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된 사회와 함께 장애인 호칭도 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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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된 사회와 함께 장애인 호칭도 변해야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3.07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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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나타나는 장애인 호칭

요즘 공적인 상황에서 장애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불구자, 병신, 절름발이, 절뚝발이, 소경, 벙어리, 귀머거리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런 표현들은 욕설로 간주될 수 있는 공공연한 비속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 개정된 세 종류의 한글 번역본에서 발견되는 장애인 호칭들은 이런 인식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비하, 명시의 경멸하는 용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더 부끄러운 일은 한국 교회의 강단에서 이 용어들이 그대로 선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장애인 공식 명칭은 한센인, 지체장애인, 언어/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 인데 반해 개역개정(1998)에서는 순서대로 나병환자, 다리 저는 사람, 벙어리/귀머거리, 맹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했고, 공동번역개정(1999)에서는 나병환자, 불구자(절름발이, 절뚝발이, 곰배팔이), 벙어리/귀머거리, 소경으로 사용했다. 또한 새번역(2001)에서는 나병환자, 지체장애인(다리 저는 사람), 말 못하는 사람/귀먹은 사람(귀머거리, 듣지 못하는 사람, 벙어리), 눈먼 사람 등으로 사용됐다.

언어는 그 말이 사용되는 시대의 정신과 가치관을 담고 있다. 특별히 장애인에 대한 호칭은 한국의 근대사에서 빠르게 변화되었다.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호칭이 중요한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나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태도, 장애인의 이미지, 특정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통념, 비장애인이 장애인에 대해 갖는 집단적 편견이나 무의식 등이 이런 호칭들을 통해 드러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호칭은 단순한 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특히 장애인에 대한 호칭 문제는 장애인 개인의 존재를 규정해 자신의 자아를 결정할 뿐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의 가치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에서는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분리하는 성격을 가진 ‘장애인’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모두 하나가 되며 상함도 해함도 없는 교회 신앙을 담을 수 있는 호칭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다른 호칭’을 찾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강북제일교회 박영진 목사는 ‘다른 호칭’에 대해 ‘불편한 사람’이라는 호칭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은 ‘눈이 불편한 사람’, 청각장애인은 ‘듣는 것이 불편한 사람’, 지체장애인은 각 지체의 부위에 따라 불편한 사람을 붙이면 된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박 목사는 “그가 가지고 있는 손상은 인정하지만 그것으로 그 사람을 무능한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 여건 속에서도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더 크게 보며 그 사람을 긍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장애를 가진 사람을 우리와 전혀 다른 세계를 살아가야 하는 ‘장애인’이란 호칭이 아니라, 우리와 동등하게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보는 ‘-이 불편한 사람’이라는 호칭이 더 적당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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