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손동인, 손동신 군이 세상을 떠난 날은 1948년 10월 21일. 여순-순천 사건 때 두 아들의 목숨을 거둔 안재선 군은 첫째 손동인 군의 친구였다. 숨이 아직 붙어있던 첫째 아들 동인에게 다시 방아쇠를 당겼던 사람. 그런 그가 사형장으로 끌려갈 때 마지막 남은 딸 손동희 양을 국군부대로 보내 구명해낸 목사.
목회자 고 손양원의 일대기를 담은 ‘순교자의 길’(바울서신사)이 출간됐다.
손양원 목사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서적에는 출생에서부터 장례까지 그와 관련된 사진 362장과 옥중서신 20편이 원문 그대로 담겨 있다.
평양신학교 시절 스승이었던 주기철 목사의 부음소식을 듣고 전해온 서신뿐만 아니라 아내와 자녀에게 보내는 신앙과 사랑이 담긴 편지들. 서신은 나라사랑에서부터, 죄, 선행, 효와 충, 염려, 원수, 고난에 이르기까지 당시 글로 친지에게 전해진 손 목사의 심정을 여과 없이 전한다.
신사참배 앞에서는 한 번도 무릎 꿇지 않았지만 한센인 상처의 피와 고름을 빨기 위해서는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던 목사.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그 자리를 지켰던 목회자의 삶.
1939년 전남 여수 한센인 시설 애양원에 부임했을 때부터 신사참배거부로 5년간 광주형무소에서 옥살이를 했던 시절까지. 그리고 자신의 두 아들을 죽인 안재선 군을 끌어안고 “너는 내 아들이라” 고백했던 시절의 심경을 책에 담았다.
손 목사는 당시 안 군을 구명한 이유로 “어제 죽은 내 아들은 지금 천국에 있지만 형장으로 향하는 안 군 안에는 주님이 계시지 않은 안타까움에 떠나가는 발길을 붙들었다”고 그 심정을 밝힌 바 있다.
362장의 사진 중에는 평양신학교 시절의 모습에서부터 백범 김구 선생과 함께한 사진, 그리고 1950년 9월 28일, 6.25전쟁 때 교회와 병원을 지키다 순교한 후 가족이 마지막을 지키는 모습까지 그대로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