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귀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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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장애는 불행이 아니라 복음을 전하는 ‘귀한 도구’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3.28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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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장애 딛고 찬양으로 뭉친 ‘솔라피데 중창단’

서울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는 매주 주일 4시 30분 ‘솔라피데’(오직 믿음으로) 중창단의 찬양이 펼쳐진다. 중도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작된 그들의 찬양은 지난 1997년부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중창이 끝난 후에는 이렇게 말한다.

“많이 힘드시죠? 저도 처음엔 힘들었는데, 살만 합디다.”

# 솔라피데의 장애인 사역
중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이강문 권사(오곡감리교회)는 1991년 산업 현장에서 일을 하다 순간의 실수로 추락해 척수장애를 갖게 됐다. 병원에 입원해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을 때, 그의 생각은 삶보다는 죽음에 가까이 가 있었다. ‘살아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도 ‘죽는게 낫다’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병원 사역을 하는 교회의 성도들과 목사님들의 권유에도 그는 복음을 거절했다.

죽음으로 가까워가던 중 수레바퀴 선교회 홍이석 목사를 만난 이 권사는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게 됐다. 그의 귀에 전혀 들리지 않던 복음이 장애를 가진 목사님을 통해 들어오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는 결단했다. 남은 삶을 자신처럼 장애를 가진, 희망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겠노라고….

처음에 혼자서 서울 근교의 대학병원을 빠짐없이 돌며 중도장애인을 찾았다. ‘먼저 된 자’가 ‘나중 된 자’를 위로하자 그들은 공감했고, 희망을 찾기 시작했다. 이 권사가 중도장애인을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경험 때문이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 아픔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생각과는 달리 중도장애인들은 ‘상상통증’을 겪는다. 모든 수술이 잘되고 시간이 지났지만 통증은 끝까지 중도장애인들을 괴롭힌다. 이어지는 합병증은 그들의 삶을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같은 처지에 있는 이 권사의 진심어린 위로에 그들은 자신의 고민과 속내를 털어놓는다. 그리고 위로를 받는다.

또한 앞으로의 삶에 대해 좌절하고 “어떻게 먹고 사느냐”고 던지는 장애인의 질문에 이 권사는 웃으며 대답한다.

“다치기 전에 하셨던 일, 그 일을 계속 하시면 됩니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해답이다. “모두 다 할 수 있습니다. 단지 더딜 뿐이죠.”  그렇게 이 권사의 사역은 더디지만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 우리 단원을 소개합니다
그저 노래 부르는 것이 좋아 중창단을 시작한 송기찬 집사(오곡감리교회)는 솔라피데의 유일한 초창기 멤버다. 늙으신 부모님을 모시고 힘겹게 살아가지만 찬양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송 집사.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부모님께 효도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교통사고라는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찾아왔다. 퇴원 후 재활하면 되겠거니 생각했지만 그 사고는 송 집사에게 척수장애라는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그가 지금의 중창단원이 될 수 있었던 건 찬양이요, 말씀 덕분이었다. 송 집사는 “하나님은 견뎌낼 수 있는 시련만 주신다”며 “우리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상열 집사(일산사랑교회)는 1990년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다른 단원들과는 달리 이 집사는 추락으로 인해 뇌수술도 받았다. 때문에 여러 후유증은 그를 더욱 괴롭게 한다. 사고를 당하기 전 큰 사업을 통해 승승장구하고 있던 이 집사는 자신의 마음에 “교만이 가득했다”고 고백했다. 장애를 갖게 된 후 가세는 기울었고, 한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방 한 칸 마련할 수 없을 정도로 힘겨운 삶을 이어갔다. 나락까지 떨어져 보니 ‘내가 참 많이 교만 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는 그. 그때부터 찬양을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늘 옆자리를 지켜준 아내에게 그는 감사할 뿐이다.

이충호 집사(김포하늘소망교회)는 많은 유명인들이 ‘재능기부’ 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에 중창단의 단원이 됐다. 재능이 없으니 재능을 기르자는 것이었다. 중창단에 가장 늦게 들어온 늦깎이지만 열정만큼은 그 누구 못지않다. 그는 황금고리재단의 이사장이다. 죽어가는 아시아 어린이들이 먹을 수 있는 양식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장애라는 어려움을 겪은 덕분에 다른 힘든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 솔라피데 단원들이 잠시 쉬는 시간 웃으며 이야기하고 있다.왼쪽부터 이강문권사, 현선영 집사, 송기찬 집사, 유흥선 교수, 이상열 집사, 이충호 집사
# 오직 믿음으로!
솔라피데의 시작은 정말이지 창대했다. 열 명이 넘는 단원들과 함께 연습하며, 복음을 전할 단꿈에 빠져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솔라피데의 단원은 5명으로 줄었다. 단원들이 하나 둘 중창단을 떠나게 된 이유는 경제적 사정이 가장 컸다. 중창단만으로는 생계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많이 힘들죠, 그런데 그들을 도우러 간 자리에서 제가 더 많은 은혜를 받고 돌아옵니다. 이걸 어떻게 그만둘 수 있겠습니까? 입을 벌릴 때 하나님께 가까이 다가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말이죠!” 이상열 집사가 지금까지 솔라피데에 남아있는 이유를 말했다.

분명하게 해야 할 사역이고, 필요한 일인데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점차 축소되는 중창단의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솔라피데 단장 이강문 권사의 올해 기도제목은 솔라피데의 사역확장이다.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단원들은 십시일반 다른 이들을 도우려고 노력한다.

작년에는 콘서트로 모아진 성금을 장애아동에게 후원했다. 자신들도 힘들지만 더 힘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솔라피데 중창단. 하나님은 그들의 찬양을 진정 기쁘게 받고 계신다.

중창단을 위해 늘 힘쓰고 애써주는 이들이 있기에 지금의 솔라피데가 있을 수 있었다. 단원들은 특별히 5년이 넘도록 솔라피데를 지도하는 유흥선 교수(장신대 교회음악과)와 늘 바쁜 상황 속에서도 반주를 맡아주는 현선영 집사(오곡감리교회)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병원 사역을 통해 복음을 받아들인 많은 중도장애인의 경우 그들의 집 근처 교회와 연결 해주지만 교회에서의 지나친 배려와 편견으로 교회를 떠나는 이들이 많습니다.”

# 교회, 그 속에서의 장애인
이강문 권사는 “비장애인들은 물론 장애인들도 조금씩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머릿속에 장애인들은 그저 도와줘야 할 대상으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의 배려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냥 똑같은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시고, 도움을 요청할 때, 그때 도와주십시오.”

또한 장애인들에게는 “몸은 병들었어도 마음은 병들어선 안 된다”며 “뒤로 숨는 습관은 버리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이 권사는 권면했다.

작년까지 이 권사는 교회에서 남선교회장으로 봉사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주눅 들고 다른 곳으로 피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때문에 이 권사 교회의 성도들은 장애인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교회에서도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자신보다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며 많은 성도들은 위로를 얻는다.

솔라피데의 단원들은 말한다.

“자신의 의지로 하는 사역은 금방 끝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고 생각하면 해낼 수 있죠. 성령님이 인도하시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이 사역을 기쁨으로 할 수 없었을 겁니다.”

솔라피데의 단원들에겐 꿈이 있다. 사정이 나아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산적하다. 먼저 단원들이 충원되길 바라고 있다. 중창단이라고 하면 10~12명의 인원이 함께하기 마련인데 그에 비해 솔라피데의 단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권사는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라도 상관없습니다. 주님을 사모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정기 연주회도 꿈꾸고 있다. 목적이 있는 정기 연주회를 통해 얻어진 수익금으로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다.

그리고 가장 큰 비전은 솔라피데의 찬양으로 인해 많은 영혼들이 복음을 듣는 것이다.

“한 영혼이라도 솔라피데의 찬양을 통해 구원을 받는다면 더 큰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들의 장애는 결코 불행이 아니었다. 그리고 세상속에서 복음을 전하는 ‘귀한 도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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