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고장 난 마음을 고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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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고장 난 마음을 고쳐드립니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4.05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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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뮤지컬, 영화 등 관객을 치유하는 작품 각광

여호와 라파! 치료하시는 하나님을 부르는 히브리말이다. 기독교가 가진 중요한 사역 중 하나가 바로 ‘힐링’(Healing)이다. 거칠고 파편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지칠 만큼 지쳐있다. 치열한 경쟁과 뜨거운 도심 속 열기 속에서 질주하다보면 어느새 마음은 상처나 있기 마련. 요즘 상처받은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이 각광 받고 있다. 뮤지컬과 영화, 토크쇼 등에서는 서정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 진솔한 대화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대중문화의 유행 코드로 자리 잡은 ‘힐링’에 기독교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 영화 '달팽이별'에서 장애를 가진 부부가 사랑의 언어를 나누는 장면.
# 힐링뮤지컬 ‘사슴의 발’
아주 먼 옛날. 어둠과 저주의 땅으로 알려진 ‘수치의 골짜기’에 한 신비의 노인이 내려왔다. 그 노인은 수치의 골짜기를 변화와 기회의 땅으로 바꾼다. 악명 높은 ‘두려움 일가’ 출신의 절름발이 고아 소녀 ‘겁쟁이’는 ‘사슴 할아버지’라고 불리는 이 노인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살 길을 찾아 떠났던 두려움 일가가 다시 돌아와 골짜기를 장악한다. 또 겁쟁이는 그녀의 사촌인 ‘비겁쟁이’와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겁쟁이는 그러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 크게 낙심한다. 사슴 할아버지는 겁쟁이를 찾아와 위로하고 자신의 고향 ‘높은 곳’으로 갈 것을 권유한다. 그곳에 가면 새 이름을 얻고, 다리도 치유돼 ‘사슴의 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한다.

수치의 골짜기를 탈출한 겁쟁이의 ‘높은 곳’을 향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슬픔’과 ‘고통’이라는 안내자가 그녀를 괴롭히고, 겁쟁이를 쫓던 비겁쟁이 때문에 자신에게 희망을 전해준 사슴 할아버지도 죽게 되는데….

힐링뮤지컬 ‘사슴의 발’(연출:성종완)은 미국에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한나 허나드의 신앙소설 ‘나의 발을 사슴과 같게 하사’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크리스천들이 경험하는 신앙의 여정을 뮤지컬이라는 작품이 담아냈다. ‘겁쟁이’로 불리는 절름발이 주인공이 은혜와 승리의 상징인 ‘사슴의 발’을 얻기 위해 떠나는 모험이 흥미지진하게 그려진다.

이번 뮤지컬은 세상과 소통하는 기독교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설립된 도미니커뮤니케이션이 선보이는 첫 작품이다. 작품 연출을 맡은 성종완 감독은 “천로역정을 동화적이면서도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각색한 작품”이라며 “직접적으로 기독교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복음의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극중에서 주인공 겁쟁이는 “가야해 온몸이 부서져도, 가야해 저 높은 곳에 이를 때까지”라며 혼신을 다해 노래한다. 겁쟁이로 분한 이지혜 씨는 “고통과 슬픔을 느끼면서도 성장해가는 겁쟁이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이 어루만져지고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뮤지컬 ‘사슴의 발’은 서울 성락성결교회에서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평일 7시30분, 토요일 3시와 8시 공연한다. 전석 1만원.

# 영화 ‘달팽이의 별’
시청각중복장애를 가진 영찬(41) 씨와 척추장애를 갖고 있는 순호(49) 씨 부부의 이야기다. 영화 ‘달팽이의 별’(감독:이승준)은 장애를 가진 실제 장애인 부부의 사랑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어려서부터 열병을 심하게 앓은 뒤 시청각 장애인이 된 영찬은 그의 사랑하는 아내 순호를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듣지 못한다. 하지만 섬세한 마음을 가진 든든한 남자다. 성인 남자의 허리 정도밖에 되지 않는 순호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순박한 여자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장애를 이해할 때 쯤 관객들은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들은 어떻게 대화하고 사랑할까. 그들은 목소리, 표정으로 대화할 수 없다. 대신 촉각이 사용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손등을 내준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손등을 피아노 건반을 누르듯이 찍는다. 손끝을 찍어 대화하는 ‘점화’(點話)라는 의사소통 방식이다.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이 두 사람의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이 모습은 흡사 달팽이가 서로의 더듬이로 교감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사랑의 언어보다 아름답다.

영화는 부부의 일상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산책을 하는 모습을 단아하게 보여준다. 현란한 음악이나 CG도 없다. 이들의 삶은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렸던 일상적인 풍경의 연속. 하지만 장애를 극복해가는 두 부부의 이야기는 아름다운 동화처럼 보인다. 관객들은 부부의 진실함 속에 담긴 진짜 인생을 통해 각자의 삶을 치유할 기회를 얻는다.

영화 ‘달팽이의 별’은 지난해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아시아권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 속 주인공 영찬 씨는 짧은 시를 통해 자신의 삶을 표현했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았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았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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