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열차, 교회가 한반도 막힌 동맥 뚫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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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열차, 교회가 한반도 막힌 동맥 뚫는 것”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5.2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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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이 본 ‘WCC 평화열차’

“평화열차 기술적·물리적 문제없어...남북관계 유일한 걸림돌”
‘한반도 평화’에 대한 WCC 총회의 적극적 논의와 역할 촉구

대한성공회 이재정 신부는 신학자이면서 정치가다. 1972년 성공회 사제가 된 그는 10여 년간 유신 반대를 외치며 재야운동을 했다. 그는 1988년부터 성공회 신학교를 맡아 1994년 총장으로 재직하며 지금의 성공회대학교를 만들었다. 현재 석좌교수로 사제 지망생들에게 목회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그는 2010년 국민참여당 초대 당대표를 역임했고, 현재는 통합진보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경력은 참여정부 시절 맡은 통일부 장관직이다.

이재정 신부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에서 신학위원장과 화해통일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스스로 “교회협이 파송한 대표선수라는 생각으로 정치활동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인연이 깊다. 지금은 정치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2013년 WCC 부산총회의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인 한반도 평화 문제, 또 베를린, 모스크바, 평양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WCC 평화열차’에 대한 의미를 듣기 위해 지난 7일 성공회대에서 이재정 신부를 만났다.

▲ 성공회대 이재정 석좌교수는 2013년 WCC 부산총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비롯한 세계 평화 의제가 보다 적극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얼마 전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 ‘평화카페’에 참석하셨다.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평소에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여서 격의 없이, 한계도 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카페가 상설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늘 거기에 가면 사람들을 만나고 평화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통일이나 평화 문제를 이야기하면 너무 격식에 메이는 것이 안타깝다. 평화를 주제로 조금 더 자유롭게 난상으로 이야기하는 것도 필요하다.

- 지난해 천안함 침몰,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인해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다. 신부님은 직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셨다. 정권이 교체되고 남북관계가 변화된 현재의 상황을 보시고 나름대로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내리셨을 것 같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현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 탓이다. 이 비현실적인 정책이 남북관계 발전에 큰 장벽이 됐다. 이는 과거의 대북정책을 근본적으로 뒤엎는 것이었다. 실현 불가능하고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책을 내걸면서 남북관계를 경색시켰다.

또 정부 출범 초기 인수위원회가 통일부를 없앤다 했었다. 이 같은 모습은 국내외로 이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이전의 방식을 계승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지나놓고 보면 하나도 얻는 것이 없다. 오히려 남북관계는 극도의 대립관계가 됐다. 지금은 군사적 긴장관계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이 아주 실패한 것이다.

- 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2013년 제10차 WCC 부산총회가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라는 주제로 개최될 예정이다. 또 세계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열리는 이번 WCC 총회는 어떤 의미에서는 동북아 평화는 물론 세계 평화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남북분단이 바로 20세기에 벌어졌던 냉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인데, 어떻게 보시나.

WCC 창립 이후 처음으로 분단국인 한반도에서 열리는 것이기 때문에 기대를 많이 했다. 하지만 현재 WCC는 한반도의 문제에 대한 연구나 준비가 아주 미흡하다고 느낀다. 한국 교회도 그렇지만, WCC 총회 자체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연구가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번 총회에 대한 WCC의 의지가 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총회에서 주제로 채택된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는 아주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주제를 가지고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어떻게 다뤄나갈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냉전 구조가 아직도 남아 있는 한반도에서 패권주의 냉전 체제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느냐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 또 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 세계 평화의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분단 해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 교회도 장소만 빌려주고 모임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면 문제가 있다. 환경운동, 사회정의운동, 반핵운동 등등 그동안 한국 교회가 해온 것들이 제대로 회의에 반영되길 바란다.

- 특별히 2013년은 정전협정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60년이 지난 지금 한반도를 분단체제에서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교회협은 평화함께2013위원회를 조직해 ‘평화열차’를 기획하고 있다. WCC 총회 참가자들이 분단의 경험이 있는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러시아, 중국, 북한을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열차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시는가.

남북 분단이라고 하는 것이 1945년 해방을 전후해서 미국과 소련이 각각 남한과 북한을 점령하고 군정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2차 대전의 가장 피해를 받은 한국의 문제를 해소시키기보다 오히려 분단 식민통치를 하면서 피해 회복이 어렵게 된 것이다.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을 거치고 남북이 다 독재와 군부가 들어섰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어려움 속에 있는 것이 아니냐.

2000년부터 2008년까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통치 아래 두 차례 정상회담이 큰 의미가 있었다. 분단 문제는 역시 국제 사회와 직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미국 간의 보다 진지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게 없는 이유는 남북이 아무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도 미국과 중국 간의 대결 선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남북이 서로 확고한 평화 의지를 가지고 통일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WCC ‘평화열차’ 이야기가 처음 나올 때 전폭적으로 지지를 했다. 작년 초에 김영주 총무(교회협)가 들어설 때 만났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평화협정 운동을 벌이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전쟁과 관련됐던 국가의 교회들이 각각 한반도 분단 문제 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평화협정을 만들기 위해 토론도 하고, 평화협정 만드는 운동을 일으키자는 것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평화열차는 아주 좋은 기획이다. 북한을 통과하지 못하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부산까지 배로와도 좋고, 베이징에서 비행기를 타고와도 좋다. 평화협정 운동을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가 있다. 교회지도자나 평신도들이 다만 몇몇이라도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문제는 이것이다. 분단이 유럽이나 시베리아의 책임은 아니다. 북한을 거치는 것이 진짜다. 12월 대선에서 어떤 대통령이 어떤 통일정책을 들고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남북 대화를 강조하고, 평화 운동을 지지하는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을 통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재정 신부는 지난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을 관람하며 회상에 젖었다.
- 말씀하신대로 평양을 경유하는 완전한 평화열차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수적일 것으로 생각되는데, 실제로 성사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시나. 통일부 장관으로 재직하시면서 직접 남북협력 사업을 주도해오셨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것이 문제다. 이것은 북한 군부의 승인이 없으면 안 된다. 우리가 금강산이나 개성을 가는 것은 북한 군부의 통과에 대한 승인이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북한의 통일전선부와 우리의 통일부, 국가정보원과 공식적 대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양국의 두 트랙이 함께 진행돼야 해결될 수 있다. 북의 관계당국을 통해 공식 제의하고 양 당국 간의 합의가 이뤄져서 합의가 된다면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군부의 동의까지 받아야 한다.

평화열차는 물리적으로도 가능하다. 지난 2007년 5월 17일 남북이 철도연결에 합의하고 시험운행을 했다. 올해 5월 17일이 5주년이다. 우리 도라산부터 북한 봉덕역까지 연결됐던 철도가 6.25 전쟁 중에 끊어졌다. 20여Km 거리인 이 길을 연결한 것이다.

고종이 1902년 열차사업을 벌이려고 했을때, 이 철도부설권을 1904년 일본이 강탈해 갔다. 원래 아이디어는 한반도를 엑스(X)자 모양으로 가로지르는 것이었다.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통해 갈 수 있었다. 5년 전에 남측 재진역에서 북측 금강산 청년역까지, 봉동역에서 도라산역까지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했다. 도로, 육로까지 연결했다. 원산에서 서울까지 오는 선이 앞으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한 국가에서 철도가 갖는 의미는 사람으로 치면 동맥과 같다. 국토에서 철로가 다니는 것은 피가 통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평화열차가 성사될 수만 있다면 한반도의 막힌 동맥이 뚫리는 큰 의미를 갖는다.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고는 이 문제는 논의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시간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내년에 들어서는 새로운 정부와 북한의 대화가 원만히 이뤄진다면, 상징적으로 소수의 인원을 보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평화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종교의 역할, 특히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우리 교회협이 양국의 교회 연합체로서 끊임없이 우호적인 대화를 계속해서 해나갈 필요가 있다. 그것이 민간 차원에서 이제까지 중요한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을 중요하게 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북한 조그련이 당조직이라는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가 경색돼도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신부님은 성직자이면서도 정치가였다. 교회 내에는 정교분리를 주장하면서 세속 정치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과, 세속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사회선교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는데. 기독교인은 어떻게 참여해야 하나. 나아가 기독교 정당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나는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한국 교회의 선교사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활동했고, 교회와 정치, 정부와 정치의 연결을 하는 다리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했다. 통일부 장관 시절 나는 한국 교회의 ‘88선언’(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기독교회 선언)을 통일의 교과서처럼 정독해달라는 요구를 할 만큼,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있어서 교회협의 기여가 컸다고 본다.

또 기독교 정당은 필요하지 않다. 정치가 발전되지 않았을 때, 민주적 정치가 이뤄지지 않을 때, 독일과 같은 경우는 기독교 정당이 역할을 했지만, 우리는 그럴 단계가 아니다. 오히려 기독교인들이 좋은 정당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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