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년 판 중국어 ‘신약전서’ 백석대에 기증
상태바
1904년 판 중국어 ‘신약전서’ 백석대에 기증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6.0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와싱톤중앙교회 최근현 장로 31일 장택현 총장에게 전달

문리역 신약성서는 1900년 전후 조선 지식인 전도를 위해 보급
유교경전과 같은 번역체로 수려한 문장이 특징.. 한글성경 번역에도 영향

중국 문리역 신약전서를 기증한 최근현 장로 부부와 백석대 장택현 총장(사진 오른쪽)
1904년에 발행된 중국어 문리역 성경이 백석대학교(총장:장택현 박사)에 기증됐다.

미국 와싱톤중앙장로교회 최근현 장로(79)는 지난 31일 오전 11시 30분 백석대학교 총장실에서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1904년 중국어 문리역 신약전서(文理譯 新約全書)’를 기독교박물관에 기증했다.

최근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을 둘러보던 최 장로는 자신의 소장품 중 역사적 가치를 지닌 중국어판 ‘신약전서’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역사를 보존하고 널리 알린다는 점에서 개인이 소장하기보다는 박물관에 기증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 장로는 장택현 총장을 직접 만나 고서를 전달하며 “개화기 한국 지식인 복음전파에 사용됐던 중국어판 문리역 성경이 박물관에 전시됨으로써 한국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받아들였는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장로는 이날 기증식에서 중국어 신약전서 이외에 1958년 간 ‘주기철 목사의 순교사와 설교집’과 1960년 발행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헌법과 교리’도 함께 전달했다.

고서를 기증받은 백석대 장택현 총장은 “소중한 자료를 아낌없이 내어주신 것에 감사한다”며 “본 대학 기독교박물관이 한국 교회사와 세계 교회사에 있어 중요한 자료들로 가득하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최 장로는 “108년 역사의 흔적이 담긴 성경을 기증하는 것이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며 “세대가 흐를수록 역사에 대한 소중함이 희미해지는 시대에 역사적 가치를 지닌 자료를 자녀에게 남기는 것보다 기독교대학 발전을 위해 내놓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 장로는 또 “노 성도의 작은 결심을 본 다른 사람들이 집 안에 숨겨 놓은 귀한 기독교역사 자료를 백석대학교에 기증하는 결단들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근현 장로가 기증한 1904년 판 ‘신약성서’는 중국어로 된 ‘고전한문번역성경’으로 ‘문리역(文理譯)’이라고 불리며, 1900년 전후 개화기 조선의 지식인을 선교하기 위해 보급됐다.

1904년 발행된 중국어 문리역 신약전서는 한글을 천시하던 지식인 유학자들을 전도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들여온 것으로 성경의 한글번역을 위한 대조 자료로도 활용된 바 있다.
대한성서공회 번역실 전무용 국장은 이 성경의 가치에 대해 “한글을 천시하고 유학을 숭상하던 조선 말 지식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선교사들이 위해 들여온 것”이라며 “문리역은 논어, 맹자, 대학, 중용과 같은 중국 유교경전에 써내려간 수려한 고전 문체로 되어 있어 지식인들이 거부감 없이 읽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많은 지식인들이 문리역 성경을 읽고 기독교로 개종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당대 지식인들의 손을 거쳐 간 성경이라는 점에서도 기독교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중국어 문리역 성경은 영국성서공회가 중국에 조직한 성서번역위원회가 1852년 번역을 완성한 것으로 ‘위원회 역본’이라고도 불린다. 중국어 문리역 성경은 한국 성경 번역의 중요한 자료로도 활용됐다. 초기 한글 성경이 번역될 당시, 선교사들이 영어성경을 번역하면 그 옆에 참여한 한국인 번역자가 중국어 문리역을 함께 비교하며 한글 번역에 객관성을 더했다.

지금도 초기 한글번역에 중국어 성경이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연구하는 역사적 고증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전무용 국장은 “재생산할 수 없는 100년 전 고서라는 점에서, 또한 한국 유학자였던 지식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선교사들이 들여왔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는 충분하다”며 “수려한 문체가 돋보이는 번역본으로 중국에 가장 널리 보급됐고, 현재까지 읽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리역 신약전서’를 살펴본 기독교박물관장 김철 교수는 “선교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성경”이라며 “박물관에 있는 다른 외국어 성경들과 함께 전시하겠다”고 밝혔다.

백석대학교 기독교박물관은 기독교대학인 백석학원의 정체성을 높이고, 교회사의 중요한 사료들을 발굴, 보존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3년 개관했다.

천안 백석대학교 창조관 13층 전시실에는 로마시대 등잔과, 헤롯대왕 동전 등 이스라엘과 고대 근동국가의 유물들을 볼 수 있으며, 1587년 70인역과 1520년 불가타 성경, 18세기 오경 두루마리 등 15~18세기에 이르는 고전 희귀 성경 등 총 1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