 각 교단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비롯한 표준문서를 신앙과 예배, 그리고 교회 정치의 기초로 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09년 한장총 대표회장이었던 이종윤 목사는 칼빈탄생500주년기념사업회를 조직한 후, 칼빈신학에 대한 세미나 개최, 논문 발표, 출판 작업을 전개했다. 특히 칼빈의 출생일인 7월 10일을 장로교의 날로 정하고, 그날에 장로교단들이 함께 모여 예배할 것을 제안해 2009년 7월 9일 장충체육관에서 ‘일 교단 다 체제’를 지향하는 첫 번째 연합집회인 ‘장로교회의 날’ 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후부터 장로교단이 하나 되기 위한 ‘일 교단 다 체제’ 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2010년 두 번째 장로교의 날 대회에서 공식적으로 일 교단 다 체제 방식의 연합안이 제시되면서 장로교 일치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장로교 일치운동은 각 교단의 지지를 얻는 가운데 지난해 5월 각 교단 총회장과 총무들이 ‘일 교단 다 체제’를 이루기 위한 로드맵을 받아들임으로써 하나 됨을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됐다. 한국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교리나 예배, 교회 정치에서 차이가 없고, ‘일 교단 다 체제’ 운동이 실천 단계에 와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오덕교 교수는 “현재 한국 장로교회를 하나로 만들려면 많은 장애도 뒤따를 것”이라며 “신학적인 견해 차이로 인한 상호 불신을 제거하고, 교단 간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나가 되는 것은 주님의 기도제목이며, 사도들의 명령, 교회 역사가 제시하는 교회다움의 표지라고 한다면 장로교회는 여러 장애를 극복하고 하나 되는 일을 이루도록 전심전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상규 교수(고신대)도 “동일한 신앙고백을 공유하는 장로교회가 연합해 일단 일 교단을 이루고 잠정적으로 체제의 다양성을 인정하되 점진적인 조직의 연합과 통일을 추구해간다면 분열의 상처를 치유하게 될 것”이라며 “장로교회가 추구해야 할 우선적인 과제인 연합이 이뤄진다면 21세기 한국 교회 종교개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복음적 평화통일은 시대적 과제
한반도 분단 극복에도 적극 앞장서야 한다. 한국 교회가 아무리 세계선교를 외치고, 이웃사랑을 목 놓아 외치더라도 북한의 2천400만 영혼을 방치한다면 위선자이며 회칠한 무덤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도홍 교수(백석대)는 “한반도 분단 극복은 하나님이 한국 장로교회에 내리신 막중한 21세기 과업이며, 장로교회 성숙과 개혁에도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하나님의 섭리와 뜻을 이해하기 위해 한국 장로교회는 어렵고 힘들지만, 의지적으로 평화통일의 과제를 성령을 힘입어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경적인 남북통일을 이룩하려면 독일통일의 교훈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사실 독일통일은 ‘조용한 개신교 혁명’으로 일컫는다. 이는 독일 교회가 독일의 분단을 극복하는 일에 그 어떤 정치, 경제적 노력을 넘어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독일 교회는 정치적 분단을 대면할 때 나름대로 성경적 통일신학을 갖고 있었다. 독일 교회는 동독을 대할 때 ‘특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했다. 정치와 이념을 넘어 복음에 입각한 관계를 추구한 것이다. 아무리 동ㆍ서독 간 냉전이 찾아와도 독일 교회의 동독을 향한 입장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주 교수는 “독일 교회는 ‘섬김의 신학’, ‘성육신의 사랑’을 성경에 근거해 실천했다”며 “서독 교회의 철저한 헌신과 희생이 동독을 향한 ‘특별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독일 교회는 명목 있는 지원, 확고한 철학과 순수한 지원, 수요자 중심의 지원을 지속했다”며 “독일 교회의 지원은 동독 경제 회복과 함께 정치적 법적 장애가 극복돼 교회의 유대관계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교회는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지상 최대의 명령에 순종해 적극 북한을 사랑해야 한다”며 “하나님이 한국 교회에 요구하시는 사랑은 본질적으로 원수 사랑이다. 더욱 대담하고 다양하게 한국 교회의 북한을 향한 복음적 사랑을 독일 교회가 역사적으로 교훈하듯이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주 교수는 ‘한국 신앙고백’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국 교회가 남북통일을 간절히 기도하며 지금부터라도 통일 한국에서 하나님과 세계 교회 앞에 회개하며, 감사하고 비전을 담아 고백할 ‘한국 신앙고백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17세기 영국 교회가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약 5년 동안 기도로 준비하고 발표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세계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인정됐듯이 21세기 세계사의 최대 사건이 될 한국 통일을 맞아 ‘한국 신앙고백’을 발표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총회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한국 장로교회는 ‘한국 신앙고백’을 위한 전담반을 구성해야 한다”며 “전담반 결성은 한국 교회를 새롭게 하는 불씨로, 새로운 한국을 만드는 불씨, 통일한국을 하나님 공의 위에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 교회사의 역동적 분수령이 될 뿐 아니라 세계 교회사에 비로소 성숙한 교회로써 한국 교회가 인정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한국 신앙고백을 위한 전담반 구성은 한국 통일을 향한 한국 장로교회가 지녀야 할 개혁신학적 꿈”이라고 강조했다.

# 하나님 사랑으로 이웃사랑 실천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도 다해야 한다. 사회적 책임은 모든 교회 구성원들이 기독교 정신을 통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사회 안에서의 도덕적 의무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회가 기독교적 가치관으로 사회의 도덕적 원칙에 대한 체계적인 표명을 하는 것이다.

한국 장로교회는 일반적으로 보수적 교회로서 교회의 사명을 하나님과 수직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어 수평적 차원의 대 사회활동이나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반면 진보적 교회는 교회의 사명을 수평적 차원에서 이해해 이웃에 대한 책임만이 아니라 역사에 대한 책임성을 중시한다.

이상규 교수는 “장로교회는 보수적 교회나 진보적 교회를 떠나 개혁주의 전통을 따르고 있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제시하고 이를 구현해 갈 수 있을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개혁주의나 복음주의를 추구하는 한국 교회는 사회적 책임에 대해 둔감해 왔고,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회 지도자들이 도덕적, 윤리적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한국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말할 수 있는 기본적인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권위는 신뢰에 기초한다. 한국 장로교회가 선지자적 권위를 지닐 때 선포하는 메시지도 능력을 지니게 되고, 한국 사회를 선도하고 우리 사회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교회가 교회성장을 제일 과제로 추구해왔던 점도 교회의 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다. 그동안 성장제일주의에 매몰돼 성장 외에 다른 가치들에 대해 비교적 무관심했다. 따라서 한국 장로교회는 개혁주의 전통에 기초해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교회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것을 과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 장로교 총회 설립 100주년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장로교회의 역사와 신학, 예배와 생활, 체제를 재정비함으로써 한국 기독교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견인차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무엇보다 겸손한 자세로 한국 교회를 섬기고 패권적 리더십이 아닌 귀감의 리더십으로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수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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