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349개 교파 참여 '신학적 스펙트럼' 다양성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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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349개 교파 참여 '신학적 스펙트럼' 다양성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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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11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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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제10차 부산 총회, 어떻게 볼 것인가? <하>

WCC 64년간 복음주의·자유주의 공존하며 세계평화 위해 노력
개최 확정된 부산 총회 반대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해야

▲ 최갑종 박사(백석대 신약학) 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WCC의 공식적인 문서에 따르면, WCC는 특정한 교회나 교파처럼 획일적인 신학이나 교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회원 교회나 교파에게 따를 것을 명령하고, 따르지 않을 경우 회원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WCC는 모든 회원 교회를 통제하는 초(Super) 교회나 교파가 아니다. WCC총회가 특정한 교회의 당회나, 특정한 교단의 노회나 총회처럼 통제하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은, WCC는 사도신경과 같은 최소한의 신앙고백에 동의하는 교회나 교파들이 함께 모여, 서로 교제하고, 예배하고, 성만찬을 나누며, 공동으로 추구할 수 있는 선교와 봉사를 실천하려고 하는 교회협의체이기 때문이다.

WCC에 소속된 모든 회원 교회나 교파가 그 자체 독립된 헌법기관의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회원으로부터, 혹은 총회로부터 특정한 신학이나 교리나 정책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WCC총회에서 어떤 특정한 회원 교회나 교파가 받아들이기 힘든 정책이나 신학을 결의할 경우 각 회원 교회나 교단은 언제든지 반대하거나 탈퇴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바로 이것이 WCC가 갖고 있는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고 한계이기도 하다.

또한 지난 64년 동안 WCC안에 복음주의와 자유주의신학, 보수주의와 진보주의신학이 함께 공존하고, 개인구원과 전도에 우선권을 두려는 정책과 사회구원 및 인종과 신분과 성별의 갈등해결과 인권과 세계 평화 달성에 우선권을 두려는 정책이 상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바로 이와 같은 WCC의 정체성 때문에, 지난 64년 동안 WCC가 9차례의 총회를 거쳐 오면서 때로는 복음주의와 보수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이 추진될 경우에는 자유주의나 진보주의자들이 반대를 하였고, 반면에 자유주의나 진보주의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이 추진될 경우에는 복음주의나 보수주의자들이 반대를 하였다.

예를 들면,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였을 때, WCC는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여 유엔이 즉각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유관단체인 기독교세계봉사회로 하여금 한국의 전후 복구사업을 적극적으로 돕도록 하였다. 이때 공산권에 속한 WCC 회원들은 강력한 반발을 하였고, 중국 교회는 WCC를 탈퇴하기도 하였다.

1991년 캔버라 총회에서 한국의 정현경이 성령을 부른다고 하면서 다양한 종파들의 영들을 부르자 그리스 정교회를 위시하여 복음주의 입장에 속한 회원들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면서 WCC가 분별력 없이 아무나 발표하도록 해서는 안 되며, 그리스도와 하나님에 대한 성경적 신앙은 결코 변경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천명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이 모든 사실을 감안하여 지난 64년간의 WCC의 활동과 정책추진, 그리고 9차례의 총회 기간에 있었던 발표나 행사, 그리고 산하의 여러 기관의 연구발표나 정책에 있어서 때때로 자유주의 및 종교다원주의나 용공주의의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책추진, 발표, 선언문, 행사들이 있었음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WCC 안에는 전통적인 성경적 신앙과 선교정책을 고수하고 추진하려는 복음주의 및 보수주의 교회 회원들이 있다는 사실도 솔직하게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64년의 기간 동안 WCC가 적어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사도신경이 고백하고 있는 삼위 하나님에 대한 신앙, 성령에 의한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그의 역사적인 수난과 부활 및 재림에 관한 전통적인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WCC 안에 성경적인 신앙을 고수하는 복음주의나 보수주의 회원들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좋든 싫든 이것이 부인할 수 없는 오늘 WCC의 정체성이요, 현주소이다. 따라서 WCC를 옹호하는 한국의 준비위원회는 제도적으로 WCC 안에는 어떤 특정 회원 교회나 신학자, 혹은 위원회가 자유주의신학이나 종교다원주의신학이나 용공주의정책이나 사회구원론에 의한 선교정책을 세우거나 발표하는 것이 가능했고, 그렇더라도 이를 제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따라서 누구라도 이제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증거나 정확한 자료에 근거하여 WCC 해당 당사자들이나 기관들을 비판한다면, 무조건 WCC측을 옹호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비판을 언제든지 허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똑같이 WCC를 반대하는 대책위원회는 WCC 안에는 제도적으로 자신들처럼 성경적인 신앙을 끝까지 고수하려는 복음주의 및 보수주의 교회나 회원들이 있어왔고, 계속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럴 경우 WCC를 전체적으로 자유주의 및 종교다원주의신학을 지향하는 반성경적, 반 그리스도적인 단체로 규정하거나 매도하는 잘못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필자는 획일적인 신앙이나 신학을 지향하는 교파나 교단 신학 안에서조차 어떤 특정한 신학적 주제나 성경적 내용에 있어서 의견을 달리하는 목회자나 신학자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교단이나 같은 신학대학원 안에서 역사적 전천년과 무천년설 사이에, 초대교회에 있었던 방언 및 예언의 은사 및 오순절 성령강림의 해석에 있어서, 로마서 7장의 ‘나’에 대한 해석이나 갈라디아서와 로마서에 등장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믿음’에 관한 해석에 있어서, 그리고 여성안수문제에 있어서 각각 해석을 달리하는 자들이 있다. 하물며 110여 개의 국가로부터, 349개의 교파들이 참여하고, 5억 6천 만 명의 회원을 갖고 있으면서 태생적으로 진보든 보수든 획일적인 교리나 정책을 내세우거나 강요할 수 없는 WCC 안에 다양한 신학적 스펙트럼과 정책들이 상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밖에 없다. 좋든 나쁘든 우리는 이제 이점을 솔직하게 그리고 정직하게 인정하여야만 한다.

필자는 신약성경과 초대교회를 연구하면서 사도들이 현존하였고, 성령의 역사가 강력하였던 초대교회 안에서 조차 신학 및 선교정책의 차이는 물론, 거짓된 가르침이나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예루살렘 교회 안에는 이방인의 신분문제와 관련된 구원론의 차이가 있었고, 갈라디아교회 안에는 바울의 사도직과 복음을 거부하는 자들이 있었고, 고린도교회 안에는 분파와 교만과 각양 성적부패와 성령의 은사자랑과 결혼 및 부부생활을 거부하는 자들과 예수님의 육체적 부활을 부인하는 자들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단 한 번도 예루살렘 교회나 고린도교회나 갈라디아교회를 가리켜 ‘반성경적, 반 그리스도적 단체’라고 매도하지 않았다. 오히려 많은 문제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로, 형제자매로, 그리스도의 몸으로, 하나님의 백성과 성령의 전으로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회의 근거나 뿌리됨이 근본적으로 구성원들의 행위에 좌우되기보다도 교회에 대한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과 은혜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초대교회의 현상은 지상의 그 어떤 성도나, 그 어떤 교회나 기독교 단체나 협의체도 완전무결하지 않다는 점을 재확인시켜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지상의 교회들을 여전히 사랑하시고, 자기의 백성으로 간주하시고, 말씀과 성령을 통해 치유하시고, 회개케 하시며, 갱신해 나가신다. 개개인의 신자는 물론, 교회나 기독교단체가 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WCC 안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WCC 안에 다른 긍정적 요소가 있는 것을 무시하고, WCC를 반 성경적, 반 그리스도적 단체로 규정하고 매도하는 것은 우리의 위치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 될 수 있다.

필자는 WCC 대책위원회에 관여하고 있는 교회지도자들과 신학자들에게 감히 사도행전 5장에 나타나 있는 유대교 율법학자 가말리엘의 말을 상기할 것을 부탁하고 싶다. 가말리엘은 초창기 사도들과 기독교신자들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핍박하려는 동료 유대인들을 향해, “이 사람들을 상관하지 말고 버려두라. 이 사상과 이 소행이 사람으로부터 났으면 무너질 것이요, 만일 하나님께로부터 났으면 너희가 그들을 무너뜨릴 수 없겠고 도리어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까 하노라”(행 5:38-39)고 하면서, 저들의 과격한 행동을 중지시켰다. 마찬가지로 WCC와 2013년의 부산총회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앞장서서 적극적인 반대운동이나 보이콧 운동을 펼치기보다,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 한국 교회는 WCC 유치를 축하하며 국제적 행사 개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치감사예배에는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도 참석했다. 하지만 지금 한기총은 WCC 전면 반대를 선언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적지 않는 국민으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 교회의 신뢰도는 매우 떨어졌다. 이런 시점에 WCC 부산 총회를 앞두고 한국 기독교가 양분되어 서로 다투고 싸운다면 일반 국민들에게 기독교의 신임도는 더 떨어지고, 전도의 문은 더 막혀지고 교회에 실망하는 청년들과 청소년들의 수는 더 많아질 수 있다.

성경은 우리에게“서로 물고 먹으면 피차 멸망할까 조심하라”(갈 5:15)고 경고하고 있다. 각국에서 WCC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국하는 외국인들에게 있어서나, 그 행사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WCC 대책위원회는 이미 개최가 확정된 부산총회를 앞장서서 반대하고 보이콧 운동을 펼치기보다 그냥 내버려 두었으면 한다.

마찬가지로 WCC 준비위원회는 반대하거나 침묵하고 있는 자들을 향해 억지로 무리수를 두면서 동참시키려고 하기보다 그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다가 행사가 지난 다음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한국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한국 교회의 떨어진 신임도를 회복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해 함께 기도하고 대안을 모색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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