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평화’ 의제로 다루는 최초의 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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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평화’ 의제로 다루는 최초의 총회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4.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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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차 부산총회, ‘강한 협력’ 인상적인 유치 결정

세계교회협의회 10차 부산총회는 1961년 인도 뉴델리 총회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아시아 대륙 총회다. 유럽의 교회는 쇠퇴의 길을 걸었지만, 아시아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중국과 한국(일본을 제외한)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기독교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전쟁과 분단의 상처를 안고 있는 동아시아에서 기독교가 갖는 독특한 위치 또한 세계 교회가 주목한 지점이었다.

한국이 WCC 10차 총회 개최지로 선정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일치’와 관련되어 있다. WCC 한 책임자는 세계 교회에 대한 한국 교회의 초대장 안에는 ‘강한 협력의 느낌’(strong sence of togetherness)이 들어있었다는 말로 결정 배경을 소개했다. 바로 WCC 회원교회 외에 다양한 주체의 지도자들의 서명이 추가됐던 점이다. 중국교회와 일본교회의 지지는 물론, 가톨릭과 복음주의권, 오순절교회와 정교회에 이르기까지 동의를 얻어냈던 것이다.인구의 4분의 1이 기독교인인 점, 종교간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점 등도 부산총회 유치의 배경이 됐다.

부산총회 주제는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우리를 이끄소서’(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이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이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으로 남아 있는 한국에서 열리는 총회라는 점에서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평화 문제가 중점적인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산총회 주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교회의 요청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 교회의 전반적인 의견은 부산총회의 주제가 생명의 중요성과 한국의 통일, 아시아의 정의와 평화 문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수렴되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앙과직제위원회는 이 같은 의견들을 모아 “삼위일체 하나님과 생명, 평화, 치유”라는 주제를 WCC에 제안했다. 특히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으로 인해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생명’과 ‘평화’ 의제가 WCC 중앙위원회 안에서 큰 설득력을 갖게 됐다.

이와 함께 세계 교회에서는 ‘정의’와 관련한 문제를 이미 지나간 이슈처럼 받아들이거나, 다루기 까다로운 주제로 간주했다. 또 세계 에큐메니칼의 전통적 주제인 ‘일치’ 문제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반면, 아시아에서는 ‘정의’ 문제가 중요한 선교적 과제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결국 필리핀 교회에서 강하게 제안한 정의 의제도 주제에 반영됐다. WCC는 한국 교회의 요청과 아시아 교회 전반의 의견을 수렴해 부산총회 주제를 최종 결정한 것이다.

총회의 주제를 뒷받침하는 성경구절은 이사야 42장 1절~4절로 결정됐다. 하나님의 종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며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아니하고 진리로 공의를 베풀고”(3절),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공의를 세우기에 이른다”(4절)는 것이었다. ‘갈대’와 ‘등불’은 생명을 나타내고, ‘꺾지 아니하며’, ‘끄지 아니하고’는 평화를 나타내며, ‘공의’는 정의를 상징한다(총회 주제와 관련해서는 다음호에서 별도로 자세히 다루기로 한다).

이번 주제와 관련해 서울장신대 정병준 교수(교회사)는 “9, 10차 총회에 이어 하나님에 중심을 두면서 교회의 선교과제가 생명, 정의와 평화인 것을 강조했다”며 “WCC 총회에서 정의와 평화가 주제로 채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WCC 총회 주제에서 생명이 처음 언급된 것은 6차 뱅쿠버 총회였다. 또 “아시아에서는 생명, 정의, 평화 문제가 교회의 일치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라는 사실을 반증한다”며 “이 주제는 WCC가 전통적으로 강조해 온 정의, 평화, 창조보전(JPIC)이 아시아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요 의제라는 점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세계 교회는 한국 교회를 향해 21세기 에큐메니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나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이번 총회 주제를 결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공헌했다. 이 주제를 해석하고 교회의 삶에 깊이 반영하는 작업 역시 WCC 총회 준비와 함께 한국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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