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대책위가 내놓은 10가지 주장 객관적 입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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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대책위가 내놓은 10가지 주장 객관적 입증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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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5.0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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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제10차 부산 총회, 어떻게 볼 것인가? <상>

신학자는 찬성과 반대에 확실한 답변과 논리적 증명 내놓을 수 있어야
개혁주의신학과 복음주의 신앙은 특정한 교권에 의해 지켜지는 것 아냐

▲ 최갑종 박사(백석대 신약학) 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
WCC (Word Council of Churches, 세계교회협의회)는 성경에 따라 주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주로 고백하는 교회들이 함께 모여, 한 하나님이신 성부, 성자, 성령의 영광을 위해 공동의 소명인 교회 일치와 연합을 성취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110개 국가에서 349개 교단이 가입되어 있으며, 회원 수는 약 5억 6천만 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장로교, 감리교, 개혁교회, 성공회, 오순절, 성결교, 침례교, 구세군, 그리스정교회 등 다양한 교단과 교파들이 가입되어 있다. 한국에도 적지 않은 교단들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WCC는 1948년 네덜란드 암스텔담에서 첫 번째 총회를 가진 이후 매년 7년마다 총회가 열리며, 각 나라의 회원 교회 대표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일명 ‘기독교의 올림픽’으로 불린다. ‘기독교의 올림픽’으로 호칭되는 WCC 제 10차 총회가 내년 우리나라 부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하지만 WCC 부산총회가 확정되면서 한국기독교는 한 마음 한 뜻이 되기보다 찬·반으로 양분되어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WCC 부산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한국교회가 하나가 되어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WCC를 ‘반성경적, 비기독교단체’로 규정하고, 부산총회 자체를 반대하는 보이콧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4월 14일(토)자 국민일보 28면에 전면광고로 실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W.C.C. 반대 대책위원회 결성과, 4월 16일(월) 서울 사당동 총신대학교에서 개최된 제 23회 5차 전국 전국지도자 대회이다. 잘 알려진 바대로 WCC 반대 대책위원회는 4월 14일자 국민일보 전면광고와 4월 16일자 전국지도자 대회를 통해,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는 기독교복음전파에 역행하고, 교회건설사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앙의 절대성을 무효화시키는 반성경적, 비기독교적 단체이므로 한국 개혁교단은 WCC 한국총회(2013) 개최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10가지의 이유를 제시하였다.

10가지 이유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1항인 WCC가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구원자임을 부정하고 다른 종교에도 구원의 역사가 있다고 보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한다”는 것과, 2항인 타 종교인을 개종시키는 것을 거부하는 “종교대화주의를 주장한다”는 것과, 그리고 3항인 모든 종교는 똑같으므로 통합시키려는 “종교혼합주의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만일 WCC 반대 대책위원회의 이와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WCC의 회원교회들은 물론, 비회원이면서 WCC 부산총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 자들은, 졸지에 ‘종교다원주의자’, ‘종교대화주의자’, ‘종교혼합주의자’가 되거나 옹호자가 될 수 밖에 없고, 나아가서 기독교 정체성과 구원론의 핵심인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유일한 구원자이며, 주이시다”는 성경적 진리를 거부하는 반 그리스도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신구약 성경을 영감된 하나님의 말씀으로써 우리의 신앙과 행위에 대한 절대적인 표준이 됨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주시며, 인류의 유일한 구원자임을 믿는 개혁주의신학 및 복음주의신학자로서 신학도들을 가르쳤고, 저술활동을 하였고, 그리고 학회활동을 하였다.
▲ 지난 2009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한국 부산이 시리아 다마스커스를 물리치고 제10차 총회 장소로 확정됐다. 당시 한국 교회는 ‘기독교올림픽’을 유치했다는 기쁨에 젖었다. 그러나 보수권 일각에서는 WCC반대운동을 시작한다며 세를 결집하고 있었다. 사진은 2009년 총회장소를 확정하는 WCC중앙위원회 전경. 뒷편으로 시리아와의 표차이가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국내 34개 신학대학원이 후원학교가 되어있고, 500여 명의 신학자를 회원으로 갖고 있는 한국복음주의신학회를 대표하는 회장(2010.4-2012.4)으로 봉사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필자는 금번 WCC 반대대책위원회 조직과 성명서에, 적지 않은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후원학교들과 회원들이(그들이 모두 10항의 선언문 내용을 알고 그렇게 하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한국복음주의신학회는 물론, 한국신학계와 한국 교회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평신도든, 목회자든, 그리고 신학자든 누구든지 자신의 신앙과 행위에 대한 이유를 묻는 자들에게 언제든지 적절한 대답을 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벧전 3:15)고 믿고 있다. 이 점에서 WCC 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누구든지 자신의 신앙양심과 신학입장에 따라 WCC 부산총회개최를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찬성을 하든, 반대하든 확실한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논리적으로 증명의 짐은 찬성하는 입장보다 반대하는 입장에게 더 무겁게 주어진다. 말하자면, 누가 WCC를 ‘기독교신앙의 절대성을 무효화시키는 반성경적, 비기독교적 단체’로, ‘종교다원주의’, ‘종교대화주의’, ‘종교혼합주의’, ‘사회구원지상주의’, ‘용공주의’, ‘개종전도금지주의’, ‘로마가톨릭주의’, ‘가시적 교회일치주의’, ‘신앙고백형식주의’, ‘성경불신주의’를 주창하는 단체로 규정하여 반대할 경우, 그 반대하는 이유를 정확한 근거와 데이터에 의해 입증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증명의 책임은 일선 목회자나 평신도보다 교회를 지도하고 앞장서서 이끌어가고 있는 지도자들과 신학자들이 우선적으로 져야한다. 왜냐하면 평신도들과 일선 목회자들은 자체적인 깊은 연구나 조사 없이 이름 있는 교회 지도자나 신학자들의 주장을 대부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따라가기 때문이다.

만일 금번에 WCC 반대 대책위원회에서 10가지 이유를 들어 WCC를 반 성경적, 반 그리스도적 단체로 규정한 내용들이 정확한 역사적 근거나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라고 한다면,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거나, 혹은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반성경적, 반 그리스도적 사람으로 매도당하게 된다면, 이것에 대한 책임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이지만, 한국 교회의 저명한 지도자들이나 신학자들 가운데는, 영국의 저명한 목회자요 복음주의 신학자였던 존 스타트(John Stott) 목사처럼, 철저한 개혁주의신학 및 복음주의 신앙을 견지하면서도 WCC 자체나 부산총회를 반대하기보다도, 오히려 WCC 행사에 참여하여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하려는 자들도 적지 않다. 그리고 이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평신도나 신학도들의 수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WCC 부산총회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매우 신중하게, 그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자료에 근거하여 정직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여야 할 것이다.그렇다면 WCC 반대 대책위원회에서 WCC를 ‘반성경적, 반 그리스도적 단체’로 규정하는 10가지 이유들이, 과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타당성과 역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 앞으로 이 문제는 학자들이 보다 더 전문적으로 검토하고 답을 내려야 하겠지만, 필자가 검토한 바로는 근거가 매우 불충분하고, 설득력도 없고, 때로는 곡해하고, 때로는 공정성을 잃고, 때로는 지나치게 과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WCC에 가입하였거나 부산총회를 찬성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필자가 소속된 교단이나 학교는 WCC에 가입하지도 않았으며, 공식적으로 부산총회에 참석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한 적도 없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WCC를 좋아하지도 않으며, WCC가 지난날 때때로 종교다원주의를 수용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결의와 행동을 한 점과 지나치게 자유주의적 혹은 좌경화된 신학자까지 다 포용하고 있는 점에 관해서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학문과 신앙적 양심을 걸고, 금번 WCC 대책위원회의 행동과 선언문이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누구보다도 개혁주의신학과 복음주의 신앙을 사랑하고 이를 굳게 지키려는 마음 때문이다.

필자는 참된 개혁주의신학과 복음주의 신앙은 특정한 교권과 구호와 반대운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성경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확고한 역사적 사실에 의해서 지켜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 중에 누가 개혁주의신학과 신앙을 표명하면서도,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성경과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주장이나 판단을 할 경우, 바로 그 때문에 개혁주의신학과 신앙 자체가 훼손을 당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진정으로 개혁주의신학과 복음주의 신앙을 사수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자유주의신학과 과격한 진보주의신학을 신봉하고 이를 전파하려는 자들보다도 성경을 더 깊이 연구하고, 학문적으로도 그들을 압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리고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확한 역사-과학적 근거와 데이터에 의존하여 그들의 허점을 지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금번 WCC 대책위원회에서 지적한 10가지 이유들이, WCC가 공식적인 문서들을 통해 밝히고 있는 헌법, 목적, 신앙고백, 사업을 통해 충분하게 객관적으로, 역사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 것인가? 만일 확실하게 입증될 수 있다고 한다면, 우리는 이제 WCC를 반 성경적, 반 그리스도적인 것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입증될 수 없다고 한다면, WCC 대책위원회가 사실을 왜곡하고, 한국 교회를 오도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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