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오르간 소리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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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오르간 소리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4.0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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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공회 정오음악회’, 직장인의 멋진 일탈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차가운 도시의 삭막한 일상에서 탈출을 꿈꾼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점심시간에 잠깐 음악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이보다 멋진 탈출이 또 있을까.

올해로 5년째를 맞은 ‘성공회 정오음악회’는 그야말로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의 청량제와 같은 휴식을 제공한다. 공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아서 온 몸을 감싸면서 파고드는 웅장한 소리에 한껏 취해 있다 보면 40분이 훌쩍 지나간다. 중세 종교음악에서부터 귀에 친숙한 영화음악까지,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악기와 연주자도 다양해졌다.

▲ 2012년 성공회 정오음악회가 지난 4일부터 두달 동안 매주 수요일 12시 20분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개최된다.
2012년 상반기 성공회 정오음악회는 4월과 5월 매주 수요일 오후 12시 20분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열린다. 광화문과 서울시청 인근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에 맞춰 열리는 음악회는 약 40분가량 진행된다.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성공회 정오음악회’를 시작한 것은 2007년 5월. 서울주교좌성당은 1985년 영국 해리슨&해리슨사가 2년 10개월의 제작기간에 걸쳐 제작해 수랑에 있던 오르간을 지난 2006년 8월 이곳으로 옮겼다. 총 20개의 음전과 1,45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이 예배용 파이프 오르간은 여러 가지 맑고 풍부한 음색을 표현하도록 제작됐다. 이 파이프 오르간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기 위해 음악회를 기획한 것이다.

정오음악회가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이 늘어나자 성당측은 해마다 5월과 10월 두 달 동안 열리던 것을 지난해부터 배로 늘려 4월과 5월, 9월과 10월 넉달 동안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채진수 교수(성결대)가 ‘소리, 그 넘어…’를 주제로 E.엘가의 Nimrod(Eingma Variations Op.36 중), S.바버의 ‘Adagio for Strings Op.1’, 올리비에 메시앙의 ‘Ⅳ Communion’(Messe de Pentecote 중), 모리스 뒤프레의 ‘Choral varie’(Veni creator Variation Op.4 중) 등을 오르간으로 연주했다.

E.엘가의 Nimrod는 영국에서 수상 취임식 등에서 전통적으로 연주되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곡이다. 또 S.바버의 곡은 영화 ‘플레툰’에서 월남전 배경으로 쓰인 음악이다. 올리비에 메시앙과 모리스 뒤프레의 곡은 수난절을 맞아 준비됐다. 메시앙의 곡은 성령을 의미하는 새소리가 인상적이다. 뒤프레의 곡도 하나님의 창조의 섭리를 노래를 통해 표현한 대표적인 음악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연주회가 주목을 받은 것은 첨단 기술을 통해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의 프랑스 낭만 오르간의 소리를 재현했기 때문이다. 채진수 교수는 “프랑스 낭만 오르간 재현을 위해서는 공간의 울림소리가 중요하다”며 “서울주교좌성당은 건축 당시부터 공간의 울림을 고려했기 때문에 울림소리가 매우 좋아 프랑스 대성당의 느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박혜선 오르가니스트(광림교회)의 ‘독일과 프랑스의 향연’, 18일 한용란 오르가니스트(분당예수소망교회)의 ‘과거와 현재의 만남’, 25일 목관 앙상블 ‘나루’의 ‘나루와 함께하는 봄의 소리’ 연주회가 계획됐다. 또 5월 2일 이미영의 ‘바하에 매료된 멘델스존’, 이은의 ‘독일 오르간 음악’, 16일 한선미, 박옥주의 ‘스승과 제자의 하모니’ 파이프오르간 연주회가 열리며, 23일 허은무 바이올린 독주회, 30일 박은혜(오르간), 마예지, 심정민(가야금)의 ‘가야금과 함께 하는 오르간 정람’ 연주회가 마련됐다.

음악회 기획자 박옥주 오르가니스트(서울주교좌성당)는 “현재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을 초청하거나 전공자 중에서 신청을 받아 연주자를 선발하고 있다”며 “건축학적으로 의미 있고 음향적으로 완벽한 울림을 갖고 있는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오르간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르간 소리를 가장 잘 들을 수 있는 자리를 귀띔해줬다. 가운데 기둥에서 뒤로 세 번째 자리가 바로 성당 전체 구조상 울림이 가장 크고 웅장한 곳이라는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오르간 소리에 몸을 맡겼다. 30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음악에 심취했다. 여행의 종착지에서 터져 나온 박수소리는 관객 스스로를 향한 힘찬 격려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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